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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딸과 아들이 준 생일선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포장했다
ⓒ 조광선
"내일이 당신 생일이네?"
"응? 어, 그러네."

아내의 말에 답하고 달력을 보니 맞다! 내 생일이다. 내 생일은 늦은 음력 생일이라 생일 날짜가 재미있다.

어떤 때는 '크리스마스', 또 어떤 때는 '12월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가 바뀌어 1월 중순이다.

"이번 생일은 그냥 넘어가자구! 케이크도 사지 말고, 나중에 저녁이나 먹자고!"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BRI@사실, 아들 한재(7살)만 빼고 아내와 나, 딸 하현이(10살)까지 3명 모두 감기에 걸려 만사가 귀찮거니와 찬바람을 쐬면 안 돼서 나가서 외식도 못할 형편이었다. 감기로 인해 근 1주일 동안 집안이 피폐해질 정도였다.

"아빠 그래도 케이크는 해야지?"

아들 한재가 말한다.

"한재야, 다음에 하자. 응?"
"……."

케이크 끄는 재미에 애들은 가족생일을 좋아하는데, 그것까지 막으니 한재가 영∼ 서운한가 보다.

다음날 생일 아침 아내는 몸살로 몸이 편치 않은데도 미역국을 끓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맛있게 먹고 회사를 다녀왔다.

씻고 나서 식탁을 보니 이것저것 손수 만든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주메뉴는 '묵밥'에 상큼하게 버무린 '봄동'과 '굴비', '소고기 볶음' 등 나름대로 생일상을 차린다고 차린 흔적이 역력했다.

▲ 아내가 버무려 만든 '봄동', 맛은 상큼했다.
ⓒ 조광선
▲ 아내가 만든 '묵밥', 아픈 몸으로 묵을 쑤고 국물을 우렸다니 그 맛은 더욱 시원하고 맛있었다.
ⓒ 조광선
"뭘 반찬을 했어? 몸도 편치 않은데…. 그냥 대충 먹지."
"그래도 가장이 생일인데 아무것도 안 하면 되나. 미안해, 몸이 아파 당신 생일 제대로 못 챙겨 줘서."

아내의 말이 고마웠다.

"미안하긴, 이 정도도 훌륭하지! 고마워!"

아내와 아이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며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 다행히 모두의 감기는 이제 다 나아가고 있었다.

▲ 술, 담배를 하지 않아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빠를 배려한 특별 선물이었다.
ⓒ 조광선
한재가 식사 도중에 "아빠! 우리가 선물 준비했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선물?"
"기대해도 좋아요."
"그래?"
"뭘까?"

선물을 준비했다니 궁금했다. 이 녀석들이 뭘 준비했을까?

▲ ‘돼지해’에 걸맞는 장식품. 돼지가 돈다발을 들고 있는 재미있는 장식품이다.
ⓒ 조광선
저녁을 다 먹자 자기들 방에서 포장된 선물꾸러미를 내민다. 풀어봤다.

거기에는 각자의 편지와 내가 좋아하는 먹을거리인 '양갱', '초콜릿', 조개가 박혀 있는 투명한 '핸드폰줄', 그리고 돼지가 돈을 들고 있는 앙증맞은 장식품이 있었다.

▲ 앙증맞은 '핸드폰 줄’ 투명 플라스틱에 조개가 박혀있는 예쁜 모습이다.
ⓒ 조광선
"이야∼ 아빠가 좋아하는 것만 있네? 돈은 어디서 났어?"
"우리가 용돈 모은 게 있었어요."

옆에 있던 아내는 "그거 사느라고 문방구며 슈퍼를 돌아다니고 편지 쓰고 포장하는데 오래 걸렸어요"라고 설명해줬다.

이 선물들…, 그리고 정성스런 생일상 앞에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선물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값진 선물 중 하나일 것이고, 생일상은 소중한 아내의 귀한 마음일 것이다. 내게는 그 어느것보다도 값진 것들이다.

▲ 선물도 선물이지만 정성이 담긴 편지 각 한통씩 “이 편지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마세요”가 적혀있다.(아이들 의견을 존중해서 내용은 안보이게 블러 처리완료)
ⓒ 조광선
아이들 선물로 정말 큰 힘이 났다. 이래서 사는 맛이 있는가 보다.

"한재야, 하현아 우리 감기 다 나으면 이번 주에 찜질방 가자?"
"아싸∼"

찜질방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날아갈 듯 기뻐한다. 내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아내와 두 녀석들….

"소중한 내 아내와 아들딸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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