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날이 저물어갈 무렵, 서울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허브 공원에 올라갔다. 그 공원은 강동구 일자산 자락에 터를 잡고 있었고, 하늘의 별과 달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천문 공원이기도 했다.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볐다. 모두들 그 공원을 벗 삼아 운동도 하고 또 남몰래 데이트도 할 겸 찾은 것 같았다. 그만큼 어린 꼬마 녀석들부터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까지도 그곳 둘레를 돌고 있었다.
그곳이 허브공원인 까닭에 공원 한복판에는 온갖 허브들이 즐비했다. 내가 아는 것은 로즈마리뿐인데, 그 밖에도 이름 모를 허브들이 숱하게 자라고 있었다. 물론 겨울철이라 그런지 모든 잎들이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이제 봄이 다가오면 곧장 그 잎들이 기지개를 켜지 않겠나 싶다.
공원 한쪽 모퉁이에는 그야말로 멋진 식물원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공원에서 보지 못한 허브들이 그곳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공원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허브들과는 달리 이 식물원 안에서는 그야말로 생긋생긋한 허브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허브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까지도 이 식물원 안에 적혀 있는 안내문을 본다면 아마도 상세하게 알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그 식물원 속에서 얼마나 깊숙이 허브들과 대화를 했는지 날이 저물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식물원 밖을 나와 보니 벌써 날이 어두컴컴했다. 그런데 식물원 옆쪽으로 밤하늘의 달과 별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치 천문대를 세워놓은 듯한 단상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벌써부터 할머니 한 분과 손녀딸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비쳤다. 아마도 그곳은 젊은 남녀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그 곳 한 켠에서 멋진 노을을 바라보았다. 노을 진 태양이 수많은 가지들 뒤로 수놓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노을빛이 얼마나 따스하고 정감 어리던지 그 손녀딸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던 할머니의 모습 같았다.
모든 곳들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목에서 하늘을 향해 2월 달을 바라는 소원을 아룄다. 일자산 허브 천문 공원처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끼치는 2월 한 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는 일자산 허브 천문 공원이 그야말로 하늘을 향해 환히 뚫려 있기도 했지만, 그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향기를 내 품어주는 이로움을 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일자산 허브 천문 공원처럼, 나 자신의 삶도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잇는 향기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