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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제공
"(국내 은행들은)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아시아 시장을 향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내부에서 한번 더 은행간 통합이라는 예선전을 거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한, 두명 정도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내보내야 한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말이다. 올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황 회장이 17일 오후 기자들과 신년인사차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의 경영 상황 뿐 아니라 정부와의 관계, 국내 금융시장의 여러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해 말 노동조합과 전격적으로 합의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올해도 법적으로 예보와 경영정상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한다"면서 "(MOU가) 지나치게 단기 업적주의적이다 보니, 경영의 자율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예보의 관리와 감독에 맞춰 경영계획을 짜다 보면 실행할수 있는 것만 만들게 되고, 보수적으로 갈수 밖에 없다"면서 "이 자체가 자율의지에 반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창의적인 경영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일단 맡겨두고, 만약 실적이나 성과가 좋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주주권을 발동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경영진 구성권, 배당금 청구권 등을 가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어차피 할 거면 빨리하자

@BRI@그는 올해 경영전략을 고객만족의 극대화와 우량 고객을 상대로 한 다양한 수익 창출로 잡았다. 지난해 전격 합의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객 만족을 크게 높일수 있으며, 이를 통한 회사 수익 증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황 회장은 밝혔다.

황 회장은 "비정규직이 많은 창구와 콜센터 직원은 고객과 접점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부서"라면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하면 애사심도 높아지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다. 그만큼 고객 만족도 높아지면서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고객 만족을 행장 혼자 떠든다고 되는것이 아니다"면서 어차피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 갈 것이면, 빨리가자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문제는 고용불안과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그리고 복리후생을 받지 못하는 점 등 크게 세가지"라며 "은행에선 고용불안과 복리후생 문제는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급여부분은 어렵다고 했다. 노조에서 양보를 했기 때문에 (합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전격 합의 과정에 대해, 그는 "사전에 의논을 하지않았다는 이유로 노조도 내부에서, 나는 재경부와 예보로부터 욕을 먹었다"면서도 "이런 사안은 사전에 협의를 하게 되면 쉽지 않아서,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야 했다"면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앞으로 임금 인상 압력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면서 "노사간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고, 최대한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내부경쟁 통해 1~2개로 가야

향후 국내 금융산업에 대해선 시중은행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강조했다. 그는 금융강국으로 떠오른 네덜란드와 스위스의 모델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도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통합을 통한 초대형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이어 "(국내 은행들은) 더이상 한국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아시아 시장을 향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 내부에서 한번 더 은행간 통합이라는 예선전을 거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한, 두명 정도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내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은행간 통합여부에 대해 묻자, 그는 "국내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진출해야하며, 이를 위한 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당위성 차원에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대신 은행간 통폐합에 대비해 은행의 수익을 높여나가면서, 튼튼한 은행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분리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지주회사 회장에게 은행장 선임 등 전권을 준다면 분리할 수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지주회사와 은행사이의) 정책 운영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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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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