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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삶아 내기만 하면 되는 물만두는 한겨울 최고의 간식메뉴입니다
끓는 물에 삶아 내기만 하면 되는 물만두는 한겨울 최고의 간식메뉴입니다 ⓒ 이효연
한가로운 오후, 딸아이와 둘이 마주앉아 만두를 잔뜩 빚었습니다. 일부는 빚자마자 바로 찐만두를 해 먹었고 나머지는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지요. 한동안 간식 걱정은 덜게 되었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와는 달리 딸아이와 남편은 칼국수, 수제비, 만두와 같은 밀가루 음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메뉴이다 보니 아무래도 칼국수나 수제비는 저희 집 식탁에 잘 오르지 않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이 좋아하는, 먹고 싶어 하는 요리를 아주 안 해 주기도 미안한 일이라서 절충점을 찾아 가끔 만드는 것이 만두입니다.

'속 먹자고 빚는 만두'인지라 고기가 듬뿍 들어가다 보니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합니다. 밀가루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가는 메뉴인데다가 저장성까지 있어서 냉동실에 몇 봉지 넣어두면 마음까지 든든합니다.

예전에는 가끔씩 냉동 만두를 사다 먹곤 했는데 직접 간 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빚어먹는 집 만두와 여러 면에서 비할 바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시판 동그랑땡이나 만두 등에 넣는 간 고기들은 아무래도 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요즘 들어서는 손이 비록 바빠도 만두를 꼭 빚어 먹곤 합니다. 딸아이가 제법 커서 많이 도와주는 덕분이기도 하구요. 만두 빚기는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하는 '놀이'이자 '요리'이기도 합니다.

만두나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지요

@BRI@만두는 다른 음식에 비해 만들기도 쉽습니다. 아니 다시 말해 실패할 확률이 비교적 낮은 요리라고 해야겠습니다. 간이 좀 싱거우면 초간장을 찍어 먹으면 되고 좀 짜다 싶으면 국에 넣거나 물만두를 해서 먹으면 되니까요.

만두를 빚기 전에 빠뜨리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TV 편성표를 미리 확인하는 일입니다. 만두를 빚으며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각도의 위치에 자리를 잡고 만두 재료를 가지고 가면 일단 반은 완성입니다. 푸짐하게 만든 만두 속을 가운데 두고 앉아 가족끼리 만두를 빚으며 두런두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한겨울밤이 그리 길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렇게도 빚어 보고, 저렇게도 빚으며 내 마음 가는 대로 만두를 빚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만두나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있지요. 앞에 앉아 열심히 만두 빚기에 열중하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한 번 쓰윽 쳐다봤습니다.

'아무래도 나의 만두 빚는 솜씨는 부족한가 보다'란 생각으로 반성하고 더욱 열심히 손을 놀려 정성스레 만두를 빚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양푼을 가득 채웠던 만두 속이 바닥을 보입니다.

만두를 다 빚은 후에도 마무리를 잘 해야 합니다. 빚어낸 만두를 그냥 봉투에 넣으면 나중에 서로 달라붙어서 떼어내느라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만두를 얼릴 때에는 일단 편평한 접시에 서로 붙지 않도록 담아 냉동실에서 딱딱하게 굳을 정도로 얼립니다. 아래에 적은 재료의 분량이면 20센티미터 접시에 가득 담아 모두 5접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딱딱하게 만두가 굳으면 하나씩 떼어내서 한 끼 분량 정도씩 담아 위생봉투나 밀폐용기에 넣습니다. 냉동실 냄새가 들어가지 않도록 입구를 꼭꼭 봉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냉동 보관해 둔 만두의 쓰임새는 정말 다양합니다. 먼저 팔팔 끓는 물에 넣어 물만두를 만들어 바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내 놓아도 아주 좋습니다. 이때에 초간장은 필수지요. 만두를 많이 먹는 계절이면 따로 초간장을 만들어 용기에 넣어두면 아주 편합니다. 식초 대신 레몬즙을 넣어도 좋구요. 고추냉이(와사비)를 조금 풀어먹어도 개운합니다.

간편하게 찜기에 넣고 10분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찐만두가 완성됩니다. 찐만두는 매콤한 고추장아찌 간장에 찍어 먹어야 맛이 좋지요. 또 라면이나 떡국을 끓일 때 몇 개씩 넣어 먹어도 든든하고 그 맛도 별미입니다. 살짝 튀겨서 탕수 소스를 곁들이면 만두 탕수이고 더불어 뜨끈한 사골국물에 떡과 함께 넣어 끓이면 떡만둣국도 바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이렇게 한나절 열심히 만두를 만든 끝에 저를 기막히게 한 것은 만두맛이 아니라 바로 저에게 던져진 딸아이의 질문이었습니다. 제 스스로 발벗고 나서 만두를 같이 빚겠다고 나설 때는 언제고 조금 빚다가 이내 싫증이 났는지 몸을 비비 꼬면서 엄마에게 난데없는 물음을 던지더군요.

"엄마, 엄마는 새엄마야? "
"어머나, 왜 그런 말을 해?"
"엄마가 자꾸 나한테 만두를 빚으라고 하고 일을 많이 시키니까 그렇지. 신데렐라 엄마처럼!"

재료

쇠고기 반 근(약 300그램), 돼지고기 1근 반 (약 900그램) 부추 반 단, 두부 반 모, 진간장 4큰술, 국간장 1큰술, 참기름 2큰술, 깨소금, 마늘 다진 것 1큰술, 다진 파 2큰술, 생강 1톨(다져서), 후추 약간, 달걀 1개, 만두피 적당량

1. 흐르는 물에 부추를 씻고 깨끗하게 손질해 둡니다. 중간 부분을 잡고 뿌리에 샤워기 물을 튼 뒤, 아이 머리 감기듯 손가락을 넣어 씻으면 깨끗하게 불순물이 제거 됩니다. 그런 다음 잘게 송송 다지듯 썰어 둡니다.

부추를 체반에 담아 씻으면 편리합니다.
부추를 체반에 담아 씻으면 편리합니다. ⓒ 이효연
2. 베보자기에 두부를 넣어 물기를 꼭 짠 다음 커다란 볼에 모든 재료를 다 섞어 넣고 오랫동안 치대듯 주물러 끈기가 생기도록 합니다.

베보자기는 재래시장 노점이나 아파트 장터에서 천원 정도에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베보자기는 재래시장 노점이나 아파트 장터에서 천원 정도에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이효연
3. 반죽을 오래 치대어서 한 덩어리의 끈기 있는 모양새를 갖추도록 해 둡니다. 작은 스푼 2개를 준비해서 만두피를 만들 준비를 해야죠. 만두피를 맞붙일 때 사용할 생수도 약간 준비하구요. 빚은 만두를 놓을 커다란 쟁반을 준비한 후 밀가루를 살살 뿌려두어야 만두가 들러붙지 않습니다.

반죽에 끈기가 생기도록 오래 치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죽에 끈기가 생기도록 오래 치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효연
4. 만두피를 한 장씩 곱게 떼어낸 다음 적당량의 만둣속을 넣고 재주껏 빚어내면 됩니다.

여러가지 크기로 나와있는 시판 만두피를 용도에 따라 골라 쓰면 편리합니다.
여러가지 크기로 나와있는 시판 만두피를 용도에 따라 골라 쓰면 편리합니다. ⓒ 이효연
5.다 빚어진 만두를 넓고 편평한 접시에 서로 붙지 않도록 돌려 담아 냉동실에 넣어 얼립니다.

냉동실에 30-40분 넣어두어 겉면이 딱딱하게 굳을 정도면 적당합니다.
냉동실에 30-40분 넣어두어 겉면이 딱딱하게 굳을 정도면 적당합니다. ⓒ 이효연
6.어느 정도 얼린 만두를 숟가락을 이용해 하나씩 떼어낸 후 위생봉투에 한 끼 분량씩 담아 냉동 보관합니다.

위생팩 대신 밀폐용기에 넣어두어도 좋습니다.
위생팩 대신 밀폐용기에 넣어두어도 좋습니다. ⓒ 이효연
7.물만두의 경우, 팔팔 끓는 물에 만두를 넣어 끓이다가 만두가 떠오르면 다 익은 것입니다.

미리 우려내 냉동해둔 사골국물을 이용하면 즉석 떡만둣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리 우려내 냉동해둔 사골국물을 이용하면 즉석 떡만둣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이효연
8.통깨와 실파를 송송 채 썰어 올리고 참기름 한 방울을 둘러준 후 초간장을 곁들여 내면 맛이 더욱 좋습니다.


실파와 통깨로 장식하고 참기름을 뿌려 초간장을 곁들여 냅니다.
실파와 통깨로 장식하고 참기름을 뿌려 초간장을 곁들여 냅니다. ⓒ 이효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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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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