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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청산가자'의 저자 김진명씨
'나비야 청산가자'의 저자 김진명씨 ⓒ 여의도통신 김진석
- 감노을·윤문선·샨리·가네히로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모두가 젊은 세대들이다. 청년 세대에 대한 애증 같은 것이 묻어나는데, 그런 감정이 작용했나?
"우리는 지금 북한 핵 개발이 가져온 위기를 겪고 있다. 앞으로도 동북공정, 제2의 얄타협정과 같은 큰 위기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럴 땐 그 나라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같은 책이나 보고 있고, 달콤한 개인의 행복에만 빠져 있다. 그런 그들에게 간단치 않은 조국의 현재와 미래를 알려주고 싶었다."

- 가장 극적이었던 장면은 재미동포 고폭 전문가인 윤문선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120시간 동안 굶기는 것이었다.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북한은 지도층하고 일반인들이 따로 놀고 있다. 인민들은 굶어죽고 있는데, 장군들은 벤츠를 타고 다닌다. 그런 놈의 나라가 어떻게 제대로 되겠는가. 이런 북한의 문제를 직시하자는 취지로 설정한 상황이었다. 당신들 북한 지도층이 반성하지 않고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 굶기는 기간을 120시간으로 설정한 이유는?
"사람이 물없이 살 수 있는 시간이 5일인데, 140시간이 지나면 죽는다고 한다. 차마 죽일 수는 없었기에 120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 힐러리를 연상케 하는 미국 대선 후보 제나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과 핵폐기 합의도 극적인 장면이었다.
"'김정일 감금'처럼 작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장면이다. 현재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면서 세계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한번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북핵 해체를 남한에서 온 기술자들이 주도하도록 설정한 것은 살얼음판 같은 현재의 국제정세 속에서도 우리의 주권을 뺏기지 말자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 가장 애정이 갔던 인물은?
"윤문선이다. 자신이 주도한 핵 개발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추진됐고, 애초의 의도와 달리 나쁘게 쓰이는 것을 깨닫고 김정일을 가뒀던 그는 마지막에는 조국을 위해 자살한다. 참 아름다운 청년이다. 내가 창조해 놓고도 가슴이 아프다."

김정일 120시간 동안 굶긴 까닭은

ⓒ 여의도통신 김진석
-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은 현재의 대선구도 상황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한나라당의 박근혜-이명박)'과 '그라운드 제로(지리멸렬한 열린우리당)'의 대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선전략 보고서가 제시한 대로 여권 후보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번 선거는 알 수 없다. 물론 거기에는 손학규 전 지사가 여권으로 가야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여권은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여권의 사람들은 누구라도 지난 4년간 노무현 대통령의 문제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사람들도 이제 그것만으로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여권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른 인물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 어떤 특징을 가진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 그것이 중요하다. 고건 전 총리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대통령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투쟁 경력이다. 정운찬 전 총장 같은 경우는 일단 밥상이 다 차려지면 숟가락 들고 먹을 수는 있지만, 밥상 차리기가 어렵다. 그런 사람은 안 된다."

-소설 속 '대선전략 보고서'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오픈 프라이머리'의 성사다. 손학규의 탈당과 여권 합류, 정동영과 김근태와 천정배의 감동적 사퇴, 손학규와 정운찬과 문국현의 경선 시작, 마지막 카드 박원순의 전격적 동참 등의 시나리오까지 그럴 듯하게 제시했다. 정말 '오픈 프라이머리'의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나?
"1차원적인 '오픈 프라이머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인물이 안 되면 바람으로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경선을 얼마나 극적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경선에 들어가되 아주 멋들어진 경선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이런 경선과 선거는 한번 보고 죽는 것도 좋다'는 느낌을 심어주어야 한다."

- 한나라당 후보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들은 너무 확실한 후보라서 시간이 갈수록 지루해 질 것이다. 지금이야 찬란해 보이지만 모두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 흐름은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 소설 속에서 이번 대선이 '국제선거'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정했다. 실제로 소설에서 묘한 PSI, 남북관계, 한미관계에 대한 대선 주자간의 시각차는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대선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북한이 지난 4년을 겪어보고 나서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이해가 너무나 명확하게 갈린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된 것 같다. 따라서 그들은 어떻게든 개입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의 서울 방문 카드 같은 것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양날의 칼'이기 때문인데, 거꾸로 보수층의 대결집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것은 북한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남북 전 민족의 가슴 속에 은근하게 흐르는 반미·반일 감정을 이용하는 경우다.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 의해서 부당하게 압박받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낭림호 사건이 그 전형이 될 것이다. 남북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시하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한반도 위기 심각성 알아야 한다"

ⓒ 여의도통신 김진석
- 소설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다시 한번 고백하지만 이명박 평가 부분이었다. 부동산 투기로 부자가 된 사람을 결국에는 적당히 쓰고 말았는데, 수위를 조절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이 아주 중요하다. 나라의 운명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심해지고, 대일적자는 사상 최대가 됐다. 전 세계에서 돈 벌어 일본에 바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중국 경제는 우리를 바짝 뒤쫓아 오고 있다. 나라가 망하면 개인도 없다. 전 세계 강국의 구성원들은 언제나 나라를 먼저 생각해 왔다.

애국의 길로 나아갈 때 희망이 생긴다. 애국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행위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이 나라가 처한 엄혹한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한반도 주변을 감돌고 있는 위기의 바람을 제대로 감지하고 대비하기를 바란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대선 전략 보고서'

<나비야 청산 가자> 제1권 '신당의 전략'에는 이번 한국 대선과 관련된 한 편의 '대선 전략 보고서'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앙가주망'이라는 프랑스의 컨설팅 회사가 총련 계열 재일동포 기업가의 의뢰를 받고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상의 문건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픽션'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대선 주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실명이 등장하는 이 문건을 읽다 보면, 이것이 과연 소설인지 현실인지 모호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정치적 상상력을 키워보자는 차원에서 '진짜 보고서' 뺨칠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 '가짜 보고서'를 발췌해 소개한다. 현실 정치가 이 문건의 각본대로 움직여 나갈 것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정치의 손에 달려 있다.

"손학규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치인입니다. 그는 전혀 때가 묻지 않았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행적이 깨끗하고 정의롭습니다. 게다가 그는 신당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 마인드와 실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명박의 청계천 개발을 크게 인정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손학규가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투쟁해 경기도에 필립스의 대형 투자를 유치해 6만 개의 일자리를 마련한 건 청계천보다 훨씬 큰 공적입니다.

또한 그는 전 연령층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신선한 후보이면서 안정감도 있고 강력한 정치투쟁 경력이 있습니다.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기자들이나 전문가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은 모두 그를 대통령감 1위로 뽑았습니다. 그의 유일한 약점은 인지도가 낮다는 것인데, (범여권 신당의) 경선에 참여하고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만 한다면 그 문제는 일시에 제거될 것입니다.

…(중략)…모든 작업은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정동영·김근태·천정배 세 사람이 시작합니다. 빈약하기 짝이 없고 경선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나가게 됩니다. 재미없는 선거로 출발하는 거죠. 그러다 차츰 선거전이 격화되면서 극적으로 손학규가 합세하게 됩니다. 그 때까지 손학규는 한나라당과 범여권을 모두 아우르며 어떠한 제한도 없이 전 분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무엇에도 붙들리지 않는 아주 양심적이고 지성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에 쓴 소리를 할 수 없는 박근혜·이명박과는 달리 손학규는 소속 당인 한나라당의 잘못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한나라당과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하고 한나라당의 일부 인사들은 손학규를 쫓아내려 합니다. 국민들은 모두 정의로운 손학규가 한나라당에서 나와 신당으로 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손학규는 배신당함으로써 배신하는 것입니다.

손학규가 극적으로 신당에 합세해 경선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시기는 늦으면 늦을수록 좋습니다.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여타 후보와 손학규의 싸움이 극도로 치열해졌을 때 양심적인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경선을 시작하기 직전에 정동영·김근태·천정배가 자진해서 빠지는 페어플레이 모습을 보이며 뭔가 정치판에 새로운 태풍이 불어왔다는 희망을 주는 겁니다.

참가한 후보들은 다 장점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각본대로 하면 경선은 일대 드라마가 될 것이고 정치에 등을 돌렸던 국민들조차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입니다. 마침내 신데렐라 같은 후보가 탄생하는 겁니다. 이미 정운찬·문국현·손학규·박원순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후보군은 이제까지 한나라당이 늘 우위를 보였던 정책 수행 능력, 경제 마인드 등에서 오히려 이명박·박근혜보다 더 신뢰를 주게 됩니다. 개혁성이나 청렴도는 월등한 차이가 나지요.

이것이 필승 전략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월 5일 발간된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 창간준비 3호에 실린 커버스토리입니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2004년 6월 1일부터 21개 지역언론 회원사와 손잡고 '풀뿌리언론의 국회특파원'으로 활동해온 여의도통신이 지난 2년 8개월의 성과를 기반으로 발간하는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은 오는 3월 5일 정식으로 창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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