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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이 소극장 콘서트의 부활을 걸고 전국 공연에 나선다.
박창근이 소극장 콘서트의 부활을 걸고 전국 공연에 나선다. ⓒ 성환우
박창근이 잡은 이번 콘서트 주제는 '잊혀지다'이다.
박창근이 잡은 이번 콘서트 주제는 '잊혀지다'이다. ⓒ 성환우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31.9㎏. 10년 전에 비해 11.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인디펜던트지>는 전 세계 식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면서 곡물의 3분의 1이 사람이 먹는 소나 돼지를 기르는 데 쓰이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현재 식량이 5800만 톤이나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7년 기업과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6개 소비자 그룹 중에는 '살찐 한국인(Heavy Korean)'이 들어있다. 지방질 섭취량이 지속적 증가세고 칼로리 공급량도 증가세로 돌아선 현실을 반영한 동향조사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한 번 해보자고 가수 박창근이 나섰다. 2월 2일부터 전국 순회 콘서트를 여는 것. 2일부터 4일까지 대구 가락 스튜디오에서 첫 공연을 펼치며, 3월에는 강원도 동해, 이후에는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화려한 볼거리 위주 문화가 강세인 요즘 그는 반대로 '사색'과 '대화'가 넘치는 콘서트를 지향한다. 관객과 연주자간 거리가 거의 없는 소극장을 택한 게 그래서다.

가락 스튜디오는 겨우 50석 규모.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릴 크기다. 작고한 가수 김광석이 1000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던 소극장 콘서트를 복원하고픈 욕심이 있다.

그가 잡은 이번 공연 주제는 '잊혀지다'. 기성세대를 비판하다 어느새 기성세대를 닮아가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서 생각한 주제다.

"어느 순간 제 얼굴이 그렇게 싫었던 기성세대의 모습이라고 느꼈어요. 그걸 느끼면서 뭔가 극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은 그런 주제를 잘 드러내는 노래다. "사람이 얼마나 먼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로 시작하는 노래는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로 끝난다. 이 가사를 박창근은 조금 바꿔서 부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닐 영의 노래 '올드맨'을 들려준다. 여기서 올드맨은 기성세대를 뜻한다.

육류 문화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지난 1월 2일까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채식문화 이야기'를 연재한 그는 아주 오랜 채식주의자다.

그는 육류의 문제를 '환경'과 '인권'의 문제로 본다. 과다한 소비는 공해를 낳고, 동물을 평생 축사에 가둔 채 먹이로 키우는 습관은 결국 인간에게 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에 대한 배려가 결국 인간에 대한 배려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노래 '이런 생각 한 번 어때요'를 통해선 우리의 채식문화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한다.

이런 생각 한 번 어때요?...소녀 손에 쥐어진 소세지… 인간이 예쁜 입으로 공존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오늘도 친구의 껍질이 벗겨지는 걸 목격하지. 후라이드 치킨 좋아하세요? 생구이 삼겹살은 어떤가요? 오늘도 그대는 남의 살을 몇 점이나 삼키셨나요? 파괴없는 삶을 원하세요? 전쟁 없는 삶을 바라나요?"

이와 함께 사형제도 반대의 의미를 담아서 노래하는 '이유 두 번째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이렇게 그가 '툭툭' 던지는 가사들은 부담스럽다.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들에 익숙했다면 그의 가사들은 그런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창근의 목소리는 그런 시사적인 가사를 무색하게 만든다. 작고한 가수 김광석을 빼닮은 듯한 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미성이다. 게다가 노래들은 무척 경쾌하다.

가수 박창근은?

93년 2인조 듀엣 포크그룹 <우리여기에>를 만들어 영남권을 중심으로 활동을 한 그는 군 제대후 솔로로 다시 시작했다.

2005년까지 9년 동안 대구에서 매주 결식아동 돕기 콘서트를 열었고, 2001년엔 꽃다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 클럽 락밴드 출신 연주인들과 함께 밴드 '가객'을 만들어 보컬을 맡았다.

2005년 민중가요 밴드와 가수 12팀이 6일 동안 펼친 콘서트에 참가했으며, 2006년엔 프로젝트 밴드 '이유'를 만들어 음반을 계획중이다. 1집 '반신화(Anti Mythos)', 2집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 , '가객' 등 총 세 장의 음반을 냈다.

거리의 사회자로 잘 알려진 최광기가 라디오21의 '가자가자' 코너 등 몇 군데 로고송을 만든 바 있다.
콧노래를 부르면 좋을 법한 곡에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사를 버무려 놓았다. 심각한 내용을 심각하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그의 바람은 음색에 묘하게 녹아 있다.

그런 희망을 프로그램에도 살짝 반영했다. 공연 중간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동상곡인 '젊은 연인들'을 부를 예정이다. 관객과 다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고른 것. 클래식 기타 연주자 이동우, 드럼연주자 석경관을 우정출연자로 불러내는 것도 '놀면서 고민하자'는 의지다. 그는 "드럼과 기타만 갖고서 자연스럽게 노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언변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그가 선보일 이날 콘서트가 성공리에 끝날지는 미지수다. 판단의 관객의 몫이니까. 참고로 박창근의 2집 음반은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회가 뽑은 상반기 명반 13개 중 하나에 선정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가락스튜디오(053-781-1804, 011-510-5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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