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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눈발이 그치고 잠깐 사이에 바라다 보이는 내장산 불출봉, 망해봉, 신선봉의 능선은 가슴 시리도록 하얀 눈 속에 그대로 누워 있었지요.
어쩌다가 눈발이 그치고 잠깐 사이에 바라다 보이는 내장산 불출봉, 망해봉, 신선봉의 능선은 가슴 시리도록 하얀 눈 속에 그대로 누워 있었지요. ⓒ 서종규
내장산 단풍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거닐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대단한 풍경이잖아요. 입구에서부터 그 붉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단풍나무 길은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의 극치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내장산은 '단풍'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장산 입구에서 내장사까지 가는 길에 심어진 단풍나무의 아름다움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내장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단풍길만 걸어 보았지, 내장사를 둘러싸고 있는 능선을 쭉 일주하지는 않거든요. 잘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건너편 내장산 전망대부터 장군봉까지 하얗게 펼쳐진 눈꽃 세상도 온 마음에 가득 들어 왔습니다.
건너편 내장산 전망대부터 장군봉까지 하얗게 펼쳐진 눈꽃 세상도 온 마음에 가득 들어 왔습니다. ⓒ 서종규
@BRI@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장산 일주를 택한답니다. 사시사철 내장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내장산 일주는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거든요. 벌겋게 물든 내장산의 단풍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관은 생각만 하여도 대단하지요.

내장산은 서래봉부터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문필봉, 연자봉, 장군봉까지 9개의 봉우리가 내장사를 빙 둘러 싸고 있지요. 내장사의 단풍길을 걷다보면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의 단풍 모습까지도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 연결된 봉우리들을 모두 도는 것이 내장산 일주인데 총 14km 정도가 된답니다.

지난 27일(토)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 팀 9명이 단풍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국립공원 내장산을 찾았답니다. 오전 8시에 광주를 출발하여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내장산 나들목으로 나가서 내장산으로 향했습니다.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길은 군데군데 눈길이었습니다.

요즈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실랑이를 벌이곤 하지요. 입장료 때문인데,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사찰 입장료를 받거든요. 우리들도 실랑이를 벌였지요. 내장산 일주를 하려면 일주문 옆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일주문은 입장료 구간이었어요. 사실 내장사는 들어가지도 않는데 입장료 2000원을 그대로 낸 것이 되지요.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쏟아지는 눈발 사이로 햇님이 보이네요.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쏟아지는 눈발 사이로 햇님이 보이네요. ⓒ 서종규
전날 내린 눈으로 내장산은 온통 하얀 눈 세상이 되어 있었답니다. 단풍길에서 바라보는 산들엔 눈꽃이 가득하였답니다. 내장산 단풍나무들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지만 능선까지 하얗게 펼쳐진 눈꽃들의 향연이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답니다.

오전9시 30분 등산로 입구인 일주문 옆을 출발하였습니다. '일주문'이란 무엇인가 늘 궁금해지곤 했지요. 경내를 한 바퀴 도는 시발점으로서의 문이란 말인가 하고 말이죠. 한데 '일주문'의 '주' 자가 기둥 '주(柱)' 자 잖아요. 그래서 절 입구에 기둥이 양 옆에 하나씩으로 되어 있는 집을 말하죠. 그런데 내장사 일주문은 진짜 기둥이 하나입니다. 많은 사찰의 일주문 기둥이 받침 기둥까지 세 개씩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주문에서 약 20분 정도 포장된 도로를 타고 오르면 벽련암이 나옵니다. 서래봉 아래 자리잡은 사찰이지요. 포장된 도로를 오르다 벽련암 옆 서래봉으로 오르는 길에 접어 들었답니다. 본격적인 산행의 기분이 들기 시작했지요.

눈이 가득 쌓여 있는 길이며 나무며 바위며, 모두 걷는 발걸음을 들뜨게 하였답니다.
눈이 가득 쌓여 있는 길이며 나무며 바위며, 모두 걷는 발걸음을 들뜨게 하였답니다. ⓒ 서종규
눈이 가득 쌓여 있는 길이며 나무며 바위며, 모두 걷는 발걸음을 들뜨게 하였답니다. 길가에 자리 잡은 조릿대잎도 눈에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아래로 처져 있었답니다. 건너편 전망대부터 장군봉까지 하얗게 펼쳐진 눈꽃 세상도 온 마음에 가득 들어 왔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초여름 모내기를 위하여 논을 고르는 농기구인 '써레'를 닮았다고 하여 서래봉이라고 붙여진 봉우리에 이르기 전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에 쌓인 눈이 흩날리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온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쏟아지기 시작한 눈발을 보면서 우리들은 겨울 산행 채비를 차렸답니다.

능선에 하얗게 펼쳐진 눈꽃들의 향연이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답니다.
능선에 하얗게 펼쳐진 눈꽃들의 향연이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답니다. ⓒ 서종규
내장사에 오르는 길에서 오른 편 산 능선의 바위들이 뾰쪽뾰쪽하게 드러내는데 바로 서래봉이지요. 서래봉에 오르는 길과 서래봉을 지나 내려가는 길은 온통 계단들로 되어 있었답니다. 그만큼 바위길이 험하였다는 것이겠지요.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쏟아지는 눈발로 우리들은 계속 이어진 봉우리들을 힘들게 올라야만 했답니다.

서래봉에서 망해봉까지 뾰쪽뾰쪽하게 이어진 바위 봉우리들로 인하여 눈길 산행은 많이 지체되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눈꽃 산행의 멋은 모든 어려움을 덮어버리기에 족하였답니다. 간혹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아래 내장사 계곡의 모습이 하얗게 다가왔답니다. 아마 가을이라면 온통 붉은 기운이 출렁였겠지만 지금은 온통 하얀 기운이 가득했으니까요.

칼날같이 쭉 이어진 능선을 타고 지나갈 발걸음을 생각하니 너무 눈꽃 산행의 짜릿함이 그대로 가슴 속에 파고 들었다니까요.
칼날같이 쭉 이어진 능선을 타고 지나갈 발걸음을 생각하니 너무 눈꽃 산행의 짜릿함이 그대로 가슴 속에 파고 들었다니까요. ⓒ 서종규
어쩌다가 눈발이 그치고 잠깐 사이에 바라다 보이는 불출봉, 망해봉, 신선봉의 능선은 가슴 시리도록 하얀 눈 속에 그대로 누워 있었지요. 눈구름은 아직도 선선봉 기슭에 둘러 흐르고 있었지만, 칼날같이 쭉 이어진 능선을 타고 지나갈 발걸음을 생각하니 눈꽃 산행의 짜릿함이 그대로 가슴 속에 파고 들었다니까요.

서래봉에서 많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가 다시 오른 봉우리가 불출봉이었지요. 역시 많은 바위들을 타고 오르고 내리려니 위험하기도 하였지만 망해봉까지 휘몰아치는 눈발을 이기고 나아가려니 다른 걱정을 할 겨를도 없었지요. 다행인 것은 쌓여 있는 눈꽃들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겨울 산행의 멋을 한껏 즐기곤 한 것이지만요.

신선봉(763m)에 도착했을 때에는 눈발이 그치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답니다. 서래봉이 마치 히말라야 봉우리처럼 빛을 발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니까요.
신선봉(763m)에 도착했을 때에는 눈발이 그치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답니다. 서래봉이 마치 히말라야 봉우리처럼 빛을 발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니까요. ⓒ 서종규
낮 12시 경에 맑은 날이면 멀리 바다까지 보인다는 망해봉에 도착했답니다. 조그마한 산불 감시초소가 있었답니다. 4명이나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의 크기였지요. 다행히 문이 잠겨 있지 않아서 우리들은 그 곳에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눈발을 피해서 점심을 먹은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답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연지봉을 향하여 출발하였지요. 눈길 산행은 평상시 산행보다 더 많은 힘이 들지요. 불출봉에 안개가 끼면 가뭄이 들고, 연지봉에 구름이 끼면 비가 온다는 전설이 숨어 있는 연지봉에서 내장산 물이 발원한다고 합니다.

눈을 맞아 가면 눈길을 걷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요.
눈을 맞아 가면 눈길을 걷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요. ⓒ 서종규
연지봉을 지나 까지봉에 도착했지요. 까치봉은 두 개의 바위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는데 바로 내장산 일주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이 까치봉이 내장산 모습의 말굽형의 한가운데가 되는 것이랍니다.

내장산의 최고보인 신선봉(763m)에 도착했을 때에는 눈발이 그치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답니다. 지나온 봉우리들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지요. 서래봉이 마치 히말라야 봉우리처럼 빛을 발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니까요. 서래봉뿐만 아니라 불출봉과 망해봉, 까치봉까지 온통 햐얗게 빛을 발하는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왔답니다.

눈길 산행에 조금은 지쳐 있었답니다. 하지만 문필봉을 지나 연자봉에 도착했답니다. 서래봉 아래 벽련암을 '연소(燕巢)' 즉 제비의 보금자리라고 부르는데, 이 봉우리는 벽련암을 마주 보고 있다고 하여 연자봉이라고 부른답니다.

그 아름다운 순백의 세상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깨끗하니까요.
그 아름다운 순백의 세상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깨끗하니까요. ⓒ 서종규
연자봉에서 바로 내려가면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들은 일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군봉으로 향하였답니다.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눈발이 그쳤고, 길도 바윗길보다는 흙길이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눈 덮인 길로 인하여 훨씬 더 편해졌지요.

임진왜란 때 희묵대사가 승병을 이끌고 왜병과 싸웠다하여 장군봉이라 이름 붙여진 이 봉우리에서 왜군을 유인하여 크게 물리쳤다는 유군치를 지나 다시 내장사 일주문 입구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눈발이 날리고 있었답니다.

하루 종일 눈을 맞으며 산행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랍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걱정스러운 일이겠지만 눈을 맞아 가면 눈길을 걷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아름다운 순백의 세상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깨끗하니까요.

내장산은 눈꽃도 대단하더군요.
내장산은 눈꽃도 대단하더군요.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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