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고가 난 현장입니다. 사진의 왼쪽 길 옆으로 학생들이 걷고 있었지요.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차가 추월을 하다가 미끄러져서 학생들을 덮쳤습니다.
사고가 난 현장입니다. 사진의 왼쪽 길 옆으로 학생들이 걷고 있었지요.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차가 추월을 하다가 미끄러져서 학생들을 덮쳤습니다. ⓒ 이승숙
지난 1월 30일 아침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날 나는 볼 일이 있어서 오전 11시가 채 못 된 시간에 차를 끌고 집을 나섰다. 우리 집골목을 빠져나와서 큰 길로 막 접어들었을 때였다. 차 한 대가 논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 논은 길에 바로 붙어 있는 논도 아닌데 차가 논 가운데에 서 있으니 참 희한했다.

무슨 일인가 하면서 쳐다봤더니 도로에 웬 차들이 가득 서 있는 거였다. 경찰차를 비롯, 구급차에다 래커 차까지 온갖 차들이 십여대 가까이 한쪽 차선을 채우고 서 있었다.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경황이 없어서 그런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오가는 차들을 수신호로 통제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대충 눈치 보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보통 차량 충돌 사고라면 망가진 차가 서 있거나 아니면 길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진 차가 있게 마련인데 그곳에는 그런 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보이는 거라고는 사고 수습을 하는 사람들과 차량들 밖에 없었다. 참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 뒤에서 일어난 큰 교통사고

@BRI@그날따라 나는 시간이 없었다. 그날 오후 우리 부부는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는 호기심을 누르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볼일을 다보고 오후 1시가 좀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현장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경찰관 몇 분이 사고 현장에서 뒷수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자인 듯한 사람이 뭔가를 열심히 취재수첩에 적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경찰에게 물어봤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까 지나가면서 보니까 차들이 잔뜩 있던데 사고 났어요?"
"예, 큰 사고가 났어요. 국토 순례하던 학생들이 차에 치어 죽었어요."

길 옆 전봇대 뒤에는 주인을 잃은 양말 한 짝이 보이더군요. 양말이 벗겨져도 모를 정도로 상황이 다급했나 봅니다.
길 옆 전봇대 뒤에는 주인을 잃은 양말 한 짝이 보이더군요. 양말이 벗겨져도 모를 정도로 상황이 다급했나 봅니다. ⓒ 이승숙
국토 순례라면 전날 오후에 봤던 그 학생들일 것 같았다. 그 전날, 그러니까 29일 오후에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가톨릭 대학을 지나 호국교육원 쪽으로 가다 보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인솔자의 지휘 아래 걸어가고 있었다.

몇 년 전 이맘때 2박 3일 동안 걸어서 강화도를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는 나는 그 학생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차 속도를 조금 늦추고 그 학생들을 살펴보았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힘차게 걷고 있었다. 대열의 중간 중간에는 인솔자로 보이는 어른 모습도 보였다. 우리나라 땅을 걸어서 체험하는 학생들의 의지에 작은 박수를 보내며 지나쳤는데 그 학생들이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들 같았다.

나는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시간도 없었지만 또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호기심에 묻는 거지만 사고를 당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얼마만큼 큰 아픔일지 짐작이 가서 내 사소한 호기심은 눌러 두기로 했다.

국토순례 중이던 학생들이 큰 사고를 당했다

중국 여행을 마치고 지난 2월 5일 밤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아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들 말이 아주 큰 사고가 났다고 했다. 국토 순례하던 학생들이 여럿 죽고 다쳤다고 한다.

사고가 난 그 전날 밤(29일)에 강화에는 진눈깨비가 살짝 내렸다. 새벽의 차가운 냉기에 길은 얼어붙었다. 아침 해가 뜨면서 대부분 길들은 다 녹았지만 산모퉁이를 끼고 도는 그늘진 길들은 채 녹지 않아서 약간 빙판이 져있었다.

국토 순례를 하던 학생들은 전날 밤에 온수리 성당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새 날이 되자 다시 길을 나서서 한 시간 정도 걸어온 참이었다.

아침 10시 30분쯤에 양도면 조산리 조산초등학교를 지나 약간 굽이진 산모퉁이를 막 돌던 때였다. 대열의 선두에는 대학생 인솔자가 가고 있었고 맨 끝에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승합차가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가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오던 차가 앞지르기를 시도했다.

길 밑 둔덕에는 눈사람 모양을 한 귀마개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귀마개를 쓰고 국토순례를 하던 학생은 무사하겠지요?
길 밑 둔덕에는 눈사람 모양을 한 귀마개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귀마개를 쓰고 국토순례를 하던 학생은 무사하겠지요? ⓒ 이승숙
길이 얼어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운전자는 앞지르기를 감행한 모양이었다. 추월을 할 때는 통상적으로 속도를 높이게 마련이다. 시속 7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던 차는 빙판길에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제 길을 벗어나서 옆 차선으로 돌진했다. 옆 차선 길가에는 마침 국토순례 중이던 학생들이 나란히 줄을 맞춰서 걷고 있었는데 차는 그 학생들을 덮치고 말았다.

승용차는 학생들을 치고서도 멈추지 않았다. 길 밑의 둔덕을 굴러 내려와서 밭을 약 10m 이상 지나서도 차를 멈출 수가 없었다. 밭 밑에는 물이 자박자박 차있는 논이 있었다. 차는 논으로 돌진해서야 겨우 멈췄다. 길에서 둔덕, 그리고 밭, 또 물이 차있는 논까지 몇 단계를 굴러 내려왔지만 차는 너무도 멀쩡했다. 운전자도 별로 다치지 않았다 한다.

겨울철 빙판길에선 차 속도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

시골길들은 산을 끼고 돌 때도 종종 있다. 그런 곳은 한번 얼면 잘 녹지 않는다. 산 그림자가 해를 가리고 있으니 한번 얼어붙으면 잘 녹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길을 달릴 때는 속도를 반으로 줄이고 조심하면서 운전해야 한다. 늘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길을 아니까 미리 대비를 하지만 초행길인 사람들은 모르고 달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사고를 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제(8일) 오후에 사고 현장에 가보았다. 그곳에는 큰 사고가 난 곳이니 조심하라는 펼침막이 전봇대에 걸려 있었다. 눈비가 와서 길이 얼었을 때는 속도를 줄이라는 안내판도 서 있었다. 사후약방문격이었지만 그래도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에는 여전히 차들이 오갔다. 무심히 오가는 차들을 보면서 다 키운 자식을 졸지에 잃은 그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자식을 키우는 어미 입장에서 보자면 그 부모님들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숙연한 마음으로 사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사고 현장에는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길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미끄러지는 차에 휩쓸려서 뿌리째 뽑힌 나무도 보였다. 전봇대 뒤에는 주인을 잃은 양말 한 짝이 비를 맞으며 처연하게 있었다. 길 밑의 도랑으로 내려가 보니 눈사람 모양을 한 하얀 귀마개가 보였다. 저 귀마개의 주인은 무사할까?

길을 굴러내려온 차는 이 밭을 지나 저 밑에 있는 논으로 돌진해갔습니다.
길을 굴러내려온 차는 이 밭을 지나 저 밑에 있는 논으로 돌진해갔습니다. ⓒ 이승숙
부푼 마음으로 국토순례를 준비했을 어린 친구들은 너무도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그 아이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난 사고로 많은 이들이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당하고 말았다.

사고는 정말 순간이다. 운전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차를 운전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산을 끼고 달릴 때에는 어느 곳에 얼음이 얼어 있을지 모르므로 속도를 반으로 늦추고 천천히 달려야 한다. 사고는 늘 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졸지에 떠나보낸 부모님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본다. 잘해 준 거보다 못해 준 게 생각나서 자책하고 괴로워하실 그 부모님들에게 하느님이 보살펴 주셔서 평안이 빨리 찾아오길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아직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떠난 어린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 또 사고 현장에서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본 학생들에게도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 하셔서 두렵고 놀란 마음을 달래 주시기를 빈다. 마지막으로 뜻하지 않게 큰 사고를 낸 운전자와 그 가족에게도 역시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이 함께 하실 거라 믿는다.

승합차 도보 순례단 덮쳐 학생 6명 사상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성당 수련회에 나선 초등학생들이 도로변을 따라 도보 행진을 하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진 승합차에 치여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30일 오전 10시 23분께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조산초등학교 옆길에서 렉스턴 승합차가 도로변을 따라 걷던 학생들을 덮쳐 박모(14.부천 원미초교 6년)군과 정모(14.부천 부원초교 6년)군 등 2명이 숨졌다.

또 서모(14.부천 원미초교 6년)군은 의식불명 상태이고 최모(14.부천 남초교 6년)군 등 3명도 허리와 팔 등을 다쳐 부평성모자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부천지역 모 성당이 주관한 수련회에 참가한 초등학생 29명이 오전 9시 10분 강화도 온수리성당을 출발, 내가면 청소년수련원까지 걸어 가던 중 일어났다.

초등학생 29명은 일렬로 줄을 지어 도로 밖 길을 걷고 대학생이 주축인 인솔자 3명은 행렬 앞, 중간, 뒤에 각각 위치해 함께 걸었으며 또다른 인솔자 1명이 이스타나 승합차를 몰고 행렬 뒤를 따르며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전체 행진 구간 12km 중 5km 가량을 걸었을 때 이스타나 승합차 뒤로 나타난 렉스턴 승합차는 앞차가 비상등을 켠 채 편도 1차선 도로를 따라 서행하자 왼쪽으로 추월하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도로변 오른쪽에 있던 행렬 중간 대열을 덮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렉스턴 승합차 운전자 정모(46.여)씨와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inyon@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07-01-30 16:44 송고]

덧붙이는 글 | 어린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다친 학생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