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시장논리를 앞세워 주택법 개정안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주택법을 볼모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값거품내리기모임 등 3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은 건설업계를 대변하지 말라"며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이 '시장논리'를 내세워 반대한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정치논리'에 의해 타결됐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시장논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주택법 개정에 난색을 보여 왔다. 그러나 한쪽에선 '시장논리'를 외치면서도 반대쪽에선 "사립학교법과 연계할 경우 주택법 개정에 협조할 수 있다"는 '정치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주 내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밀고 당긴 주택법 개정안 협상이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타결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지지층인 일부 종교·사학 재단을 의식해, 주택법 개정을 볼모로 '지상 과제'인 사학법 문제를 풀려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이른바 '빅딜'을 통해 사학법과 주택법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야말로 '인위적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이는 한나라당이 그토록 강조해온 '시장논리'를 스스로 거스르는 행동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사학법만 합의해주면..."

@BRI@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28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분양가 상한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되 분양가 공개는 우선 수도권에만 적용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분양원가 공개 확대에 대해 부정적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주택법이 정부 원안에서 한발 후퇴한 채 통과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27일 사학법 재개정을 열린우리당이 받아들이는 대신 한나라당이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협력하는 식의 '빅딜'에 합의했다.

양당은 합의 직후 정책위의장단 회의를 열어 주택법 처리에 적극성을 보였으나 이날 소위에서는 '각론'에 대한 이견 차이가 여전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때 택지비 산정기준을 놓고 감정가격을 적용해야 한다는 열린우리당과 실거래가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택지비 산정 문제는 원칙적으로 감정가로 하되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분양원가 공개의 범위에 대해서도 좀체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 여야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수도권과 분양가 상승우려가 있는 지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에만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법안심사소위는 '원가 공개'가 반시장적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분양가 거래 내역 공시제도'라는 표현을 쓰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언제든지 사학법만 합의 도출이 가능하면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원가 공개를 골자로 주택법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학법을 통과시켜 주면 여당 법안에 전향적으로 협조할 생각이지만,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택법 개정에 반대하면서도 민생 현안이 아닌 사학법 재개정에는 집착하고 있는 셈이다.

"민생볼모로 숙원과제 풀려 하다니"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생을 볼모로 숙원과제를 풀려 한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는 "민생은 뒷전인 채 사학법 개정을 모든 정치행위의 기준으로 삼는 태도야말로 전형적인 구태다"며 "서민을 위한 정책은 외면하고 일부 부패비리사학 앞에서는 삭발조차 마다하지 않는 정당은 공당의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은 주택법 개정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과 교육개혁을 위한 사학법을 마치 물건을 흥정하듯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한나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주택법 개정에 대해 그토록 반대 목소리를 내오다 민생과는 상관없는 사학법과 연계해 마지못해 처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집 없는 서민을 볼모로 사학의 기득권 사수를 위해 몸을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