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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과 어루러진 모래언덕, 명사산. 바람이 부는 날엔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월아천과 어루러진 모래언덕, 명사산. 바람이 부는 날엔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조수영
가욕관에서 돈황으로 가는 길, 하서주랑의 끝

우리는 지금 난주에서 돈황에 이르는 하서주랑의 서쪽 부분을 지나고 있다. 가욕관과 돈황은 고속도로로 이어져 있는데 공사 중이다. 내년 이맘때나 완공된다고 한다.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비포장길로 9시간을 달렸다. 온몸이 진동 맛사지를 한 것 같다.

돈황은 2천년 전부터 실크로드에서 가장 중요한 정거장 중에 하나였다. 중국의 학자들은 돈황을 '인후'에 비유한다. 마치 입에서 식도와 기도로 통하는 목구멍과 같다는 뜻이다.

고비사막과 기련산맥 사이로 있는 하서주랑을 거쳐 몰려드는 동방 문물이 이곳을 지나면 몇 갈래의 길로 갈라져서 빠져나가며, 반대로 그 길들을 거쳐 밀려오는 서역 문물은 이곳 돈황을 지나서야 동방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비유하면 병목이다.

동서무역의 중계점, 돈황(敦煌: 둔황)

돈황이라는 이름은 '성대하게 변영한다'는 의미이다. 의미 그대로 고비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로서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기원전 111년 한무제는 한반도가 있는 동쪽에는 한사군을 세우면서 돈황에 하서사군의 하나인 돈황군을 세웠다.

이후 한나라가 멸망하고 이 지역은 수백 년 동안 북방 이민족이 지배하게 된다. 티베트, 흉노, 선비 등이 지배 하에 있으면서 그들의 문화가 불상과 벽화의 양식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당대 7세기부터 8세기 중엽에 걸친 시기에는 가장 왕래가 성해 동서무역의 중계지점으로서 문화의 꽃을 피우며 세계적인 '돈황예술'을 창출했다. 이미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막고굴의 천불동이 그 예다.

사막답지 않게 푸르고 싱싱한 면화와 과일밭이 눈길을 끈다. 기련산에서 내려오는 당하가 시내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돈황은 감숙성 최대의 면화와 과일 산지다. 아담한 오아시스 도시, 돈황은 오늘도 예나 다름없는 병목 구실을 한다.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공항과 기차역으로 매일 수천 명씩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아담한 오아시스 도시, 돈황은 오늘도 예나 다름없는 병목 구실을 한다. 돈황에는 아름다운 모래언덕 명사산과 세계문화유산인 돈황석굴이 있다.
아담한 오아시스 도시, 돈황은 오늘도 예나 다름없는 병목 구실을 한다. 돈황에는 아름다운 모래언덕 명사산과 세계문화유산인 돈황석굴이 있다. ⓒ 조수영

명사산은 돈황의 남쪽으로 5㎞ 떨어진 곳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래산이다. 높이 200m의 모래산은 남북으로 20km, 동서로 40km에 이른다.
명사산은 돈황의 남쪽으로 5㎞ 떨어진 곳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래산이다. 높이 200m의 모래산은 남북으로 20km, 동서로 40km에 이른다. ⓒ 조수영
바람부는 날엔 우는 소리를 낸다는 명사산(鳴沙山: 밍샤샨), 사실은...

아침 일찍 명사산으로 향했다. 햇빛이 강렬하기 때문에 한낮의 시간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명사산은 돈황의 남쪽으로 5㎞ 떨어진 곳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래산이다. 높이 200m의 모래산은 남북으로 20km, 동서로 40km에 이른다.

명사산이란 이름은 바람이 부는 날엔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태양열에 달구어진 뜨거운 모래알이 서로 마찰해서 내는 소리다. 정문으로 입장하니 수많은 낙타와 낙타몰이꾼들, 그리고 낙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0위엔짜리 덧신을 빌려 신었더니 나중에 모래를 터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월아천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낙타를 타기로 했다. 낙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로 낙타 등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낙타는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움직여서 사람이 타면 몸이 앞뒤로 움직이게 된다.

천사의 눈물로 생긴 초승달 모양의 오아시스, 월아천
천사의 눈물로 생긴 초승달 모양의 오아시스, 월아천 ⓒ 조수영
천사의 눈물이 만든 오아시스, 월아천

낙타 등의 움직임에 익숙해질 즈음 월아천(月牙泉)에 도착했다. 정말 초승달처럼 생겼다. 가까운 모래언덕에는 그 반달의 모양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마치 외신기자들처럼 포토라인을 이루고 있다.

월아천은 명사산 안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작은 오아시스로서 남북길이가 약 100m, 폭이 25m 정도다. 서에서 동으로 갈수록 수심이 깊고, 제일 깊은 곳은 5m 정도이다. 물색이 맑고 파래 마치 청동거울을 보는 듯하다.

이곳의 물은 돈황 남쪽에 솟아있는 곤륜산맥의 눈 녹은 물이 지하로 흘러 비교적 저지대인 이곳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한다. 모래산에 둘러싸인 채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어우러진 모습은 사막 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월아천 옆에는 누각을 세워 사막의 작은 오아시스가 주는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월아천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 오래 전 돈황이 갑자기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자 어여쁜 천사가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 눈물이 샘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후에 천사가 샘 안에 초승달을 던져 빛을 찾게 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월아천의 물이 언다고 한다. 모래산과 얼음호수가 어우러진 모습 또한 장관일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월아천은 더 이상 물이 샘솟지 않아 주변의 수돗물을 끌어와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돈황 사람들은 단오날 명사산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면 한해의 액을 면한다고 믿어오고 있다. 명사산의 정상까지는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돈황 사람들은 단오날 명사산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면 한해의 액을 면한다고 믿어오고 있다. 명사산의 정상까지는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 조수영
단오날 미끄럼을 타면 액을 면한다?

명사산의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오르기 쉽도록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번 아프리카 나미브사막의 모래언덕을 올랐던 때를 생각하면 시간도 힘도 절반인 것 같다.

돈황 사람들은 단오날 명사산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면 한 해의 액을 면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백 미터 높이의 산 중턱에서는 돈을 받고 대나무로 만든 썰매를 빌려준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니 속도가 빨라진다. 모래바람을 가르고 쏜살같이 내려가는 기분이 최고다. 다시 올라가는 고생만 없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탈 것 같다.

명사산에서 내려오니 기다리고 있던 낙타가 우리를 태워준다. 30위엔을 더 내면 낙타를 타고 언덕의 반대편까지 갈 수 있다. 낙타꾼에 이끌려 여러 마리의 낙타가 꼬리를 물고 가는 모습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 가는 대상인의 모습 같다.

낙타꾼에 이끌려 여러 마리의 낙타가 꼬리를 물고 가는 모습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 가는 대상의 모습 같다.
낙타꾼에 이끌려 여러 마리의 낙타가 꼬리를 물고 가는 모습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 가는 대상의 모습 같다. ⓒ 조수영

수많은 낙타와 낙타몰이꾼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낙타와 낙타몰이꾼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 조수영

낙타는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움직여서 사람이 타면 몸이 앞뒤로 움직이게 된다.
낙타는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움직여서 사람이 타면 몸이 앞뒤로 움직이게 된다. ⓒ 조수영

명사산은 중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이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단체사진.
명사산은 중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이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단체사진. ⓒ 조수영

덧붙이는 글 | 1) 한사군 - 기원전 108년에 한의 무제가 위만 조선을 멸망시키고 그 땅에 설치한 네 개의 행정 구역. 낙랑군, 임둔군, 현도군, 진번군을 말한다.

2) 하서사군 - 한무제가 실크로드를 개척하면서 서쪽에 설치한 네 개의 구역. 무위(양주), 장액(감주), 주천(숙주), 돈황(사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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