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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속에 밥을 넣고
유부속에 밥을 넣고 ⓒ 정현순

"할머니 유부초밥 해줘."

3일 아침이다. 손자가 이번엔 아침부터 유부초밥을 만들어 달란다. 어린 손님이 더 까다롭다고 하더니, 약간 귀찮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안 해준다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터. 그렇다고 사서 먹이기도 그렇고.

"그래~" 일단 대답을 해놓고는 맥놓고 앉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부엌일 하기가 왜그 리 싫은지. 그러다 지난번 몇 개 남겨놓은 유부가 냉장고에 있다는 생각이 났다.

유부, 양념과 밥
유부, 양념과 밥 ⓒ 정현순

채소와 식초등을 넣고 골고루 잘 섞어놓은 밥
채소와 식초등을 넣고 골고루 잘 섞어놓은 밥 ⓒ 정현순

얼른 일어나 냉장고에서 유부를 꺼내었다. 그리고 보온밥통에 있는 밥을 조금 덜어 양념을 넣고 골고루 섞어주었다. 손자는 유부초밥 만들 준비를 보면서 벌써부터 신이 나 있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갈 때에 난 자동차 안에서 먹을 김밥과 유부초밥을 준비해 가곤 한다. 지난번에도 유부초밥 싸간 것을 손자가 먹은 기억이 나나보다.

국물을 꽉 짜놓은 유부
국물을 꽉 짜놓은 유부 ⓒ 정현순

포장되어 있는 유부를 꺼내어 국물을 꼭 짜서 준비해 놓는다. 오래 전에 유부초밥을 쌀 때에는 튀겨 놓은 유부를 사서 집에서 간장과 설탕을 넣고 졸여서 만들어 먹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게에 가기만 하면 유부초밥을 싸기에 편한 여러가지 유부들이 나와 있다. 얼마나 편하고 좋은 세상인지.

먹기좋게 작게 자르고 미역국을 준비
먹기좋게 작게 자르고 미역국을 준비 ⓒ 정현순

양념과 잘 섞어진 밥을 유부에 넣는다. 하나둘씩 유부초밥이 만들어진다. 싸다보니 유부가 부족했다. 나머지 밥으로는 꼬마 주먹밥을 만들었다. 양념과 밑간이 되어 있어 꼬마주먹밥도 먹을 만했다. 그위에 김을 조금맣게 잘라서 붙여주니 재미있는 꼬마 주먹밥이 되었다. 유부초밥도 손자가 먹기에는 너무 커서 반으로 잘랐다.

그리고 따뜻하게 데운 미역국과 유부초밥과 꼬마김밥을 섞어 한 접시를 만들었다. 손자는 두 가지 밥을 보더니 꼬마김밥부터 가지고 간다. 아침밥을 아주 조금만 먹는 손자가 한 접시를 뚝딱 비운다. 손자가 놀러와서 밥을 잘 먹고 탈이 나지 않아야 할머니 마음이 좋은 법. 잘먹는 손자를 보니 내 마음이 좋다.

"우진아 무엇이든지 잘 먹야 네가 바라는 키가 쑥쑥 잘 자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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