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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MBC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진영 전 아나운서에 관한 많은 글들이 눈에 띈다.
ⓒ 화면캡쳐
"전주MBC의 한 아나운서가 비정규직 문제로 현재 힘들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인신공격적 발언은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주MBC는 이 사태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디 '희망', 29일 전주MBC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중)

"이진영 아나운서의 사례는 구체적인 재계약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정규직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예견됐던 대대적인 비정규직 해고사태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31일 전북민언련 성명서 중)

한 지역 방송사의 계약직 여자 아나운서가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복직 투쟁을 벌이고 시민단체들도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는 가운데 정작 해당 지역 언론들은 조용했다.

이진영 전 전주MBC 아나운서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근무한 뒤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퇴사했다. 사측이 이씨의 입사 당시 계약 사항 그대로 이행한 것이지만, 이씨는 이에 대해 "사측이 재계약 거부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지난 7월 갑자기 재계약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계약 해지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이씨는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전주MBC는 각성하라"며 지난달 8일부터 사옥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계약서 내용과 경영난 등을 들어 복직을 거부하는 등 양측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침묵하는 언론...발빠른 시민단체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지역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비정규직 문제와 여성 차별을 공론화하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인터넷언론 <참소리>와 <새전북신문>을 제외하고는 이씨에 대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이씨는 "지역의 모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냈지만, 취재를 오지 않거나 취재를 해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인구대비 지역 언론사가 가장 많은 지역에서 이같은 '침묵 담합'이 있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끼리 굳이 타사의 문제점을 들추지 않으려는 언론계 내부의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역 일간지 취재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시민단체가 계속해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사안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지역 언론사들이 기사화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언론사간 '침묵의 카르텔'을 인정했다.

그는 "지역 특성상 기자 혹은 간부들간의 가까운 인간관계 때문에 더욱 보도가 힘들 것"이라며 "실제로 타 방송사도 취재를 했지만 불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취재기자는 "지역 언론사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인데 굳이 방송사까지 문제가 있다고 보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누워서 침 뱉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 새전북신문은 시민단체 성명과 이진영 전 아나운서 문제를 다뤘다.
ⓒ 화면캡쳐
언론은 이번 사안에 대해 잠잠한 반면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이씨의 복직 투쟁을 직접 돕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전북민언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주MBC가 져야 할 책무를 하지 않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며 "열악한 경영여건과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을 재계약 거부사유로 언급했지만, 그 책임을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했을 뿐 진실로 지역방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지역 언론에 당부하고자 한다"며 "이번 사례는 전주MBC 나아가 언론사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사회적 함의를 가진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언론이라는 사회적 공기의 책무와 무관하다"며 "침묵하고 있다고 지역언론이 위기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전북도당은 2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름만 '비정규보호법'인 비정규확산법 바람이 이제 방송사까지 불고 있다"며 "공영방송인 전주MBC는 이씨에 대한 재계약 거부 입장을 철회하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차별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등도 성명을 발표해 전주MBC를 규탄했다. 이들은 릴레이 성명서와 거리시위 등을 펼칠 계획이다.

"전주MBC, 비정규직 문제 다룰 수 있을까"

전주MBC 홈페이지 또한 회사의 처사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혼자바라기'는 "공영방송임을 자처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전주MBC가 자신들의 회사 내 비정규직 아나운서는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해고했다"며 "복직을 위해 대화를 요구하는 것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언론사가 비정규직 문제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겠느냐"며 "다른 회사의 비정규직 문제를 언급하기 전에 자회사의 비정규직 아나운서부터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늘그림'은 "아나운서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이씨가 퇴사하게 된 이유는 여성이라는 것 때문 아니냐,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성차별"이라며 "이런 사고를 가진 방송사가 과연 열린 생각을 갖고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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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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