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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벽과 닮아 있는 힘을 잃은 듯한 00인력 문구
낡은 벽과 닮아 있는 힘을 잃은 듯한 00인력 문구 ⓒ 박준규
고정적이지 않은 일거리에,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려고 일용직 종사자들이 모이는 곳.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던 날,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작은 직업소개소를 찾아가 그곳에서 요즘 일어나는 얘기들을 취재했다.

일정한 수입도 일자리도 없이 하루 일하고 그날 받은 보수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어제, 오늘날의 얘기가 아니지만 언제 들어도 마음이 아픈 우리 현실이다.

직업소개소를 하게 된 동기와 보람

지역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장동희 소장.
지역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장동희 소장. ⓒ 박준규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그날 일정에 맞게 일용직 종사자들이 찾아오면 일자리를 안내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장동희(남·35) 소장.

장 소장은 "2004년 친구와 동업 식으로 직업소개소를 개소해서 지금은 혼자 운영하고 있다"면서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지역 신문기자에서부터 자동차영업, 보험관련 일 등 많은 일을 해봤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BRI@- 이 일을 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많은 사람들을 접하는 일을 하다 보니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더불어 이 일을 같이하게 됐는데, 일을 하면서 사람 사는 정이 무언지 조금씩 느껴진다. 매일 아침 나의 소개로 일자리를 안내받으며 좋아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껴 지금껏 하고 있다."

- 반대로 이 일을 하면서 언제가 가장 힘이 드는지?
"일은 시키고 임금을 바로 주지 않고 미루는 사람들 때문에 속이 상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의 개인 돈으로 일하신 분께 먼저 드리고, 나중에 고용주에게 임금을 청구하는 식으로 하고 싶지만 내가 고용인이 아니라서 직접적으로 고용주에게 청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고용인(일용직)을 시켜 고용주에게 재청구해 받으면 다시 나에게 주는 식으로 하는데, 그럴 때가 정말 힘이 들다."

장씨는 가끔 돈을 받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해 자신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라도 받아 임금을 받지 못한 고용인들에게 지불하려고 노력한다. 해서 매달 카드빚을 갚는 돈만 해도 만만치 않다고.

겨울철에는 일자리가 너무나 모자라

겨울철 일거리 부족으로 그야말로 창고가 되버린 직업소개소 창고 모습.
겨울철 일거리 부족으로 그야말로 창고가 되버린 직업소개소 창고 모습. ⓒ 박준규
장 소장은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래도 일자리가 꾸준히 들어와 하루 평균 15-20명 정도는 일할 곳을 소개하는데 겨울철에는 하루 평균 4-7명 정도가 대부분이며 아예 소개를 못할 때도 있다"면서 "요즘은 날씨가 예년에 비해 따뜻해서 일자리가 몇 군데씩 들어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이 일하는 곳은 경기도 가평군. 그중에서도 읍 단위에 직업소개소가 있는 터라 겨울철 일자리 분야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역성을 굳이 반영하지 않더라도 일용직 종사자들에게 있어 겨울철은 거의 쉬는 계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소장의 의견이다.

이날 만나본 한 일용직 종사자 권아무개(남·39)씨는 "우리 같은 일용직 인부들에게 겨울과 한여름 장마철은 정말 싫은 계절"이라며 "장마철은 그나마 춥지 않아 다행이지만 겨울은 추운데다가 하루 이틀 쉰다고 해서 일자리가 난다는 보장도 없는 거고, 하튼 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씨는 "없는 놈들에겐 여름이 젤 좋은 계절이지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없는 사람 마음은 없는 사람이 알아

채 나가지 못한 일용직 종사자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는 장동희 소장.
채 나가지 못한 일용직 종사자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는 장동희 소장. ⓒ 박준규
인터뷰 도중 장 소장은 훈훈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요즘 일자리가 부족해서 서로 가려고 하기 바쁜데, 당일 아침 직업소개소에 모인 일용직 종사자들 중 가장 어려운 사람 순에게 서로 그날 나온 일자리를 양보해 준다는 것. 이 말을 듣는 순간 온종일 밖에서 떨던 기자의 마음도 눈 녹듯이 녹아 버렸다.

흔한 말로 '없는 사람 마음은 없는 사람이 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보통 교훈적인 말로 흘려들을 뿐 사람들도 대부분 말로만 하지 그 마음을 실천으로 보여주기 힘들다.

그러나 이 추운 겨울 아무 일이라도 해서 돈을 모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동료에게 그날 일자리를 양보해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결정일 텐데, 이 직업소개소에 모인 사람들은 그것을 실천하며 산다는 것이 아름답기만 할 뿐이었다.

멀기만 한 미래를 잠시 잊고

일용직, 계약직이란 말만 들어도 답답해져 오는 현실성 짙은 문제들이며 이 부분 종사자들이 마음 놓고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는 아직 멀기만 한 미래 얘기다.

수없이 많은 보도에서 나온 것처럼 사각지대에서 목숨 걸고 시위하는 종사자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밉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쉽게 손을 내밀어 주질 않는다. 다만 손을 내밀 준비만 하고 있을 뿐.

이쯤에서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이웃들에게 사회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손을 내밀어 주면 어떨까? 정작 하루를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이웃들은 같은 처지 동료를 위해 하루 벌이를 양보하고 한 끼 이상 굶을 생각마저 한다고 한다.

선진국 대열에 낀다는 것에만 목숨 걸지 말고 어렵게 사는 자국민들부터 챙기고 보는 올바른 정치부터 함이 어떨지 이 추운 겨울 작은 직업소개소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우리의 차가운 현실을 꼬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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