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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등산로의 낙엽송 군락
검단산 등산로의 낙엽송 군락 ⓒ 김선호
'와,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다 말고 아이들이 놀라 하는 말이 그랬다. 매주 산을 오르는 동안 한가롭게 산행을 해왔던 지라 검단산에 한꺼번에 몰려든 등산객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주말을 이용해 찾아간 검단산은 듣던 대로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서 평상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라 들었는데, 마침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이라 평소보다 많은 등산객이 몰린 듯 싶었다.

657m라는 해발고도를 가진 점도 검단산에 사람이 몰리는 까닭이 아닐까. 그 정도면 쉽게 오를 수 있겠다 싶은 적당한 높이를 가진 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당호에 산자락을 드리운 검단산은 해발 50미터 지점에서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생각만큼 오르기 쉬운 산은 아니다. 같은 높이의 다른 산에 비해 더 많이 걸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BRI@사람들이 많이 찾는 검단산은 초입부터 등산로가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 또 한 가지 검단산에서만(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정경을 마주했다.

등산로 왼쪽으로 등산객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철망을 둘러 놓았는데 그 철망을 따라 코팅된 안내문들이 주르르 매달려 있었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흰 종이들이 처음엔 누군가 써놓은 편지들인가 했다. 산행을 하기 전에 간단한 소망을 적은 쪽지들인가 싶었는데, 각 산악회에서 공지하는 안내문 인걸 알고는 적이 실망스러웠다.

본격적인 등산로에 들어서니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모습이 시원스러운 낙엽송 군락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낙엽송의 정식 명칭은 '일본잎깔나무'라고 한다. '잎을 간다는 뜻'의 잎깔나무는 가을이면 누렇게 단풍이 들고 낙엽을 떨어뜨려 월동준비를 한다. 그러니 낙엽송 주변은 잎깔나무 가지가 수북히 쌓여 있어야 하는데 검단산 잎깔나무숲은 너무 깨끗해서 황량할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으니 당연한 이치겠으나 등산로의 훼손이 매우 심각해 보였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었는데도 옆길로 자꾸만 늘어가는 등산로는 차 두 대가 거뜬히 비켜갈 수 있을 정도로 넓어져 있었다. 낯선 풍경에 놀라면서도 안타까움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검단선사의 전설이 깃든 검단산은 백제가 하남시(위례성)에 국가를 정비할 때 제사를 지내던 유서 깊은 산이라 한다. 최근에는 수도권에 있는 산악인들이 제를 올리는 산이라 들었다.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들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들 ⓒ 김선호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검단산에서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대목이다. 등산코스는 이렇다할 특이사항이 없이 무던했다. 무던함을 덜어줄 요량이었던지 길이 지그재그로 나 있어 산을 오르는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가파른가 하면 흙산이어서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고, 완만한가 하면 돌덩이들이 산길을 차지하고서 길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7부 능선 즈음에서 만난 된비알에서 약간 지체된 일 말고는 수월하게 검단산 정상에 올랐다. 오르기 무난하니 어른등산객들 틈으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우리 아이 또래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고, 무던하며 그리 험하지 않으니 검단산은 가족산행으로 적당한 산 같다.

쉬지 않고 올랐으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바람에 정상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검단산 정상에서도 인파가 붐비기는 마찬가지. 운동장 만한 정상에 가득찬 사람들을 뒤로하고 정상을 돌아 나온다. 오늘의 목적지는 검단산에서 이어지는 용마산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검단산에서 경기도 광주시의 용마산으로의 산행은 市와 市의 경계를 넘는 일이다. 지리에 각별히 관심이 많은 둘째가 경계를 걸어서 넘는다는 사실에 흥분을 한다.

그러나 검단산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진 능선 길은 지루하게 이어진 흙길이다. 특별히 험난한 코스는 아니지만 그 길이가 만만치 않은 능선길이다. 검단산 정상을 벗어나 용마산으로 향하는 산 능선을 걷다보면 왼편으로 팔당호가 따라온다. 겨울이라 시야도 시원하니 어느 곳에서도 팔당호를 관망하기에 적당하다.

검단산 정상에서
검단산 정상에서 ⓒ 김선호
가끔씩 바위나 나무들이 시야를 가로막기도 하지만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다시 팔당호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보이곤 한다. 마치 산과 강이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검단산에서 용마산 능선을 따라가는 일은 그렇듯 산과 강이 숨바꼭질하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다. 아마도 여름이라면 그 둘의 숨바꼭질이 더 감질맛 날 것 같다.

이보다 더 가깝고 오랜 시간 강을 끼고 걷는 산행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산능선을 오래 타는 일이 지루할 만하면 저기 손에 잡힐 듯 펼쳐진 강을 바라보며 걸으니 지루할 틈이 거의 없다.

능선 중간지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침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할 수 있게 커다란 바위가 놓인 곳이 보였다. 집에서 싸온 김밥으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햇살은 따스했지만 산능선에서 맞이한 바람이 제법 차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버너에 불을 피워 따뜻한 점심을 해 먹는 등산객들도 있다.

추위 때문에 점심을 먹자 마자 용마산을 향해 행군을 다시 시작한다. 능선길 왼편으로 다시 팔당호가 따라온다. 등산객들의 행렬은 이제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검단산에 비해 용마산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걷지 않아도 되니 한결 여유롭게 산길을 간다. 그런 길에서 어쩌다 만나는 사람도 반가운 법이다. 줄을 서서 걸어야 했던 검단산에선 나누지 못했던 인사를 용마산에서 만나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호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호 ⓒ 김선호
지루하게 이어진 능선길 끝에 마침내 용마산 정상(585m)에 서니 시야 가득 팔당호가 들어온다. 온 몸을 다 드러내 파랗게 흘러가는 강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팔당호 위쪽의 두물머리까지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더 잘 조망할 수 있도록 용마산 정상석 앞쪽이 말끔하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조망이 좋긴 한데, 베어져 나간 나무들한테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차라리 정상석에 소박한 조망대를 세우는 방법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용마산 정상에 서면 누구라도 가슴을 쫙 펴게 된다. 거칠 것 없이 펼쳐진 팔당호와 그 주변풍경이 가슴으로 한꺼번에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용마산 정상에서 산과 강이 평화롭게 펼쳐진 풍경에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는일,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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