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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 오명관
황 대표가 매월 2일에 170여 명의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무료로 대접한 지 어언 8년. 자원봉사를 하는 황 대표의 따뜻한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국을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드셨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는데, '어디서 봤더라...'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 맞다!' 번뜩 기억이 나네요.

지난 1월, 영등동 '사랑의 빵굼터'에서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 김명진군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셨던 백영미씨가 오늘은 딸 김보람(고교 2년)양과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고 합니다.

사랑의 빵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만났던 백영미 씨. 오늘은 딸 김보람(고교 2년)양과 봉사활동 하러 왔다.
사랑의 빵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만났던 백영미 씨. 오늘은 딸 김보람(고교 2년)양과 봉사활동 하러 왔다. ⓒ 오명관
여기서 또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들어 인사를 건넸는데 역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딸 김보람 양과 함께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고 밝아 보일 수가 없네요.

오늘 처음 오신 분도 계시고 오신 지 몇 년 되신 분도 계셨는데 워낙 황 대표가 오랬동안 이 일을 해서 그런지 소문듣고 오신 분들 또한 많았습니다. 특히 멀리 왕궁에서 오시는 분도 계신다고 합니다.

이종선(76) 할아버지는 "여기 온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정말 고맙고 좋아"라고 하시면서 한 그릇 뚝딱 비우시고 "나 한 그릇 더 줘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빈 그릇을 보여주며 메아리가 울리 듯 "한 그릇 더 줘요"를 외치시네요.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떡국을 드시고 있다.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떡국을 드시고 있다. ⓒ 오명관
12시가 되자 둥근마음재활원에서 생활하는 정신장애인 40여 명이 도착했습니다. 이 분들께는 매월 2일과 2째·4째주 토요일에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황 대표는 이렇게 열성을 다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반자이다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천생연분'이란 바로 이 두 분을 두고 하는 말일테지요.

한 자원봉사자가 떡국을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가 떡국을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있다. ⓒ 오명관
평균 170여 분이 오는데 오늘은 180분 이상이 오신 것 같다고 합니다. 떡이 다 떨어져 국과 밥도 같이 드려야겠다고 합니다. 황대표는 쉼 없이 오시는 어르신들께 "얼른 오세요. 추우신데 고생하셨어요"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무료식사 제공하는 날은 영업을 안 하는데, 모르고 오는 손님들에겐 "죄송합니다. 오늘은 식사가 안됩니다"하시며 돌려보내셨습니다.

황 대표는 이렇게 식사를 다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잘 먹고 갑니다"하시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배웅하며 "길 미끄러우니 조심히 가시고 한 달 뒤에 또 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는 곳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점심을 대접하느라 분주해서 정신이 없을 법한 주방에선 '깔깔깔' 웃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언제부터 떡국을 준비해느냐"라는 질문에 황 대표는 "떡국에 쓸 사골을 진하게 우려내기 위해 어제부터 밤새도록 끓였습니다"라며 "떡에 쓴 쌀이 40kg정도이고 쇠고기는 약 5kg정도 썼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필자도 오늘 배를 두드릴 정도로 푸짐한 떡국 한 그릇을 먹고 왔습니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비싼 떡국을 먹었단 생각에 지금도 배가 따뜻하고 부르네요.

이웃사랑과 봉사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겠지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없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빛이 납니다. 황 대표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아직도 익산시는 참 따뜻하고 살만한 도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지네요.
첨부파일
omg71_343475_1[1].wmv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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