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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골이 휘어질 정도다. 그러나 각 대학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지출은 부풀리고 수입은 줄여 책정하는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1일 발표한 2005년 전국 153개 사립대(산업대 포함) 예·결산 분석자료에서 드러났다.

@BRI@이들 대학의 지출예산은 약 10조9100억원. 그러나 실제 쓴 돈은 9조9000억으로 1조원 가량 지출이 줄었다. 지출예산을 부풀린 것이다. 또 수입예산은 11조2400억원이었지만 실제 11조4700억원이 벌어들여 수입이 2300억원 정도 더 늘었다. 수입예산을 줄인 것이다.

결국 총 1조2300억원을 남긴 셈이다. 예산을 짤 때 지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면 그만큼 남는 돈이 많아진다.

주먹구구식 행정, 사립대 1조2300억 남겨

연구소측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등록금 수입(7조4600억원)은 전년도(7조700억원)에 비해 약 3900억원 증가했다. 예산 부풀리기 및 축소편성으로 남긴 1조2300억원이 등록금 인상분에 비해 무려 3배에 달한다.

예산을 합리적으로 짜면 등록금을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는 이런 식으로 예산을 짠다 해도 등록금 인상 없이 학교측엔 8400억(1조2300억-3900억)이 남는단 얘기다. 이는 재정상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사립대측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대학측은 1조2300억원의 돈을 대부분 이월금 및 적립금으로 넘기고 있다. 연구소 자료를 보면, 적립금이 애초 예산보다 6300억원, 미사용 차기 이월금이 6000억원 더 증가했다. 이를 합하면 예산편성으로 부풀린 1조2300억과 일치한다. 2005년 애초 계획한 적립금 및 이월금은 3300억원이었으나 최종 액수는 다섯 배 가까운 1조5700억원이었다.

특히 적립금 가운데 건축기금과 기타기금 증가액이 각각 2900억, 2700억원이었다. 이는 사립대가 건물매입·건축 등 학교자산 확충에 충당하거나, 특정한 목표 없이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측은 미사용 차기 이월금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하나 이 금액이 6000억원에 달한다는 건 그만큼 예산편성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면서 "예산을 결산에 근접하게 책정해 적립금 및 이월금 과대발생을 막는다면 등록금을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은 돈, 전년에 비해 20.6% 증가... 수도권 대학 특히 심해

이런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은 전년도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4년엔 수입 예산 축소 120억원, 지출 예산 확대 1조130억원 등 모두 1조1250억원이 부풀려 편성됐다. 남긴 돈이 2005년 들어 약 20.6%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특히 수도권대학에서 심각하게 드러났다. 부풀리기 및 축소 예산편성 상위 20개 대학 중 2위 고려대(550억)를 비롯해 홍익대·서강대·건국대 등 수도권 대학만 13곳에 이르렀다.

<표3> 05년 뻥튀기 및 축소 예산 편성이 심각한 상위 20개 대학
(단위 : 백만원, 배수)
순위대학명뻥튀기 및 축소
예산편성 규모(A)
등록금수입
증가분(B)
차액
(A-B)
배수
(A/B)
1건양대64,3232,65961,66424.2
2고려대55,02217,43037,5923.2
3홍익대47,8005,31442,4869.0
4서강대44,3132,92641,38715.1
5대구대43,2383,58339,65512.1
6건국대39,5258,20031,3254.8
7숭실대32,7164,34428,3727.5
8동국대31,78710,52521,2623.0
9연세대31,47218,35313,1191.7
10영남대30,5349,66420,8703.2
11숙명여대30,4056,45223,9534.7
12포항공대27,1391,26025,88021.5
13수원대27,0082,05524,95313.1
14성균관대23,3589,05114,3072.6
15계명대23,0186,06516,9533.8
16가톨릭대21.1846,19314,9913.4
17원광대20,8661,95318,91310.7
18경희대20,65811,7058,9531.8
19한양대19,08411,7197,3651.6
20조선대18,4562,96815,4886.2
주1) 134개 일반대 및 산업대 대상 (04년 대비 05년 등록금수입총액 감소 대학 제외)
주2) 뻥튀기 및 축소 예산편성 규모 = 교비회계 수입총액 예·결산 차액 + (지출총액-특정기금적립-
      차기이월자금)의 예·결산 차액
주3) 등록금증가분 = 교비회계 자금계산서 상의 05년 등록금수입총액-04년 등록금수입총액

자료 : 한국대학교육연구소
ⓒ 한은희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제4조3항)'대로 추정결산 등 합리적 자료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사립대 자율성' 탓에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소측은 교육부에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사립대가 합리적인 예산을 편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사립대측엔 "이유없는 등록금 인상을 없애고 대학구성원에게 예산 편성 및 재정 운영 관련 자료를 보다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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