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외손주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를 찾으신 아버지.
외손주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를 찾으신 아버지. ⓒ 김혜원
예전 같았으면 단숨에 올랐을 언덕바지를 지팡이를 짚고도 거친 쉼을 몰아쉬며 허위허위 오르시는 아버지. 산소 앞에 다다르자 다리에 힘이 풀리시는지 그만 풀썩하고 주저앉아 버리십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습니다. 그동안 자주 못 와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증손주도 데려왔습니다. 이쁘시죠? 좋으시죠?"

여섯 살 외손자를 벗삼아 술을 따르고 절을 하시는 아버지 눈에 살짝 물기가 맺히는 듯하더니 이내 아이처럼 편안한 미소가 감돕니다. 어머니, 아버지 품안에 안긴 아이처럼 천진한 그런 미소지요.

"햇살이 좋아서 그런데 산소가 따뜻해. 아버지 어머니 따뜻하시죠? 이제 겨울도 다 갔습니다. 꽃피고 잎이 오르면 또 오겠습니다."

잠시 행복한 어린 시절의 상념에 잠기셨던 아버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인사를 하십니다.

"이제 됐다. 가자 주석아. 노할아버지 노할머니께 인사드려. 이제 갑니다. 이제 가렵니다."

칠십다섯. 말라버린 산소의 떼처럼 머리에 하얀 서리를 이고 계신 아버지지만 여섯 살 주석이처럼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품에서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으셨던가 봅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언덕을 내려오는 길,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푸드덕' 큰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