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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룩소르 나일강 선착장 풍경
ⓒ 이승철
카르낙대신전에서 룩소르신전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고대 이집트 테베시절 축제가 열릴 때면 카르낙신전에서부터 직접 걸어서 오가던 길이 룩소르신전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버스를 타고 룩소르신전으로 가는 길은 풍치 좋은 나일강변 길이다.

강변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선착장에는 커다란 크루즈 유람선들과 함께 작은 돛단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강변길에는 관광객들을 태운 마차가 달려 길옆의 빌딩들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저만큼 룩소르신전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버스가 멈춰 섰다.

"룩소르신전은 야간에 조명이 비칠 때 정말 멋있습니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그동안 나일강 돛단배로 뱃놀이 한 번 할까요?"

가이드 이 선생이 색다른 제안을 했다. 우리들의 본래 계획에는 뱃놀이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카르낙신전을 출발할 때 룩소르신전 야간관광을 하려면 어차피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나일강변에서 산책이라도 좀 했으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제안을 했었는데 그 제안이 뱃놀이로 발전한 것이다. 모두들 좋다고 한다. 평소 나일강 돛단배 뱃놀이는 1인당 5달러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이드 이 선생이 어떻게 섭외를 했는지 이곳에서 합류한 교민까지 24명이 두 척의 돛단배를 1시간 동안 20달러에 빌리기로 했다.

▲ 우리일행들이 탄 돛단배
ⓒ 이승철

▲ 선착장과 강변 풍경
ⓒ 이승철
우리 일행들이 두 척의 돛단배에 나누어 타자 청년 한 명과 어린이 한 명이 운행하는 돛단배가 곧 돛을 올렸다. 때마침 바람까지 알맞게 불어 배가 미끄러지듯 강심으로 나아간다. 생각지 않았던 나일강 뱃놀이에 모두들 얼굴에 함빡 웃음꽃이 피어난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누군가 우리가요 처녀뱃사공을 부르기 시작했다.

"낙동강이 아니고, 여긴 나일강입니다. 나일강으로 가사를 바꿔 불러보시죠?"
"아참!그렇지, 나일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여행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

마침 날씨가 약간 더운 편이었는데 강심으로 나아가자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기 짝이 없다. 우리 일행들이 탄 또 한 척의 배도 저만큼의 거리를 두고 우리 배를 따른다.

"아! 나일강에서 돛단배를 타보다니, 이거 정말 꿈을 꾸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네."

배가 강의 한가운데쯤에 이르자 강폭이 강변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나일강은 고대로부터 사하라 사막을 넘어 북부아프리카와 적도 이남의 내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로였다, 특이하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이 나일강은 고대 이집트문명이 지금의 하르툼 북쪽 메로웨를 거쳐 에티오피아에 영향을 준 통로가 되었다.

나일강의 총길이는 6690키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유역면적은 3백만 7천 평방킬로미터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면적의 10%에 달한다. 강의 원류는 아프리카 남반구의 부룬디와 탄자니아 국경 부근에서 시작되는데 이 원류를 카케라 강이라 하며 빅토리아호로 흘러든다.

▲ 강변 시가지 풍경과 정박해 있는 유람선들
ⓒ 이승철

▲ 송와 말이 풀을 뜨는 풍경, 그리고 강 얕은 물을 따라오며 물건을 사라고 외치는 상인들
ⓒ 이승철
여기서부터는 빅토리아나일이라 부르며 키오가호에 멈췄다가 머치슨 폭포를 거쳐 엘버트호 북단으로 흘러든다. 이 엘버트호부터 수단의 국경까지는 엘버트나일이라 부르는데 이 구간에서는 아프리카의 산악지대를 지나면서 머치슨폭포 같은 멋진 경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일강은 이곳에서부터 몇 개의 지류들과 합류하는데 두 개의 큰 지류를 하나는 청나일, 또 하나는 백나일로 부른다. 두 개의 큰 지류가 합류하여 흘러드는 곳이 나세르 호수로 인공호수다. 이 호수는 당시 나세르 대통령이 구 소비에트연방의 지원을 받아 1960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1971년에 완공한 아스완하이댐으로 생긴 호수다.

아스완하이댐의 건설로 생겨난 나세르 호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은 인공호수로서 이집트의 모든 경제력을 투입한 사업이었으며 국력의 상징으로 치부되었다. 댐의 높이는 111미터나 되었고 호수의 길이도 480키로미터나 된다.

그러나 이 댐이 완성되고 난 후, 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을 때는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의 일부가 침수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환경 문제까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말라리아 같은 병의 창궐이 그것이었다.

또 호수에 저장된 물의 무게의 압력 때문에 인근 지역에 지진의 발생을 유발한다고 믿어졌는데, 실제로 1981년에는 리히터지진계 5.3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 강심에서 바라본 드넓은 나일강 풍경
ⓒ 이승철

▲ 노을지는 강언덕의 낙타 두마리
ⓒ 이승철
거대한 댐으로 생긴 호수는 나일강 유역 강우량의 거의 50%를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하거나 대기 중에 증발시킴으로서 수 천 년 동안 비옥했던 나일강 유역의 토양을 척박하게 하고, 풍부했던 어획량 대신에 전염병만 크게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참, 깜박 잊을 뻔 했네요. 이 나일강물에 절대 손을 담그거나 몸에 묻히면 절대 안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강물에 손을 담가도 안 되고 몸에 묻혀서도 안 된다니. 절대라는 말을 두 번이나 강조하는 것이 결코 예삿말이 아니었다.

"이 강물에는 아주 특이한 기생충이 퍼져 있는데 몸이나 손에 묻을 경우 피부를 뚫고 몸 안으로 침투하여 잘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 아무도 강물에 손을 담근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뱃전에 넘실거리는 저 맑고 깨끗해 보이는 강물에 그렇게 무서운 기생충이 살고 있을 줄이야. 모두들 새삼스럽게 강물을 바라보며 진저리를 친다.

우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배는 강의 반대편 쪽에 가까운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강변 언덕에는 멀리 보이는 대추야자 나무와 함께 풀밭에서 풀을 뜯는 소와 양, 그리고 낙타의 모습이 목가적인 풍경으로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 강변의 물이 얕은 곳에서는 아이들과 상인들 몇 명이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강물을 텀벙대며 우리들이 탄 배를 향하여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무슨 물건인가를 사라고 외치는 모양이었다. 무서운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강물에 몸을 거의 반쯤이나 담근 그들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 돛단배가 뜬 나일강 석양풍경
ⓒ 이승철

▲ 나일강의 노을
ⓒ 이승철
잠시 후 배는 다시 강심으로 방향을 돌려 처음 배를 탄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강심에는 우리들이 탄 돛단배 외에도 많은 배들이 운행되고 있었다. 그 배들 너머로 바라보이는 강변의 나지막한 언덕, 마침 그때 그 언덕 두 뼘쯤 위에 태양이 걸려 있는 모습이 바라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기울어진 석양빛이 강물위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푸른 물결은 불어오는 바람에 출렁이고 그 출렁이는 강물 위에서 부셔지는 햇살, 그 햇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돛단배의 하얀 돛이 태양과 일직선으로 겹쳐지는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우와! 저것 좀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일행 중의 누군가 그 풍경을 바라보며 너무 멋진 풍경에 말을 잇지 못한다. 배가 약간 방향을 바꾸었을 때는 반대편 강둑에 서 있는 두 마리의 낙타가 태양 속의 풍경처럼 카메라에 잡힌다.

▲ 뱃놀이 중인 필자(하얀바지)와 일행들
ⓒ 이승철
선착장으로 돌아와 배에서 내리는 일행들의 표정이 만족감과 함께 아쉬움이 교차한다. 그러나 어쩌랴, 일정은 짧고 다음 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걸. 강둑으로 올라서자 때마침 반대편 산등성이에 걸린 태양이 하루를 마감하는 인사라도 하는 듯 강렬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태양빛이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의 돛대와 강변의 야자수 나무 사이로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저 만큼 바라보이는 룩소르신전에도 조명이 비치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나일강의 환상적인 경치를 뒤돌아보며 다음코스인 룩소르 신전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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