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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4년제 대학 군사학과 남학생은 100% 학비 면제, 여학생은 100% 자비?

[권지희 기자] 육군(참모총장 박흥렬)이 군사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군 장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여학생만 일괄적으로 배제해 장교 임관의 기회를 박탈하는 등 성차별적 조치를 강행하고 있어 '시대 역행'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해당 여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에 진정을 제기해 "평등권 침해이므로 군 장학생 선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지만, 육군은 "성차별이 아니다"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키로 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직업장교와 군사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지난 2004년부터 대전대·경남대·원광대·조선대 등 4개 대학과 협정을 체결해 군사학과를 신설했다. 이중 여학생은 대전대와 경남대 2곳에서만 매년 10명씩 선발하고 있다(위 표 참조).

@BRI@협정서에 따르면 입학생은 군 장학생으로 선정돼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며, 졸업 후 자동으로 소위에 임관돼 총 6년 4개월(의무복무 2년 2개월 포함)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장학금을 주는 대신 일정기간의 군복무를 강제함으로써 '우수한 장교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일종의 '육군 장교 스카우트' 제도인 셈이다.

하지만 여학생은 '스카우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군 장학생은 '4년제 대학 재학생 중 군 장학생으로 선발된 자'로 규정돼 있어 남녀의 구분이 없지만, 육군의 오랜 관행상 '군 장학생은 당연히 남학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사학과 여학생들은 4년간 똑같은 수업을 받아도 군 장학금 수혜나 장교 임용의 기회가 전혀 없다.

하지만 육군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원의 10%를 여성으로 선발하는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졸업자로 필요한 여군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여성 장교 지원율도 30대 1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는 것. 복무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사람도 남성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굳이 여성 장교를 확보하기 위해 장학생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육군본부 공보과의 한 관계자는 "만약 군사학과 여학생에게만 100% 학비를 지원하고 장교 임관을 보장해주면 별다른 혜택이 없는 일반 여성 장교 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육군이 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하는 중대장 보직의 여군 대위는 1월 현재 953명으로, 전체(1만4662명)의 6.5%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방부가 "우수한 여성 장교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2006년 현재 3.9%(1995명)인 전군의 여성 장교 비율을 2020년까지 7%(3640명)로 확대하기로 해, 육군이 양성평등적인 군 문화 개혁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반 여학생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초에 군사학과를 개설한 목적 중 하나가 '직업장교' 양성이기 때문이다. 군사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군 인사법 제10조(임용 결격사유 등)에 저촉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수능·학생부 성적과 별도로 장교 임관 기준에 준하는 신체검사·체력검정·인성검사·면접·신원조회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경쟁률은 여학생이 훨씬 높고, 학비지원은 남학생이 훨씬 많고

군사학과의 여학생 경쟁률이 남학생보다 한참 높지만 학비 지원은 절대적으로 남학생에게 유리해 여학생의 입학이 원천 봉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매년 10명의 여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대전대와 경남대의 경우 4년간 등록금 총액(입학금 포함)은 각각 약 2700만원, 2300만원에 달한다.

남학생은 C학점 이하이거나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4년간 군 장학금을 보장받게 되며, 이외 성적 장학금 등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반면 여학생은 군 장학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성적 장학금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학들은 군사학과 여학생만을 위한 특별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대의 경우 수능 반영영역(3개)이 모두 2등급 이내이고 졸업 때까지 A0 학점을 유지하면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며, 3등급 이내·B+ 학점 이상이면 반액을 지원해준다. 그럼에도 여학생들은 매년 남학생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번 2007학년도 수시 1차 모집에서 대전대 군사학과 남학생 경쟁률이 2.25대 1인 반면, 여학생은 3.50대 1을 기록한 것. 경남대 역시 남학생은 2.10대 1, 여학생은 2.67대 1로 더 높았다.

하지만 군사학과를 개설하는 대학이 늘어나더라도 여학생을 모집하는 대학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남학생만 선발하고 있는 조선대의 지영섭 군사학부 행정과장은 "육군 방침상 여학생은 장학금도, 졸업 후 장교 임관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학생을 모집하기 힘들다"며 "처음 학과를 개설할 때는 여학생 10명을 매년 선발하려 했으나 현재 무기한 보류한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경남대 군사학과 입시에 1차 합격한 김민정씨는 "여자는 특별히 보장되는 부분이 없는데 굳이 군사학부에 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여군이 되고 싶어서 지원하긴 했지만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 혼란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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