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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 대중예술인 사전> 표지
<식민지시대 대중예술인 사전> 표지 ⓒ 이준희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하기 힘들고, 해 놓고 보면 그다지 화려한 각광을 받지도 못하면서 오류로 인한 비판은 또 매섭게 받는 작업이 있다. 모든 학문의 기반이 된다는 인문학, 그 인문학에서 또 기반이 되는 사전을 만드는 일이 그렇다.

중국 청(淸) 왕조 전성기의 문화적 역량은 <강희자전(康熙字典)>만 보아도 알 수 있고, 일본 동양학의 높은 수준은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에서 실감케 된다. 광복 이후 전쟁까지 겪는 피폐한 상황 속에서도 10여 년에 걸쳐 완성된 <우리말 큰사전>은 민족문화 재건의 기반이 되었다. 사전이 갖는 문화적 의미는 이처럼 크다.

사전이라 하면 흔히 문자와 관련된 것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기는 하나, 전문용어나 인명, 작품 등 특정 분야에 관한 사전 또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정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사전은 인문학을 집대성한 결과물인 백과사전 편찬에도 밑거름이 된다.

작년 말에 나온 <식민지시대 대중예술인 사전>(강옥희·이순진·이승희·이영미, 소도)은 대중예술이라는 분야의 인명에 관한 사전이다. 대중예술은 한국에서 학문적 대상으로 인식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기에 그에 관한 연구는 아직 대단히 부족하다. 따라서 연구의 기반인 동시에 결과물이기도 한 관련 사전도 거론할 만한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히 ‘사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이니 일단 주목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모두 1960년대에 출생한 40대 연구자인 저자들은 각각 대중소설, 영화, 연극, 대중가요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때문에 이 책에 수록된 140여 명 대중예술인은 대부분 저자들의 연구 분야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책 서문에서도 아쉬움을 언급했지만 무용이나 만화, 전통예술 분야로 대중적 활동을 했던 예술인들은 거의 수록이 되지 않았다.

분야가 대중소설, 영화, 연극, 대중가요 네 가지에 한정되었다고는 해도, 일제시대 대중예술인이 140여 명뿐일 리는 물론 없다. 우선 이력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한 주요 인물을 뽑아 수록하다 보니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일제시대 대중가요에서 작사, 작곡, 편곡, 노래 등으로 등장하는 이름만도 천 개 가까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대중예술인에 관한 정리는 이제 막 시작임을 알 수 있다.

인물에 따라 분량에 다소 편차가 있기는 해도 기본적인 이력은 물론 주요 작품까지 모두 소개하고자 한 서술에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오랜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은 월북 예술인이 북한에서 한 활동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물론 결과로서 완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첫 출발이 되는 작업이었던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기는 하다. 사전의 오류는 그만의 오류에 그치지 않고 그 사전을 인용하는 연구에서 오류의 재생산으로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치밀한 비판과 발빠른 수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연대나 작품에 관계된 소소한 오류를 수정하는 것은 물론, 대중예술인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검토도 필요한 작업이다. 많은 대중가요 가사를 지은 김억이나 이하윤이 대중예술인 범위에 든다면, 못지 않게 많은 대중가요를 작곡한 홍난파 역시 이 사전에 올랐어야 할 인물인 것이다.

사전 같은 이른바 ‘공구서’는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게만 필요할 것 같지만, 다행히도 <식민지시대 대중예술인 사전>은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되는 사전인 동시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일종의 열전이기도 하다. 그 덕에 부담 없이 한 번씩들 읽어보시기를 이렇게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다.

식민지시대 대중예술인 사전

강옥희, 이순진, 이승희, 이영미 지음, 소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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