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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이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KTX 승무원 어머니와 함께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명의 어머니들이 침통한 얼굴로 KTX열차승무지부 민세원 지부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안윤학

"내가 직장 다닐 시절엔 결혼할 때나 사표 쓰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요새는 해마다 사표 쓰라고 하니(비정규직) 한스럽다." - KTX 승무원 제민경씨 어머니

"딸이 '엄마, 내 인생 망친 것 같아'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입사 초기 발에 꼭 끼는 신발을 신고 일해 발가락 사이마다 굳은 살이 박혔더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목격했다. 그 고비를 넘기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다." - 최한나씨 어머니


@BRI@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320일 넘게 싸우고 있는 KTX 승무원 어머니들의 목소리다.

승무원들의 눈물샘은 아직 마르지 않은 듯 했다. 그간 수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어머니의 떨리는 음성 앞에서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이하 교수모임)이 2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KTX 승무원 어머님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알리는 현수막에는 "이철 사장님, 어머님 가슴에 못 박지 마세요"라는 당부의 말이 쓰여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머니 10명의 중에는 대구, 속초, 원주 등 지방에서 올라온 어머니도 있었다.

500여명의 교수가 지지를 표명한 교수모임의 조은 교수(동국대 사회학과)는 "어머님들은 여러차례 기자회견에 계속 참석하며 중요한 순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이철 사장에게 직접 호소하는 자리를 마련코자 했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철 사장, 이젠 존경하고 싶지 않다"

어머니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40여명의 KTX 승무원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예 얼굴을 감싸 쥔 승무원들도 보였다.

이들의 모습에 승무원 최나리씨의 어머니도 참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씨의 어머니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 기획예산처 등이 모두 직접고용하라는 데 왜 이철 사장만 안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우리 딸들이 하루빨리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유선씨의 어머니는 "학창 시절 함께 데모(민주화운동)를 한 세대라 이철 사장을 많이 존경했지만 이젠 존경하기 싫다"고 성토했다. 이어 "직접 만났을 때 '공신력 있는 곳에서 직접 고용하라면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노동부 장관이 중재 의사를 밝히며 직접고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자, 이 사장이 말을 바꿔 '고용 불가'를 외쳤다"고 비판했다.

권수진씨의 어머니는 "지상의 꽃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시작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거리에 내처졌는가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이도경씨의 아버지 이원덕씨는 이철 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KTX 승무원들이 직업을 박탈당한 채 차디찬 서울역사무소 시멘트 바닥에서, 또 무더위와 싸우며 용산역 철도노동조합사무소에서 사랑하던 옛 일자리를 찾기 위해 여성의 미도 포기한 채 피땀을 흘린다"며 이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어머니 일동도 이철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사회 첫발을 디디며 배반의 경험을 당한 게 가슴 아프다"면서 "더 이상 찬 바닥에서 병들어가지 않도록 하루속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 어머니들의 발언에 KTX 여승무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안윤학

"KTX관광레저는 부실기업... 외주화에 예산 더 든다"

교수모임의 조순경 교수(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는 KTX 승무원 사태에 교수들이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철도공사의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고 성차별이라는 사실은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했다, 학자로서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철도공사가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근거인 경영합리화, 효율성, 적자누적 등에 대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조 교수는 "승무직을 외주화 할 경우 1년에 16억원의 예산이 더 든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면서 "직접고영 거부는 경영합리화가 아니라 방만한 경영"이라고 주장했다.

또 "승무직을 위탁받은 KTX관광레저 지분의 49%를 롯데관광(51%는 철도공사)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회사 초창기 3억 적자, 이듬해 2300만원 흑자 등 부실기업에 가까웠는데 승무직을 위탁받은 뒤 5억원의 흑자를 봤고, 이는 결국 KTX의 부가 새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KTX열차승무지부 민세원 지부장은 "KTX관광레저가 380여 승무원들의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회사에 입사하는 순서대로 진급을 시켜준다고 했고, 이는 현재도 진행중"이라면서 "KTX관광레저의 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KTX열차승무지부측은 철도공사에 공개토론회를 열 것을 거듭 촉구했다. 민 지부장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후 MBC <100분토론>에서 출연 요청을 받았으나 철도공사측에서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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