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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며 살았지만, 작년 11월경부터 거짓말처럼 그 일을 딱 끊고 살았다.
삶의 가장 큰 보람이라 여기며 살았던 일이기에 나로서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변화이기도 했다. 3개월여만에 처음 기사를 쓰려니 기사 송고 시스템도 좀 바뀌었고, <오마이뉴스>에도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턱없이 부족한 글쓰기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작년 1월에 큰맘 먹고 고가의 slr 카메라로 기변한 것에 부응하지 못한 것 또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보급형카메라를 쓸 때는 부지런히 사진찍으러 다녔음에도 오히려 기변 후에 더 사진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냉혹한 자기성찰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리도 중요하게 여기던 <오마이뉴스> 기사 송고와 작년 한 해 동안 푹 빠졌던 각종 공연 관람을 과감히 포기한 채, 이번 겨울 동안은 오롯이 사진에만 매진하고 살았다. 처음에는 공허함과 함께 금단현상까지 찾아왔지만 사진에 대한 애정으로 조금씩 적응해 갈 수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요일에는 장거리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왔고, 평일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퇴근 후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 근교의 산 정상에서 추위와 싸웠다. 공휴일 새벽에는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강의 해오름을 찍기 위해 칼바람을 맞으며 손가락이 꽁꽁 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겨울이 별로 안 추웠다지만 한강의 강바람이나 산 정상에서의 매서운 바람을 몇 시간 동안 계속 맞고 있다 보면, 나중에는 셔터를 누를 수 없을 만큼 손가락이 마비되기 십상이었다. 장갑을 여러 겹 끼고 있어도 속수무책이었을 정도니 말이다.
사진에 전념하면서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봤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전혀 꿈도 못 꿔봤던 스포츠 분야에 도전해 봤던 것과 접사 사진을 시작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수확이 되었다.
특히 농구장에 가서 생생한 경기 장면을 담을 때의 짜릿함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엄청난 스피드와 코트 이쪽에서 반대편으로 순간 이동하는 공의 변화무쌍함 때문에 사진찍기가 쉽진 않았지만 고생한 후의 결과물은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매크로렌즈를 새로 장만해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 접사사진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희열을 가져다 줬다. 접사 중 처음 시도한 물방울 접사는 사진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초보에 불과해 허접한 실력이지만 차차 내공을 쌓아 아름다운 접사 사진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