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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의 자질과 관련해 "특히 정치를 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7일 오후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 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주최한 '취임4주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를 잘 알고, 가치를 말하고 정책을 말하는 사람이, 가치 지향이 분명하고 정책적 대안이 분명한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정인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정치인 출신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정치권 출신이라고 말하셨을 것"이라면서 "일반적인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에 대해서는 "15대 대선 때도 16대 대선 때도 여론조사에서는 '경제하는 대통령'이 나왔지만, 그때 시대정신 전부가 경제였느냐"고 말했다. 지난 달 25일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경제문제가 대선 쟁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 세금때문에 이사 못 간다?... 싼 동네로 이사 가야 종부세 준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죽이 잘 맞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오히려 한나라당이 삐걱거리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노 대통령이 미국에 안 준 게 뭐냐, 다 줬다"고 하는데 "전략적 유연성도 도장 안 찍어 줬고, 이라크 파병도 1개 사단 요청해왔지만 1개 여단만 보냈다"고 말했다.

한미FTA 체결이후 '미국화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뭐가 미국화되는가, 국제화는 있지만 미국화는 없다"면서 "우리 공무원들이 이 문제 다루는 것 보면서 실력 있구나, 잘 해가는구나 생각했다"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가 고급의 지식기반 서비스가 약한데 이 부분을 미국시장과 동조화시켜서 우리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욕심이 있는데, 미국이 잘 안 열어줘 아쉬움이 있다"면서 "한미FTA 끝나도 서비스 시장은 자발적으로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 중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집을 팔래야 팔 수가 없고, 이사 갈 수가 없다고 하는데 둘 다 맞지 않다"면서 "이사 가려면 그 동네 밖으로 나가야 종부세가 줄지, 비싼 곳에서 비싼 곳으로 간다면 왜 이사를 가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 수준으로 가자면, 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 가자면 종부세를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선때 부유세 공약했는데, 지금 종부세가 이 부유세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면서 "사회적 형평성 맞추는데도 아주 적절하다"고도 말했다.

" 진보논쟁, 내가 금기를 두지 않기 때문에 뛰어든 것"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대통령은 자신이 촉발한 '진보논쟁'에 대해서는 "국민과 내일의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내가 금기를 두지 않기 때문에 논쟁에 뛰어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진보의 범위, 진보의 대표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국가·사회가 추구할 가치와 나란히 갈지, 적절한 지 많은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어려워서 잘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내가 제기하는 방향으로도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진보가 아닌) 노 대통령은 논쟁에서 빠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이 논쟁에 뛰어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반박해, 이후에도 이 논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질문에는 "빗장이 풀릴 지 안 풀릴 지 모르는데,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해, 현재까지는 남북정상회담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음을 다시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기 어려워서 갑갑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제가 대통령 하면서 마음에 어려움 겪는 것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라면서 "더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은 제가 하는 일의 취지가 국민들께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라면 비판 세력이든 반대 세력이든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해야 한다. 정말 국민 사랑하나.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를 혹시 국민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지지율 문제는 포기했다"면서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국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국민 무시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랑을 포기한 것도 무시한 것도 맞지 않다. 저는 국민을 한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면서 "이렇게 된 것은 주로 제 책임인데, 제 정치적 역량이 떨어져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또 하나는 국민들과 의사소통이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헌안 발의에 대해서는 "지금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하는 게 성실한 정치인의 도리"라고 말했다. 또 개헌 논의가 진행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어리석었다. 최소한 우리 사회는 그 정도 양심과 공론은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사회를 약간 걱정하는 편"이라고 말해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지율 낮은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얘기해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면서 "근데 내 반대편에서 총대 메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논리가 안 되니까 진정한 의미에서 토론하는 사람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또 '원포인트 개헌'이 아닌 복합적(전면) 개헌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가능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북한 핵무기 선제사용? 정신병자만 할 수 있는 일"

노 대통령은 또 북한핵에 대해 "공격용으로 보기에는 상상할 수 없다"며 "북한이 먼저 공격받지 않고 핵무기를 선제사용한다는 것은 정신병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개혁개방과는 별개로 상황에 따라서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면서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려 하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나를 위협할 때 대응하기 위해 또는 아예 위협을 못하도록 협상하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핵무기는 따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도 쓴소리를 하겠다"면서 "지금 청와대 행정관료, 정무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게 필요한 사회냐, 아니면 지식인들이 국민에게 직언하는게 필요한 사회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민에게 직언하는 것이 용기 있는 언론"이라며 "언론이 안 하면 대통령이 (직언을)하겠다"고 말해 국민과의 직접대화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언론에 대해 "시각이 너무 단편적"이라는 비판도 했다. 노 대통령은" 방송이든 신문이든 기자실에 앉아서 '이거 어떻게 써야 하나'고 하면 고참기자가 '이렇게 써야 한다'고 의견을 나눈다"면서 "이렇게 가면 악의가 없더라도 매체는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독창성과 창의성, 다양성, 치열함을 갖는게 인터넷 매체의 역할"이라면서 "그렇게 가도록 저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시간 37분 진행... 노 대통령 패널에게 반문 등 공세적인 모습

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패널에게 단문으로 되묻는 등 대단히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애초 예정시간인 1시간 30분이 훨씬 지났음에도 노 대통령은 계속 진행되는 것을 원해 2시간 37분간 계속됐다.

한미FTA와 관련해 '양극화를 우려하는 패널에게 "어느 분야인가"라고 단문으로 물은 뒤, "유통분야'라고 대답하자, "이미 유통업은 다 개방돼 있고, 한미FTA에는 유통부분은 들어가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왜 지금 개헌하면 안 되나? 패널로 나오신 분 중에서 혹시 누구라도 말해보자"라고 말해 토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이번 합동인터뷰는 각 회원사가 선정한 패널과 네티즌 등 10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여했으며, <오마이뉴스>등 인신협 회원사 홈페이지를 비롯해 뉴스전문채널인 YTN, MBN과 한국정책방송 KTV가 생중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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