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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신대륙 '유럽'을 향한 우리만화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로서 우리 '만화'(Manhwa)는 2003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한국관 운영을 기폭제로 성공적으로 런칭,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CT News는 '유럽에 꽃피는 우리 만화'라는 제목으로 그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조망합니다.

(1) <분석> '만화', 신대륙을 넘보다
(2) <기고> 박홍진 씨베데 부사장이 본 2007앙굴렘 속 만화
(3) <인터뷰> 김동화 작가-박정연 오렌지에이전시 대표
(4) <간담회> 2003앙굴렘을 돌아보며 <편집자주>
세계 최대의 만화 도서전인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올해도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세계 최대의 만화 도서전인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올해도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 박홍진

예년과 다름없이 프랑스 최대 만화 도서전인 앙굴렘 행사를 준비하면서 만화 관계자로서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앙굴렘 도서전이야말로 2002년 '한국 만화 초대전'을 통해 한국 만화가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게 한 곳으로 이제 한국 만화와 앙굴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이곳 프랑스 땅에서 한국 만화의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벌써 4번째 맞이하는 앙굴렘 행사를 보는 눈은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 눈길....관객수 하락은 숙제

2007년 앙굴렘(1.25-1.28)은 개회 전날 내리는 눈과 갑작스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주변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열차 운행이 1시간 반 이상 지연되면서 쓸쓸하게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행사가 벌어졌던 샹 드 마르스(Champs de Mars) 지역이 2년 전 복합 상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사에 들어가면서 앙굴렘 운영 위원회는 작년부터 행사 공간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작년에는 시 중심가에서 작은 단독부스를 여러 개 설치하였지만 출판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되었고, 운영 위원회 측이 금년 행사에는 출판사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BRI@하지만 출판사 행사장이 시 중심가로부터 걸어서 4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할 정도로 너무 시 외곽이어서 다른 전시회들과 서로 맞물리지 못하고 겉도는 모양새가 보기 안 좋았다. 물론 아직까지 앙굴렘 행사의 큰 버팀목인 유럽 만화를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등 행사 운영위 측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 출판사의 입장에서 관람객 수의 하락은 행사 기간 동안 매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예년과 비교하여 달라진 금년 행사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망가 공간'의 독립화다. 재작년부터 앙굴렘 측에서 설치하기 시작한 '망가 공간'을 금년에는 단독으로 뽑아, 망가 관련 전시회 운영을 시도하였다. 스포츠 망가 전시회와 다수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함으로서 기존의 판매 부스와는 다른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단독 부스에 대해 부스 입장료를 별도로 부가하는 등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행사 후 지적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앙굴렘 전시장의 한국 만화들. 보다 자유분방한 작가들의 표현과 색다른 해석, 그리고 뛰어난 작화로 무장한 한국 만화들은 눈 파란 이방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앙굴렘 전시장의 한국 만화들. 보다 자유분방한 작가들의 표현과 색다른 해석, 그리고 뛰어난 작화로 무장한 한국 만화들은 눈 파란 이방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 박홍진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아동 만화에 대한 조명과 홍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키드 패들 캐릭터 전시회를 비롯하여, 초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만화교실, 학생 만화 콩쿠르 전시회 등을 통해 아이들이 만화를 읽는 객체에서 직접 만드는 주체로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또한 7~8세 그룹, 9~12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아동 만화 심사 위원을 선발, 아동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를 선정하는 등 아동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시아 만화 프랑스 시장의 15% 차지

2002년 한국만화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면 2007년 한국 만화는 어떤 이미지로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이는 행사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불행히 아직까지도 70~80퍼센트의 관객들은 '망가'를 사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만화'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에게도 '만화'라는 말은 한국 출판사와 한국인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조심해서 써야 하는 단어에 불과할 뿐 '만화'는 이들에게 낯설고 익숙지 않은 외국어일 뿐이다.

그에 비해 '망가'는 프랑스 백과사전에 당당하게 등록된, 이제는 외래어가 된 단어다. 이를 보더라도 아직까지 만화 브랜드의 토착화는 멀고 험난한 길을 계속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만화와 한국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만화 속에서 유럽 만화와 일본 만화에는 없는 다른 것을 찾고 있다. 보다 자유분방한 작가들의 표현과 색다른 해석, 그리고 뛰어난 작화로 무장한 한국 만화들은 눈 파란 이방인들에게도 가치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작가들의 사인회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프리스트>의 형민우(왼쪽) 작가와 <유레카>의 김윤경 작가
우리 작가들의 사인회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프리스트>의 형민우(왼쪽) 작가와 <유레카>의 김윤경 작가 ⓒ 박홍진
어려운 시간을 내 프랑스까지 날아온 한국의 작가들은 밀려오는 팬들의 사인 공세에 잠시 쉴 틈도 없이 그림을 그려주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가슴을 콩닥거리며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 얼굴로 감사하며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대하고 돌아갔다.

이처럼 분명히 만화가 최소한 프랑스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 시장에서 아시아 만화는 양적으로 이미 15%를 넘어섰다. 점유율 신장세도 빠르다.

그렇다면 질적으로는 어떨까? 현재 프랑스 아시아 만화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의 <나루토>는 제1권의 누적 인쇄 부수가 12만권을 넘어섰으며 가장 최근 권수의 초판 부수는 대략 5, 6만권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에 비해 한국 만화 중 가장 많은 인쇄 부수를 기록한 <천추>는 겨우 2만권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20여 년에 가까운 프랑스 진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 망가와 겨우 4년밖에 안 된 한국 만화를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한국 만화가 망가에 대항해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형민우 작가에게서 받은 그림을 보이며 기뻐하고 있는 한 관람객
형민우 작가에게서 받은 그림을 보이며 기뻐하고 있는 한 관람객 ⓒ 박홍진
애니메이션으로 입맛이 길들어진 아이들이 망가 홍보의 대사가 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일본 문화의 핵심 전사가 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고 새삼스럽게 언급해야 할 일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일본에서 폭넓은 내수 시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 우리는 더 넓은 해외 시장을 보고 기획에 들어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기적인 결과물이 눈에 바로 보이는 B to B를 강조하기 보다는 B to C를 할 수 있도록 현지 업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현지인들이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가지고 사 볼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 일환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만화 그리기 콘테스트 등을 열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콘테스트 우승자를 한국으로 초청함으로써 만화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각종 주요 도서전에 참여 의사를 밝히는 현지 출판사를 대상으로 통합적인 한국관을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 만화를 많이 수입하는 현지 출판사들에게 표창을 하고, 번역비를 지원하는 등 수입을 장려하는 방법은?

한국 만화가 해외 시장에서 일본 망가에 대항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국내에서 질좋은 만화를 생산해내면서 동시에 해외에서 만화를 수입하여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문화 상품은 비구체적이고 너무나 포괄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이 운영되어야 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수십 년간 문화 홍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온 프랑스의 예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러한 프랑스를 벤치마킹함으로써 금년도 앙굴렘 만화 그랑프리를 쟁취하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 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을 나와 2003년 프랑스 씨베데 출판사에 입사, 출판사 부사장 겸 편집국장으로 근무해오고 있으며, 2003년 <도깨비>라는 한국만화전문잡지를 창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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