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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간으로 1월 23일 밤 9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위해 미국 의회 연단 위에 섰다.
ⓒ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시간으로 1월 23일 밤 9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위해 미국 의회 연단 위에 섰다. 부시의 이번 연두교서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우선 그를 맞이한 다수당은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2001년 1월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부시의 지지율도 최저로 떨어진 상태이다. "악의 축" 발언으로 유명한 2002년 연두교서 발표 당시 그의 지지율은 83%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3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봐도 한국전쟁 당시의 트루먼과 워터게이트 여파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닉슨 다음으로 세 번째로 인기없는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되고 말았다.

@BRI@더구나 부시는 2주 전에 21,500명의 미군을 추가로 이라크에 파병하겠다고 발표해,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해놓고 있었다. 이에 발끈한 민주당은 부시의 신년 연설이 끝나자마자 미군 증파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며 부시와의 일전을 다짐했다.

부시 "기회를 달라"

부시 연설의 전반부는 국내 정책에 집중되었다. 교육, 에너지, 이민, 그리고 의료보험 개혁 등에 대해 부시는 민주당의 구미에 맞는 개혁안을 내놓으려고 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나, 빈민층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나, 불법체류자 구제안을 포함한 이민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민주당과 주요 언론들은 이러한 국내 정책 개혁안의 진정성과 실행가능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오히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라크 정책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립 서비스'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연설 후반부는 역시 이라크 문제로 집중되었다. 부시는 이라크에서의 실패는 고통스럽고 광범위한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라며,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역설했다. 기존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보다는 이라크전 패배가 가져올 후폭풍을 강조하면서 의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심사였다.

상원 외교위원회, 결의안 통과

그러나 부시의 강력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상원 외교위원회는 바로 다음날 이라크에 미군 증파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12 대 9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는 것이어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외교위원회 위원장이자 민주당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조셉 바이든은 "이라크 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지금은 병력을 줄일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문회를 통해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부시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리처드 루가 공화당 의원은 부시의 정책에 회의감을 나타내면서도, 이라크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이 분열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미군 증파 계획을 실행이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이미 3천명여명의 미군을 증파한데 이어, 의회의 반대와 관계없이 21,500명의 미군을 예정대로 파견한다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는 미국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My way'를 고집하면서 미국은 베트남전 이후 가장 극심한 국론 분열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의원은 물론이고 존 워너, 척 헤글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조차 부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의회 청문회와 예산권을 활용해 부시의 정책을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반전단체들은 이번주 토요일에 워싱턴 D.C에서 대규모의 반전 집회를 예고해놓고 있다. 미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집회를 계기로 미국 시민단체도 전열을 정비해 본격적인 이라크 철군 운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는 '21세기 제국의 꿈'을 안고 강행했던 이라크 침공의 여파로 국제사회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국내에서도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각에서는 이라크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전 여파에 버금가는 내부 분열과 갈등이 미국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바로 그것이다.

태그:#연두교서, #부시, #민주당, #이라크 정책,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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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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