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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가을포 봉수대를 한바퀴 도는 가운데, 박경성 진동면장이 봉화불을 지필 곳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주민들이 가을포 봉수대를 한바퀴 도는 가운데, 박경성 진동면장이 봉화불을 지필 곳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김정수
봉화를 지피기에 앞서 ‘진동면 민속문화보존회’ 이준규회장 등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봉화를 지피기에 앞서 ‘진동면 민속문화보존회’ 이준규회장 등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 김정수
마산시 '진동면 민속문화보존회'(회장 이준규)가 가을포 봉수대 재현행사를 열었다. 3월1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린 '8의사 창의탑 추모제'에 참석한 후 회원들과 함께 봉수대 재현행사가 열리는 가을포 봉수대로 향했다.

나는 작년에도 봉수대 재현현장을 찾았지만, 오전 10시에 열리는 '8의사 묘역 추모제' 현장에 다녀온 후 이곳에 오니 행사는 끝나고 봉화가 피어오르는 모습만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8의사 묘역 추모제'에는 가지 않고 바로 봉수대로 발길을 돌렸다.

작년에 제대로 취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모든 장면들을 제대로 담고 싶었다. 추모제가 끝난 후 고기와 과일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르멜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 안에 주차를 하고 산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자 가을포봉수대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준규회장이 제례가 끝난 후 봉화를 피울 입구에 술을 붓고 있다.
이준규회장이 제례가 끝난 후 봉화를 피울 입구에 술을 붓고 있다. ⓒ 김정수
봉화를 피우기 위해 한지에 불을 피우고 있다.
봉화를 피우기 위해 한지에 불을 피우고 있다. ⓒ 김정수
가을포 봉수대(경상남도 기념물 제169호)는 마산시 진동면 요장리 광암부락 뒷산의 해발 125.7m 고지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봉수대는 1996년에 복원된 것으로 직경 13m, 높이 2~3m 자연석축의 원형봉수대이다.

남쪽의 고성 곡산봉수대의 신호를 받아 북쪽의 함안 파산봉수대, 고령 망산의 직봉2로와 연결되어 서울 목면산(남산)까지 봉화가 전송되었다고 한다. 봉수대가 복원된 후 봉화 점화 재현행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고성 곡산봉수대와 함안 파산봉수대에서도 동시에 봉화 점화를 재현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년 재현행사가 이어진 후 재정 문제 등으로 다른 봉수대는 더 이상 재현행사를 하지 않는단다.

봉화 점화를 위해 봉수대 가운데에는 소나무 가지 등을 꺾어서 쌓아두었으며, 아궁이 역할을 하는 입구에는 짚풀 등이 깔려 있다. 마을 주민들이 속속 도착한 후 오전 11시경 점화행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주민들이 봉수대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제단에 술과 과일, 고기 등이 올려진 후 제례를 지냈다.

제일 먼저 '진동면 민속문화보존회' 이준규 회장이 술잔을 채운 후 절을 올렸다. 이어 박경성 진동면장, 김찬권 진동농업협동조합장이 절을 올렸다. 그 뒤로 마을 주민들이 차례로 절을 올렸다. 제례가 끝난 후 이준규 회장이 봉수대 주변으로 술을 부었다. 봉화의 불을 피우는 아궁이 역할을 하는 입구에도 술을 부우며 회원들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봉화 점화 행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회장을 비롯한 마을 대표자들이 주위에 빙 둘러 모였다. 라이터로 한지에 불을 붙인 후 한지를 모아 봉수대 입구로 던져 넣었다. 짚풀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봉수대 위쪽으로 허연 연기가 올라왔다. 이내 봉수대 주변은 허연 연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봉화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연기가 조금 약해질 즈음 주민들은 봉수대 바깥쪽의 성곽처럼 만들어진 담 위쪽으로 올라갔다.

봉화에 불을 피우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봉화에 불을 피우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김정수
가을포 봉수대에 봉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가을포 봉수대에 봉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 김정수
작년에는 내가 늦게 도착했음에도 제법 오랫동안 매캐한 연기가 치솟아 올랐는데, 올해는 화재 위험 때문에 나무를 적게 준비했다고 하더니 금방 연기가 약해졌다. 원을 그리며 둘러선 후 만세 삼창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만세! 마산시 만세!, 진동면 만세!"
목청껏 만세를 외친 후 봉수대 입구에 주민들이 모여서 기념촬영을 했다. 행사가 끝난 후 한자리에 모여 준비된 음식으로 요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경성 면장이 함께 한 자리라 주민들의 건의사항이 이어졌다. 박경성 면장은 봉수대 위에서도 바다가 안 보이는 관계로 조망을 위해 바다를 가리고 있는 소나무를 자를 예정이라고 했다. 재현된 봉수대 아래쪽에는 그 옛날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원래 봉수는 위험 상황에 따라 1~5개의 봉화를 올린다. 지금은 봉수대 하나만 제대로 복원이 되었는데, 그 아래쪽에 3개가 흔적이 남아 있고, 하나는 부서졌다고 한다.

나무덤불에 뒤덮여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벌초를 해서 남아있는 봉수대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하겠다'며 박경성 면장은 힘주어 말했다. 나중에 예산이 확보되면 나머지 봉수대도 복원할 수 있도록 힘 쓰겠다고도 했다. 박경성 면장은 얼마 전까지 마산시청 관광진흥계에서 일을 해 누구보다 관광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봉화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만세3창을 하고 있다.
봉화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만세3창을 하고 있다. ⓒ 김정수
‘진동면 민속문화보존회’ 회원들과 진동면민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진동면 민속문화보존회’ 회원들과 진동면민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 김정수
가을포 봉수대가 '마산 9경'에서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 나왔다.

"마산 9경중에서 자연경관은 무학산과 의림사계곡 두 곳 뿐이다. 나머지는 근래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인데, 역사가 오래된 가을포 봉수대가 빠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따지고 보면 맞는 이야기다. 마산 9경중, 어시장은 약 250년, 마산항은 약 1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돝섬해상유원지, 팔룡산돌탑, 저도연육교, 문신미술관 등은 대부분 2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행사가 끝난 후 동천냇가로 이동했다. 동천냇가는 정월대보름인 3월 4일에 열리는 '진동 큰줄다리기 및 달맞이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미 큰줄다리기 행사에 쓰일 큰줄은 다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국밥을 먹었는데, 며칠 후에 열릴 행사도 기대를 갖게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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