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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꾼 새천년생명의숲 안내문.
합천군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꾼 새천년생명의숲 안내문.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 합천 황강변에 있는 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꾼다면, 그 안에 있는 '3·1독립운동기념탑'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천년생명의숲 안에 있는 3·1독립운동기념탑.
새천년생명의숲 안에 있는 3·1독립운동기념탑. ⓒ 오마이뉴스 윤성효
새천년생명의숲은 경남도비의 지원을 받아 밀레니엄사업으로 조성돼 2004년 완공됐다. 공원 안에는 각종 체육시설과 산책로 이외에도 각종 기념물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3·1독립운동기념탑'이 공원 중간에 우뚝 솟아 있으며, 지난해 말 건립된 '이주홍 시비'도 있다.

최근 '일해공원' 명칭에 대해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먼저 건립된 '3·1독립운동기념탑'을 고려하더라도 '일해공원' 명칭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천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서울 탑골공원의 독립만세운동과 함께 운동이 가장 크게 벌어진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합천의 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해 새천년생명의숲이 만들어질 때 기념탑을 세운 것이다.

대표적으로 1919년 3월 18일 합천 삼가 장날에 맞춰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기록에 의하면 당시 3만여명이 참여하고 40~80명의 애국지사가 순국했으며 50여명이 옥고를 치르고 15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종갑 전교조 합천지회장은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은 죽음까지 불사르며 나라와 민족을 지키려 했는데, 그런 분들을 기리는 탑이 세워진 공원의 명칭을 학살자에다 인권탄압·부정축재 등으로 지탄받고 있는 사람의 아호를 따서 정한다는 것은 순국선열을 욕보이는 짓이며, 순국선열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야스쿠니신사에 독립운동가 모신 것과 마찬가지"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역사적이었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데, 그런 사람의 이름을 넣은 공원 안에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탑이 있다는 것은 야스쿠니신사 안에 독립운동가를 모신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공원 안에 3·1독립운동기념탑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나서서 탑을 옮기고 싶어 할 것"이라며 "만약 합천군이 '일해공원' 명칭을 고수한다면 탑 이전을 위한 사회여론조성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

배기남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공원 명칭이 '일해공원'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해공원' 찬성 측은 이와 견해가 다르다. '일해공원' 찬성 입장을 밝힌 한나라당 소속 유도재 합천군의회 의장은 "그런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다, 아직 탑을 옮긴다는 등의 계획도 없지 않느냐, 대답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해공원' 명칭 추진 당시 3·1독립운동기념탑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검토했느냐"는 물음에, 합천군청 관계자는 "그런 부분은 검토하지 않았으며, 설문조사에서 ('일해공원' 명칭에) 과반수 찬성 결과가 나왔기에 공원 명칭을 바꾼 것"이라고 대답했다.

합천군청은 지난해 말 일반군민이 아니라 새마을지도자와 마을이장 등 1364명을 대상으로 4개 예비명칭(황강·죽죽·군민·일해)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91명 가운데 51%가 '일해공원'에 찬성했는데, 합천군청은 지난 1월 29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일해공원' 명칭 확정공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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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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