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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권지희 기자] 임종인·이계안·최재천·천정배·염동연 등 열린우리당의 중진급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는 등 여당의 정계개편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여성 비례의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사수파’로 분류되는 윤원호 의원을 제외한 12명 전원이 ‘통합신당파’ 주변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는 “일단 몸을 낮추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자”로 굳어진 분위기다. 물론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이 이례적으로 2·14 전당대회 준비위원을 맡는 등 적극적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말과 행동을 아끼고 있는 상황인 것. 초선의원이다 보니 정계개편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도 어려울 뿐더러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을 잃게 되는 비례의원이라는 신분이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BRI@A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설사 의원님이 통합신당에 몸을 싣더라도(탈당하더라도)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보장받기는 어려운 일 아니겠느냐”면서 “지금으로서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착잡해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비례의원들이 지역구 다지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당헌상 비례의원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계개편 논의가 있기 전부터 지역구 도전을 준비해오기도 했지만,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중앙정치’에 목을 매기보다는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18대 총선에 대비해 ‘지역정치’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계산에서다.

당 안팎에서는 “남성 비례의원에 비해 지역구로의 도전 의지나 준비가 이미 앞서 있는 상태”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의 경우 일찌감치 지난 2005년 6월 영등포에 사무소를 개설해 여당 여성 비례의원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었다. 벌써 1년 반 전이다.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어 중앙정치에도 발을 담그고 있긴 하지만, 지역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얼굴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의원을 지낸 유승희 의원(서울 종로)과 인천시의원을 지낸 홍미영 의원(인천 부평)은 지방정치에서의 경험을 살려 보육정책 등 지역 챙기기에 나섰고, 김현미 의원(경기 고양 일산서)·이경숙 의원(서울 영등포을)·이은영 의원(서울 용산)·윤원호 의원(부산 북강서을)·장복심 의원(전남) 등도 표밭 갈기에 한창이다.

한 총리, 당 복귀하면 최초 여성 당의장 될 수 있을까?
이미경 의원은 장영달 의원에 고배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이미경 의원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장영달 의원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원내대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끝내 좌절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 장영달 의원(전북 전주 완산갑·4선)이 총 투표자 수 112명(무효 2표) 중 78표를 얻어 32표를 얻은 이미경 의원(서울 은평갑·3선)을 이기고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당 안팎에서는 “여야를 떠나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내 여성의원들의 지원도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미경 의원은 앞서 ▲계파를 떠나 능력 있고 소통 잘하는 의원에 힘 실어주기 ▲새로운 인물 발굴에 총력을 경주하기 ▲여성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에 힘 실어주기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미경 의원은 낙선이 결정된 직후 소감 발표에서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112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비록 졌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다시 한번 긴장하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보람일 것”이라고 말해 통합신당 분위기에 힘을 싣기도 했다.

같은 날 이미경 의원은 2·14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인선위원회에 여성 몫으로 임명됐다. 인선위원은 김원기·이해찬·이용희·장영달·김한길·문희상·신기남·유재건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새 당의장에는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2·14 전당대회에 즈음해 한명숙 국무총리가 당으로 복귀할 경우 최초의 여성 여당 의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여론도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 총리는 참여정부 초기에 ‘당의장 기용설’이 나돌았지만 ‘없던 일’로 됐고, 2005년 4월 당의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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