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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23일) 신년연설에서 시간배분에 실패하고 원고를 뒤척이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해,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현장에서 시간조절이 원활하지 못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은 참모들도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첫 머리에 "원고가 두 시간 분량 정도 되지만 한 시간 안에 마치겠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방송사고'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윤 수석은 24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현장 분위기를 봐서 뺄 건 빼고 첨가할 것은 첨가하고 할 계획이었는데 잘 안됐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또 그는 "생중계에 들어가다 보니 말이 엉켜 기술적으로 미처 못 다뤄진 점이 있다면 우리의 불찰"이라며 "아침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신년연설) 중간에 좀 페이스를 잃었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리허설 안 해... 노 대통령 "중간에 페이스 잃었다"

윤 수석은 "연설문의 양으로 부면 속독 아나운서가 해도 80~90분 정도 걸리는 게 맞다"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개진됐었다"고 전했다.

사전에 배포된 연설원고는 200자 원고지 215매 분량으로, 노 대통령은 생방송 연설 과정에서 40분이 지나도록 절반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결국 "도올 김용옥 선생이 부럽다"면서 "나도 10시간만 주면 일주일에 한 시간씩 10주간 (연설을) 하겠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허설 있었느냐"는 질문에 윤 수석은 "TV 카메라 앞에서 시간 재보고 그런 건 아니지만 수차례 독회, 연습에 준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답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노 대통령으로서는 '사고'가 예정돼 있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윤 수석은 "시청률도 6~7%정도 올랐다"면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크게 빠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청와대의 총평을 전했다.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번 노 대통령 신년연설의 시청률은 KBS1 9.1%, MBC 16.3%, SBS 4.1%로 총 29.5%를 기록해 2006년 22.2%에 비해 7.3% 포인트 상승했다. TNS 조사에서는 MBC 10.7%, KBS1 8.3%, SBS 3.3% 등을 합쳐 22.3%였다

민주노동당 "엉망이 돼 버린 연설... 책임자 문책해야"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연설 형식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부의 계획과 과제를 안정감 있게 전달하고 동의를 얻는 것도 대통령의 막중한 역할 중 하나"라며 "시간조절에 실패하고 내키는 대로 말하는데 국민들에게 무슨 계획을 설명하고 국가 비전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대통령의 신년연설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만큼 엉망이 돼 버린 연설"이라고 평가하면서 "청와대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5일 오전에 청와대 담당 기자들과 신년기자회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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