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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62사단에서 부부로 함께 근무하는 정준호 대위가 부인인 김수경 대위에게 닭고기를 먹여주고 있다.
육군 제62사단에서 부부로 함께 근무하는 정준호 대위가 부인인 김수경 대위에게 닭고기를 먹여주고 있다. ⓒ 윤형권
"연병장을 함께 뛰면 부부애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정준호(남·33세·간부후보생 6기)씨와 김수경(여·31세·간부후보생 7기)씨는 대한민국 육군 대위. 이들은 육군 제62사단(사단장 박창희)에서 함께 근무한다. 정 대위는 남편이고, 김 대위는 아내다. 다시 말해 이들은 부부다.

일반회사에서 부부가 함께 근무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특수한 사회인 군부대에서, 그것도 같은 부대에서 부부가 함께 근무한다는 것은 보기 드물다.

지난 6일 육군 제62사단에서 이들을 만났다.

@BRI@우선 김수경 대위는 '한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게 불편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불편한 것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근무하니까 부부애가 무럭무럭 자란다"며 남편인 정 대위가 먹여주는 닭고기를 맛있게 받아먹는다.

정 대위와 김 대위는 2003년에 결혼했다. 이들은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면서 만났는데, 당시 정 대위는 중대장이었고 김 대위는 소대장이었다.

"군번이 빠른 선배가 먼저 프러포즈를 해와 꼼짝없이 'YES'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계급이 무서웠습니다"라고 능청을 떠는 김 대위 얼굴을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정 대위.

군인이라는 직업의 특징 중 하나가 근무지 이동이 잦다는 것이다. 부부 군인의 경우 전방과 후방으로 갈라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라면 형벌이나 다름없다.

육군은 부부군인의 이런 사정을 감안해 부부가 한 부대 또는 서로 인접한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는 '부부군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 대위와 김 대위도 이 제도에 따라 3개월 전부터 함께 근무하게 됐다.

"떨어져 살다가 함께 사니까 날마다 신혼 같아 좋습니다"라며 김 대위와 정 대위가 활짝 웃는다.

김 대위는 남성들이 대부분인 특수한 사회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서 "여성의 모성애가 사병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해 군 복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직업이 같다 보니 남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편이 가정생활에서 서로 역할 분담도 잘 된다고 전했다.

'심일상'이란?

고 심일 소령의 호국정신과 투철한 군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4년 ‘심일상’을 제정했다. 심일 소령은 육사8기생으로 졸업, 소위로 임관해 6·25전쟁 당시 제6사단 7연대 대전차포중대 소대장으로 근무 했다.

심 소령은 춘천 지구 전투에서 북한군 탱크와 자주포에 맞서 육탄 공격으로 자주포 2대를 격파한 것을 비롯해,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1951년 1월26일 영월 전투에서 제7사단 수색중대장으로 정찰 활동 중 인민군의 총탄에 맞아 장렬히 산화한 한국전쟁의 영웅이다.

‘심일상’은 전투부대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하는 남녀 장교 중 부대장의 추천을 받아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14명에게만 수여된다. 군인으로서는 영광스런 상이다.
남편인 정 대위는 "아내가 직업군인이라는 특수성을 잘 알기 때문에 근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아내 자랑을 한다. 이어 "김 대위는 군인으로서 참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런 남편의 칭찬을 뒷받침할 만한 일이 있다.

지난 2006년 6월, 김 대위는 여군 최초로 '심일상'을 수상했다. 심일상은 매년 6월, 전군을 대상으로 전투부대 모범 중대장 14명에게 주는 명예로운 상이다.

김 대위는 "자상한 남편이 있기 때문에 큰 상도 받을 수 있었고 근무도 잘할 수 있다"며 남편인 정 대위 자랑에 적극적이다.

김 대위는 1997년 하사관으로 군에 입대해 중사 진급 후 다시 간부사관 7기로 임관해 현재 육군 제62사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 대위는 김 대위보다 한 기수 빠른 간부후보 6기로 임관했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 대위와 전남 강진이 고향인 김 대위. 사투리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이들이 부부로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국방의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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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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