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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소속 박현주 합천군의원.
민주노동당 소속 박현주 합천군의원.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름 밝히면서 당당하게 왜 반대하느냐고 따지는 사람은 아직 없어요. 몇 명이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실명은 밝히지 않데요. 합천읍내 길거리 가다가도 직접 대놓고 왜 반대하느냐고 묻는 사람 없어요."

합천 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日海)공원'으로 바꾸는 데 반대하고 나섰다가 군의회에서 제명까지 거론당한 박현주 군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이 한 말이다.

'현대사 바로 알기' 차원으로 11일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열린 '5·18광주항쟁 사진전'에 나온 박 군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월 서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 앞에서 연 항의집회 때 삭발을 한 박 군의원은 이날 모자를 쓰고 나왔다.

박 군의원은 먼저, '일해공원' 반대 목소리에 대해 합천의 일부 사람들이 "외부에서 와서 왈가왈부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합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주는 사람들은 외지인들이다. 합천에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 또한 외지인들이다. 합천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외지인들이 합천을 어떻게 보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요즘 네티즌들은 '합천의 농산물도 사지 않겠다'고 하고, 마라톤대회에까지 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느냐. 합천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 군의원은 "4당이 모두 '일해공원'에 반대했고, 심지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부적절하다고 했는데, 이게 바로 국민 정서라 본다"면서 "합천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며 대통령 브랜드로 먹고 살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합천군 율곡면 일대에는 '일해공원'에 찬성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합천군 율곡면 일대에는 '일해공원'에 찬성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얼굴이 많이 알려져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일해공원' 반대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직접 항의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박 군의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저를 찾아와서 왜 반대하느냐고 물어봤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누구 한 사람도 집으로 찾아오거나 의회로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1월 새마을운동협의회 회원들이 '일해공원' 지지 기자회견을 연 뒤 의회를 찾아왔는데 그 때 의회에 없어 만나지 못했다."

"그동안 몇 차례 항의를 받은 적은 있다. 그런데 모두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휴대전화로 '발신자제한' 표시를 한 채 전화를 걸어와 항의한 적이 있고, 본인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은 채 문자메시지로 '튀고 싶으냐'고 항의해온 적이 있다. 출향인사라고 밝히는 사람이 실명은 밝히지 않으면서 항의전화를 한 정도에 그쳤다. 당당하게 나서서 왜 반대하느냐고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박현주 군의원은 "왜 뒤에서만 그러는지 모르겠다, 찬성하고 싶으면 실명을 밝히고 당당하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해공원' 찬성하고 싶으면 당당하게 하라"... '일해' 빼고 명칭 재공모해야

군의회에서 제명이 거론된 것에 대해 묻자, 박 군의원은 "제명이 거론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합천군청에서 지난 1월 29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일해공원'으로 확정·공고하자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면서 '일해공원' 철회를 촉구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이날 합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박 군의원은 이 단체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그 내용 속에 '일해공원'을 추진한 합천군과 이에 찬성한 합천군의회(11명 군의원 중 9명)를 가리켜 '만행'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 그 뒤 열린 합천군의회 간담회 때 다른 군의원들은 '만행'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면서 박 군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박 군의원이 '사과할 수 없다'고 나오자 한 군의원이 제명할 수도 있다고 거론한 것.

박현주 군의원은 "여러 번 간담회 때 제명이나 징계·윤리위 회부 등의 말을 해가면서 사과를 촉구했지만, 그것은 사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제명이 거론된 것 자체가 문제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이 나온 뒤, 지방자치법을 살펴보니 제적 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지방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돼 있더라. 만약 그렇게 되면 다수당의 횡포라 생각한다. 현재 각 시·군·구의회의 정당 분포를 볼 때 특정 정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수당이 횡포를 부려도 제재할 수단이 없고,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기회에 관련 규정을 정치 쟁점화해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는 11일 새천년생명의숲에서 5·18광주항쟁 사진전을 비롯해 '현대사 바로알기 놀이마당'을 열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는 11일 새천년생명의숲에서 5·18광주항쟁 사진전을 비롯해 '현대사 바로알기 놀이마당'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일해공원' 관련 갈등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박 군의원은 강조했다. 그 하나의 대안으로 명칭 재공모 방안을 내놓았다. 명칭 재공모를 하되, 문제가 된 '일해공원'을 제외한 상태에서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것.

"재공모를 하더라도 '일해'는 빼야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름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우리는 새천년생명의숲인 줄 알았는데, 군청에서는 그것은 사업명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그냥 편하게 '생숲'이라 불러왔다. 군청에서 '일해공원'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생숲'이라 부를 것이다. 이미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만큼 전 국민을 상대로 재공모를 해서, 좋은 의미에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 군의원은 "'일해공원'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합천은 계속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이번 주부터는 전국의 관련 단체들이 매일 합천에 항의집회를 하러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군의원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서울 용산공고와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를 나왔으며, 부산 늘푸른시민모임 공동대표와 부산여성사회교육원 강사 등을 지냈고, 10여 년 전 귀농했다.

합천에서 박 군의원은 합천초교 운영위원과 합천군여성농민회장,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 여성위원장, 다사리 천연염색 체험학습관 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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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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