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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 인터뷰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자꾸 밥그릇으로 매도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언제 의료수가 올려달라고 했습니까?"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1일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와 같은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행동이 집단이기주의 아니냐는 국민들의 시선도 따갑다.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장동익(58) 회장은 7년 만에 또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는 의사들을 향해 날아든 '밥그릇 싸움' 비난을 여러 차례 반박했다. 장 회장은 "이번 파업은 과거 의약분업과는 다르다"며 여론전에서 이기주의집단으로 내몰린 처지를 억울해 했다.

장 회장은 집단행동이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대의명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의사사회 내부의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장 회장은 "의약분업에 반대한 뒤 지난 7년간 정부의 괘씸죄에 걸려 굉장히 피해를 봤다"며 "우리 스스로 이 땅에서 의사로 태어난 게 한이 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탄했다. 또 "생활고를 비관해서 자살하는 의사가 속출하는 시대가 왔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보건의료의 축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집단행동의 배경을 설명한 뒤 "시민단체도 정부 입장에서 장구를 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의사들, 생활고에 비관 자살하는 시대"

▲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 인터뷰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장동익 회장과의 일문일답.

- 국민들이 이번 의사 파업을 또 '밥그릇 싸움'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직역간 다툼을 중단해야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과거 7년 전 의약분업 사태는 의사와 약사 두 직역간 밥그릇 싸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의료법에 의료수가를 올려달라는 얘기가 있나? 왜 자꾸 밥그릇으로 매도하나. 사실 의약분업 때도 재정적자와 국민 불편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오직 밥그릇 문제로만 매도당했다."

- 의사들이 할복 자해할 정도로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나.
"의사들이 가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 의약분업이 끝난 뒤 지난 7년간 의사들은 정부의 ‘괘씸죄’에 걸려 굉장히 피해를 봤다. 정부에 맞서 싸웠다는 것 때문에. 또 의사들은 오죽하면 이 땅에서 의사로 태어난 것이 한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한이 맺힌 집단이다. 의료수가는 현실화는 안 되고, 매년 의사는 3500명이나 배출된다. 유사의료행위로 인한 피해도 보고 있다."

- 의사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그러니까 생활고를 비관해서 자살하는 의사가 속출하는 시대가 왔다. 바로 얼마 전에도 부산의 산부인과 의사가 대낮에 공원에 올라가서 생활고 때문에 유서를 쓰고 목매 자살했다. 전체 의사의 3분의 1이 한달에 300만원을 못 번다. 월세 내고 간호사 월급 빼면 가져가는 돈은 100만원 조금 넘는다. 이게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 정부는 의협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한다. 의료법 개정안에 합의해 준게 아닌가.
"정부는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한 사항을 의협이 나중에 와서 깨고 나왔다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만 4개월 동안 단 9차례 모임만 가졌을 뿐이다. 또 그 모임에서도 충분한 논의나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복지부에서 갑자기 정부안을 브리핑하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뒤통수를 맞았다. 우리가 언제 논의하고 충분히 합의했나."

-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적인 문제는 뭔가.
"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보건의료의 축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우리는 의약분업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의약분업 때도 국민들에게 피해준다고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도 듣지 않았다. 시민단체도 정부 편을 들어서 장구를 치고…. 피해보는 국민들을 누가 대변하겠나. 결국은 건강 전문가인 의사가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안 나서면 직무유기다."

- 표준진료지침을 도입하는데 반대하는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임상진료지침'이 있지 않나.
"미국은 미국의사협회(AMA)가 전문학회에 의뢰해 진료지침을 만들어 의사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법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는 표준진료지침 작성 권한을 의협에 넘기라는 거다. 우리도 얼마든지 만들어 권고할 수 있다. 표준진료지침을 만들면서 한 질환당 5000만원씩 들여 100억씩 3년에 걸쳐 3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 돈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된다. 또 표준진료지침을 의료법에 넣을 경우 의사들이 4중, 5중 처벌을 받게 된다."

"면허갱신? 변호사, 판사도 몇 년마다 시험 보나?"

▲ 장동익 대한의사협회 회장 인터뷰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그렇다면 미국식 모델을 도입하면 되지 않나.
"그러니까 의사협회에서 권고안으로 하겠다는 거다. 또 (권고안을 지킬 수 있게) 우리에게 자율 징계권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절대 안 주겠다는 거다. 변호사협회는 징계권이 있는데 왜 의사협회는 안 주나. 복지부의 속셈은 심사기준을 600개로 늘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예를 들어 위궤양 환자를 두 달만 치료를 인정한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한 달 만에 나을 수도 있고, 4~5개월 만에 나을 사람도 있다. 그런데 딱 두 달치 치료만 인정해 보험 적용을 하겠다는 거다.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도 누굴 욕하나. 당장 눈앞에 의사들만 '나쁜 XX들'이라고 욕한다. 의사들 속을 들끓게 만드는 얘기 아니냐."

- 정부가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의사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 아닌가.
"우리 스스로도 보수교육을 수십 년간 해 왔다. 현행 의료법에도 이미 보수교육은 하라고 돼 있다. 보수교육 안 받은 의사를 처벌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벌써 보수교육 미필자들 처벌해 달라고 복지부에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처벌 안 했다. 이때까지 처벌 한 번 안하고 지금 와서 무슨 10년마다 별도의 보수교육을 한다는 얘기냐. 면허갱신? 웃기는 얘기다. 면허갱신하는 나라가 전세계 어디에 있나."

- 일부 의사들은 면허갱신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면허갱신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전문의 자격증을 7년마다 갱신한다. 의사 면허갱신과 전문의 자격증 갱신은 명백히 다르다. 시민단체와 정부가 착각하고 있다. 미국도 전문의가 전문 지식을 제대로 갖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 7년마다 보수교육을 통과한 사람만 자격증을 갱신한다. 면허갱신? 그럼 변호사도 몇 년 지나면 면허시험 다시 봐야 되나? 판사도 따로 판사시험 봐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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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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