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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박 만화가의 <아날로그맨 1>.
김수박 만화가의 <아날로그맨 1>. ⓒ 김주석
김수박의 <아날로그맨 1>은 생활이 변변찮은 한 만화가의 도시생활을 그리고 있는 만화책이다. 그러나 만화가가 만화를 그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만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후배와 마주앉아 교환하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골격을 이루는 내용은 만화가의 일상이 아니라 만화가의 소위 노가다(일용직 근로자) 체험이다.

그렇다고 해서 힘겹다느니 고달프다니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일정 기간 같이 지내면서 들은 이야기 겪은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방식이다.

간간히 군대 이야기도 들어가고 상상스토리도 펼쳐지며 친구커플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의 달갑지 않은 상황, 왜관에서의 후배만화가 권용득과의 대화, 뭐 이런 것들이 뒤섞여 있다.

주인공 ‘나’는 서울생활을 하는 중에 칠칠의 편지를 받고 칠칠이 부부가 사는 다부동을 향한 열차에 오른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의 몇 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회상, 상상을 전해준다.

공사장에서 주인공의 별명은 ‘헐렝이’로 통한다. 한때는 동화맨이고 공무원이었던 황씨 아저씨, 인터넷포커에 빠져 있는 박병구,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불법체류자 우즈벡, 일산에서 지하 도예실을 운영하며 인사동에 재떨이 같은 것을 만들어서 파는 재떨이, 일거리 없을 때에는 붕어빵을 파는 붕어빵. 이들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다.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아저씨는 나에게 원두커피를 사주는데 이 아저씨는 한마디로 말해서 뜨내기인생이다. 외형적으로 보아서도 추레하다. 그래서 한 여자는 이 남자를 향하여 한심한 듯 한마디 내뱉는다. 당신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여자: 그래…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세요? 집이 어디세요?!
아저씨: 나는… 집이… 없어요.
여자: 그럼 부인은? 자식은?!
아저씨: 없어요, 없어.
아저씨: 내가 이래봬도 총각이라구!
여자: 허! 참…
여자: 뭐… 뭐 그런 인생이 다 있어요?
아저씨: 뭐가… 문제지요?!
잠시 후
여자: 내가… 좀 생각해 봤는데요… 아저씨는 실패했어요! 내가 보기엔 그래요…
(83~84쪽)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나는 가끔 세상이 잔인하다. 그래서 끔직하고 무섭다.”라고 속으로 말한다. 그 여자가 아저씨의 커피 마시는 모습을 무슨 숭늉이나 막걸리 마시듯 하냐며 비아냥대었지만 아저씨는 아저씨 나름대로 “커피를 커피 마시듯” 마신 것이다. 꼭 어떻게 마셔야 한다는 법이 없듯이 삶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작가도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인생은 좋아요. 그리고 나 같은 인생도 나쁘지 않아요.”(93쪽)라고. 그러면서 “난 착하게 살아 왔거든.”(97쪽)이라고.

김상용 시인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두 행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이런 인생이 있으면 저런 인생도 있다. 인생이 다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인생인지도 모른다. 주인공과 비슷한 체험을 한 독자라면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간단치 않은 우여곡절 세살이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독특한 캐릭터 집주인 오건택씨와의 실랑이를 대하는 즐거움이 꽤 간간하다. 오건택씨 부부의 동일 사건에 대한 대조적 진술서의 내용(68~69쪽)을 꼭 확인해 주시길….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김수박 / 펴낸날: 2006년 12월 12일 / 펴낸곳: 새만화책 / 책값: 9000원


아날로그맨 1

김수박 지음, 새만화책(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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