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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 세례, 참 답답하고 갑갑하다.
ⓒ 안상수
'아름다운 간판, 아름다운 도시'를 모토로 하는 '참 재밌고, 뜻깊은' 연구소, '간판문화연구소'가 1월 30일 창립 행사를 열고 정식으로 출범합니다.

간판문화연구소(소장 최범)는 "우리 사회의 간판 문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는 전문 연구소"이자 "시민들과 함께 대안과 실천 사례를 창출하는 시민문화운동의 엔진 역할을 하겠다"고 출범 포부를 밝혔습니다.

간판문화연구소는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상임이사 박원순)의 부설 연구소로 앞으로 간판 문화를 바꾸는 활발한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간판, 무엇이 문제인가?

@BRI@간판은 도시 경관과 사회적 소통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아름답고 개성적인 간판은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며 효과적으로 표현된 간판은 소통을 원활하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간판은 그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니, 경쟁적인 간판 달기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건물을 압도하는 거대하고 원색적인 간판은 물론이고, '대박' '원조' '진짜 원조' '똥값' '야마도라' '졸라빨라' '란제리 오르가즘 쎄일' 등 차마 쳐다보고 있기도 민망한 간판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더 크고 더 많고 더 튀게 만들기에만 급급한 간판에서 주변과의 조화나 이웃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죠. 도시의 얼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장치어야 할 간판이 도시 경관을 파괴하고, 공동체 의식을 훼손하는 주범이 돼 버린 것입니다.

간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비판은 90년대 이후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의 칼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 문화재청장 유홍준은 영남대 교수 시절에 "정부는 간판의 무질서와 폭력을 다스릴 의무가 있다"고 썼습니다. 시인 이문재는 "간판을 보지 못하는 날이 죽는 날일 것이다. 나는 간판에게 관심이 없지만 간판은 나에게 관심이 지독하다"고 했고, 연극배우 박정자와 소설가 은희경도 간판의 현실을 통탄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디자인 감수성이 높아진 일반 시민들이 간판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인 생각도 극한에 이른 상태입니다.

간판문화연구소는 무엇을 하나?

▲ 국내외 좋은 간판을 모아서 이미지를 만들었다.
ⓒ 양철모
정부와 지자체도 한쪽으로는 규제와 단속을 통해, 다른 한쪽으로는 간판정비사업, 시범가로조성사업 등을 벌이며 간판문제의 해법을 모색해 왔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못한 게 현실입니다. 일방적인 규제와 단속은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반발만 샀고,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전시 행정은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간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간판을 넘어서는 이야기, 간판을 문화로 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조급하고 막무가내인 사회 분위기와 간판 현실의 상관성을 논해야 하고, 간판을 사용하는 사람, 제작하는 사람,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사람 모두의 인식의 변화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해 간판문화연구소는 "관련 문제의 조사, 분석 등 전통적인 연구 외에, 시민-전문가-행정을 연결하는 '소통의 디자인' '관계의 디자인'을 축으로 삼아 '간판 때문에 망가진 도시를 간판이 있어 아름다운 도시'로 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간판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은 미술·디자인 평론가 최범씨

▲ 전주 한옥마을 찻집 간판.
ⓒ 김영배
간판문화연구소는 주요 활동 계획으로는 ▲ 간판에 관한 국내외의 각종 정책을 평가 또는 분석하고, 법과 제도를 연구,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연구사업 ▲ 간판을 시민사회의 새로운 의제로 설정하고, 사람들이 이에 관해 관심을 갖고 서로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을 마련하는 시민문화사업 ▲ 간판제작자, 창업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좋은 간판을 만들고, 설치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사업 ▲ 지자체의 간판정책이나 시범사업에 대해 조언하는 컨설팅 사업 등을 꼽았습니다.

또 간판문화연구소는 ▲ 가게에 걸리는 상업간판 외에 공공기관에 걸리는 공공간판 ▲ 도로 표지판 ▲ 지자체의 CI와 캐릭터 ▲ 각종 안내 픽토그램 등을 도시 경관은 물론 도시의 활성화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간판의 디자인 적인 측면 외에 언어적인 측면, 생활안전 및 환경적인 측면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간판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는 미술 및 디자인평론을 해온 최범씨가 내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안상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상임고문으로, 김영배 세명대 겸임교수, 박삼철 미술인회의 공공미술분과위원장,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부 교수, 전효관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합니다.

창립행사 '아름다운 간판, 아름다운 도시'

간판문화연구소는 1월 30일 창립식에 대해 "우리 사회 간판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개론' 격의 자리"로 "간판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들에서부터 도시경관, 도시공간 살이에 대한 진지하지만, 대중적인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간판문화연구소 창립식은 서울문화재단에서 1월 30일(화) 오후 3시부터 열리며, 창립식에는 김진애(대통령자문 건설기술 건축문화 선진화 위원회 위원장), 유홍준(문화재청장), 박정자(연극배우), 우상일(문화관광부 공간문화과장), 윤혁경(서울시 도시관리과장), 김익태(부산 광복동 주민), 김영배(간판문화연구소 운영위원, 사인 디자이너), 정재환(방송인) 등이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합니다.

간판문화연구소 창립식 주요 프로그램

일시: 1월 30일(화) 오후 3시
장소: 서울문화재단

* 사회 : 우신구(부산대 건축학부 교수)

15:00~15:15 프롤로그
간판, 이렇게 합시다!

15:15~16:50 메인행사
영상으로 간판 보기_1 <지금, 대한민국 간판>
인사말 (김창국 희망제작소 이사장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축사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 김정헌 문화연대 공동대표)
간판문화연구소 소개(안상수 간판문화연구소 상임고문 / 최범 간판문화연구소 소장)

* 이야기마당 "우리사회의 간판을 말한다"
사 회 : 정재환 (방송인)
초대손님 : 김진애(대통령자문 건설기술 건축문화 선진화 위원회 위원장)
유홍준(문화재청장)
박정자(연극배우)
우상일(문화관광부 공간문화과장)
윤혁경(서울시 도시관리과장)
김익태(부산 광복동 주민)
김영배(간판문화연구소 운영위원, 사인 디자이너)

16:50~17:00 간판문화선언

덧붙이는 글 | 간판문화연구소에 대한 문의는 희망제작소 백현주 연구원, 이보현 연구원(3210-0909)께 해주시면 됩니다. 간판문화연구소 홈페이지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www.bettersigns.org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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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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