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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일방적인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기자들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시사저널의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언론노조는 2일 오전 삼성본관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차 진입을 가로막는 삼성경비직원들과 언론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장의 일방적인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기자들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시사저널의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언론노조는 2일 오전 삼성본관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차 진입을 가로막는 삼성경비직원들과 언론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민국이 다 삼성 땅이야?" - "차 빼세요, 인도잖아요."

삼성 본관(서울 태평로) 앞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이하 언론노조)은 2일 파업중인 <시사저널> 노동조합과 함께 삼성의 언론통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의 방송차량이 기자회견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께 삼성 본관 앞에 자리를 잡자 경비업체 관계자들이 정문 앞에서 떨어져 줄 것을 요청했다. 한 발짝도 비켜주지 않으려는 경비업체 관계자들과 언론노조간 고성이 오갔고, 10여분간 실랑이가 계속됐다.

주최측은 결국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열 발자국 정도 본관 정문 앞으로 이동한 뒤 기자회견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등 정계 인사와 이중근 경향신문 노조위원장, 최상재 SBS 노조위원장, 이준호 오마이뉴스 노조위원장 등 언론노조 소속 지부장들이 참석했다.

<시사저널> 기자들, 삼성 앞으로 모인 이유

이날 기자회견은 삼성 본관 앞에서 열렸다. 7개월째로 접어드는 <시사저널> 사태는 경영진의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관련 기사 삭제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금창태 사장은 지난해 6월 인쇄 과정에 있던 870호 중 삼성 관련 기사 두 페이지를 삭제했다. 이윤삼 당시 편집장은 경영진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했고, 이에 반발하는 편집국 기자들은 줄징계를 당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는 등 사태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는 그동안 사회 막후에서 행사됐던 삼성의 힘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이라며 "삼성은 기자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기사를 빼기 위해 경영진에 로비를 벌였고, 중앙일보와 삼성 출신인 금 사장이 이에 발맞춰 기사를 삭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시사저널> 기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사태가 벌어진 데는 삼성의 책임이 크다"며 "(경영진의 대체 편집위원으로 제작되는) '짝퉁' 시사저널 제작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인물이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전략홍보팀 상무이사를 지낸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10년 전 김중배 선생 말씀, 지금 말뜻 실감"

사장의 일방적인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기자들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시사저널의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언론노조는 2일 오전 삼성본관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장의 일방적인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기자들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시사저널의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언론노조는 2일 오전 삼성본관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천영세 의원은 지지발언에서 "자본이 노동을 지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언론인들의 저항정신마저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지금까지 언론을 통제하던 방식으로 시사저널을 지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삼성을 겨냥했다.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정치 쟁점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학림 위원장은 "금 사장이 일방적으로 기사를 삭제한 것은 시사저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삼성이 그동안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이번 사태가 확대되고 모든 문제점을 파헤치게 되면 '삼성이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좌절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중근 경향신문지부 위원장은 "10년 전 선배 언론인인 김중배 선생은 동아일보를 떠나면서 '이제부터 정치 권력이 아니라 자본 권력이 언론을 속박할 것'이라고 갈파했지만, 당시 선배 언론인의 개인적 분석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오늘 그 말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정치권력이 총칼로 언론을 통제했다면, 지금은 자본권력이 밥줄로 목을 죄고 있다"며 "그 결과, 어떤 언론도 거대한 사회악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려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론이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만큼, 자본도 자리를 지켜달라"며 "잘 키운 언론 매체, 열 자본 안 부럽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상재 SBS본부 위원장은 과거 금 사장과의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5년 정도 지난 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을 할 때 구산동 결핵환자를 위한 재단에서 환자에게 들어갈 지원금과 후원금 횡령한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중이었다. 어느 밤 언론계 대선배라는 사람이 집으로 전화를 해 '취재나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윽박질렀다. 그와 검사 출신 변호사 때문에 석달동안 애를 먹었다. 다행히 재단이사장이 구속됐다. 5년이 지나 이번 사태가 터지고 과거 (애를 먹였던) 사람이 금 사장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당시 금 사장은 문제가 된 사회복지재단인 '사랑의 보금자리' 이사를 맡고 있었다. 최 위원장은 "지금도 지난 기억이 생생한데, 그동안 <시사저널> 기자들이 금 사장을 편집인으로 모시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충분히 공감한다"고 파업중인 기자들에 동감을 표했다.

"짝퉁 <시사저널>의 징계는 무의미"
<오마이뉴스> 기고문으로 무기정직 받은 고재열 기자

"군사 독재시절에 민주화 투사들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별을 달았다. 이번 징계도 훈장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고재열 <시사저널> 기자는 여유로웠다. 회사로부터 무기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되레 기다렸다는 듯한 말투였다.

고 기자는 지난 1일 회사 징계위원회로부터 무기정직을 통보받았다. 그는 지난달 9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시사저널 커버스토리, 이것이 기사면 파리도 새다'는 칼럼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고 파업 종료 이후부터 무기정직을 받게 됐다.

고 기자는 장영희 취재총괄팀장과 백승기 사진팀장에 이어 세 번째 무기정직 처분을 받았다. 노사간 교섭이 재개된지 하루만에 내려진 사측의 결정이다. 이들을 비롯해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한 기자 17명이 줄징계를 받은 바 있다.

고 기자는 2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선배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기사를 쓰기에는 부적절한 위치에 있는 김행씨 같은 분은 잡지를 통해 기사를 싣는 반면 기사나 논평 등으로 의견을 밝혀야 할 기자들은 쓸 공간을 잃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에게 줄징계를 내리고, 직장폐쇄를 하는 것은 '미디어 홀로코스트'(대학살)"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사측의 징계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짝퉁' <시사저널>을 위해 일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은 고 기자를 비롯해 지난달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실은 서명숙 전 편집장과 이를 게재한 <오마이뉴스>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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