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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위원장이 협의회에 참관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우원식 위원장이 협의회에 참관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허환주
10여 년을 끌어온 경인운하 건설 결정이 또다시 유보됐다. 28일 '굴포천유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의 경인운하 건설 사업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가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된 것.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경기도 부천시~김포시 고천면~인천시 서구 시천동을 경유하는 경인운하는 18km 구간 14.2km에 걸쳐 굴착된 상태로 현재 4.5km 정도의 공사가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 굴포천유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는 환경부, 건교부, 경인운하 이해 당사자들끼리 찬성측 6명, 반대측 6명을 지명해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인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 협의회 위원의 2/3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하지만 경인운하 건설 사업여부를 결정하는 28일 협의회에는 12명의 위원 중 6명 만이 참석해 결정이 유보된 것.

협의회 탈퇴한 4명 위원 "협의회, 왜곡되고 변질"

이상원 교수가 협의회를 탈퇴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상원 교수가 협의회를 탈퇴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 허환주
이날 협의회가 열리기 직전, 경인운하 건설 찬성측 위원 4명은 입장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를 통하여, 합리적이며 국가의 장래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에 기초한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협의회 구성의 취지가 시간이 갈수록 왜곡되고 변질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와 같은 찬, 반으로 대립된 상황에서 협의회의 사업추진 여부에 대한 표결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협의회를 탈퇴했다.

이어 그들은 "이제까지의 협의회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이 보고서에 기초하여 국가 전체적인 시각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경청하여 경인운하 사업이 결정되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합의기구인 협의회를 해체하고 경인운하 건설 결정을 정부에게 돌리자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구성된 협의회가 왜곡되고 변질되었다"는 탈퇴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우원식 위원장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태껏 위원장으로 있으며 강제로 어떤 일을 진행하거나 결정한 적이 없다"며 "위원장으로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가장 중요시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굴포천유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는 각 단체들의 합의에 의해서 결정, 진행되어 온 협의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빠진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탈퇴한 4명 위원을 비판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정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탈퇴한 4명의 위원이 건교부에서 모셔온 분들이다. 이분들이 빠진다는 것은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부정하고 중요치 않게 여긴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유감스러워 했다.

지역 주민들 "운하 건설한다며 땅, 집 다 수용해 놓고..."

이날 협의회에는 3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피켓을 목에 걸고 경인운하를 건설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3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피켓을 목에 걸고 경인운하를 건설할 것을 촉구했다. ⓒ 허환주
이날 협의회에는 30여 명의 경인운하지역 주민들이 '굴포천 썩어간다' '경인운하 추진하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회의를 참관했다. 그리고 몇몇 주민들은 격양된 목소리로 경인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위원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주민은 "운하 건설을 위해 땅, 집 다 수용해 놓고 이제와서 반대를 하면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바보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다 찬성하는데, 몇몇 사람만이 반대한다고 정부 시책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탈퇴한 4명의 위원과 참석하지 않은 2명의 위원으로 인해 의결정족수가 미달되어 오는 2월 7일 다시 협의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경인운하 논란 10년

경인운하는 1조8천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폭 100m, 수심 6m의 물길을 뚫는 사업으로 계획됐으나 환경단체 등에서 반대가 이어지고 2002년 대통령직인수위의 중단 요청, 2003년 감사원이 전면재검토 감사의견이 제기되며 논란을 빚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87년 7월 인천광역시 계양구 일대의 굴포천 유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뒤다. 당시 굴포천 지역은 주변보다 지반이 낮고 하천 부지가 과도하게 개발돼 상류에서 내려오는 수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후보들이 굴포천 홍수 재발 방지를 약속할 정도.

건설교통부는 굴포천 수위가 한강 본류 수위보다 낮아 홍수가 한강으로 방류되지 못해 인천, 부천 등 굴포천 유역의 주택지와 농경지가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92년 12월 12일부터 굴포천 치수사업을 시행했다. 그리고 1996년 7월 폭 80m, 수심 3.5m의 방수로를 폭 100m, 수심 6m로 확장해 주운수로로 이용하는 경인운하 건설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그후 1998년 3월 17일 민자사업자와 위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실시협약을 맺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경인운하를 건설할 경우 운하 수질이 오염되고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경인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부족하여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낮으므로 위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환경단체와 정부, 지역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을 반복하던 가운데, 결국 경인운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건교부, 경인운하 이해 당사자들은 2005년 4월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경인운하 추진을 위해서는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사업여부를 가리는 투표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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