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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고전 읽기> 표지
<열정적 고전 읽기> 표지 ⓒ 출판사
키토의 <그리스인>,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흥망사>, 윌리스 퍼거슨의 <르네상스>, 앙드레 모루아의 <영국사>,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존 듀이의 <학교와 사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누구나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고전들의 목록이다. 만약 위에 열거된 고전들을 남김없이 흡수해서 머릿속에 촘촘한 거미줄처럼 네트워크화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지성인"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미래사회에선 인공 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단순한 정보 입력 및 저장과 지적 사유(思惟)는 전혀 별개의 영역이지만.

그렇다면 드넓은 고전의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여기에 방대한 고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친절한 입문서가 있다. 다름 아닌 조중걸의 <열정적 고전 읽기> 시리즈.

이 책은 예술, 철학, 역사, 사회, 과학 등 분야별로 엄선한 고전들을 알기 쉽게 요약, 해설하고 원전(原典)의 일부를 발췌해서 맛보기 형식으로 소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고전과 친숙해지도록 배려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작업이 일회성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이다. 일단 <열정적 고전 읽기(예술, 철학, 역사, 사회, 과학 등)1>로 시작해서 앞으로 <열정적 고전 읽기 (예술, 철학, 역사, 사회, 과학 등)2, 3, 4...> 등으로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각 분야별로 엄선된 고전작품들을 훑어보면 우선 예술 분야에선 아널드 베네트의 <문학적 취향>, 에른스트 카시러의 <인간론>,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버나드 마이어스의 <예술의 이해>, 로버트 페인의 <예술의 세계>, 윌리엄 플레밍의 <예술과 사상>이 선발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철학 분야에선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에피쿠로스의 <훌륭한 삶>, 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니체의 <선악의 피안> 등이 엄선되었고, 사회 분야에선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이 눈길을 끈다. 그외에도 역사 분야에서 아널드 토인비, 에드워드 카, 에드워드 기번, 에른스트 카시러 같은 쟁쟁한 인물들의 작품이 다루어지고 있고, 과학 분야에서도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같은 명저들이 목차에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드넓은 고전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이 드넓은 고전의 바다를 혼자 항해하려면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고전의 바다를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며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시행착오를 절반으로 줄일 수도 있다.


고전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고전의 바다를 항해하기 전에 우리는 한 가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고전(古典)이란 무엇일까?

언젠가 조중걸씨 인터뷰 기사를 본 적 있는데 그때 이런 얘길 했다. "책도 시대의 소산인 만큼 그 시대의 맥락, 패러다임과 세계관의 연관과 이해 속에서 시대의 일부로 읽혀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고전이란 그 시대의 소산이요 일부로서 그 시대와 끊임없이 소통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시대를 초월하여 소통하는 작품이 아닐까?

마침 <열정적 고전 읽기 - 예술편>의 첫 장에 그와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저자가 아널드 베네트의 <문학적 취향>을 가장 먼저 배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널드 베네트의 <문학적 취향>에 따르면 고전은 다수(多數)의 지지가 아닌 열정적 소수(小數)에 의해 견인되면서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흔히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을 고전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원래 학문적이고 심미적인 세계엔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중(大衆)은 무식하고 몰취미하게 마련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전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따라서 진정한 고전은 "열정적 소수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인류에게 지혜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제 고전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본격적으로 고전의 바다로 뛰어들 차례다. 과연 우리는 고전에서 무얼 얻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고전을 통해 인류의 근원을 탐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싼 사회 환경, 제도, 관습들의 기원을 하나씩 더듬어 나갈 것이다.

국가란 무얼까? 사회란 무얼까? 예술이란 무얼까? 아름다움(美)이란 무얼까? 권력이란 무얼까? 돈이란 무얼까?... 누구나 평소에 이와 같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태초에는 국가도, 사회도, 예술도, 권력도, 돈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와 같은 개념들이 서서히 정립된 것이다.

고전은 바로 그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고전을 읽다 보면 정반대의 길을 제시하는 이론들을 만나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 책들이므로 항상 즐겁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막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 조중걸의 <열정적 고전 읽기>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해 나가길 바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은 대입 논술용 참고서가 아닌 일반 대중(大衆)과 고전(古典)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만들어진 노작(勞作)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조중걸 교수와 함께 열정적 고전 읽기 - 철학 2

조중걸 지음, 프로네시스(웅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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