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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31일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질문하고 있다. 정 의원은 당시 <문화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소설 '강안남자'에 대해 음란성어 짙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별로 놀랍지 않다. 한나라당이 성추행 문제로 사고를 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부터 어느 지역 당원 간부회식자리에서 벌어졌던 옷 벗기기 게임, 최근 어느 지역 당원협의회 회장의 강간미수 사건까지…. 방금 뜬 기사를 보니 정아무개 당협회장이 저지른 강간미수 사건의 피해 여성은 제자 관계라고 한다. 한나라당의 전 인권위원장의 성접대 추문 등등.

그리고 아직도 한나라당 내 곳곳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이러저런 성(性)에 관련된 추문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참으로 다채롭다. 이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성 문제만큼은 면죄부를 준 것일까? 아니면 한나라당은 국민이 주지도 않은 면죄부를 받은 것이란 착각을 한 것일까? 지자제 선거 때 돈을 먹어도 성추행을 저질러도 한나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천정부지다. 이제 ‘묻지마 지지’를 하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한나라당, 참 용감무쌍해졌다.

@BRI@그런데 놀랍다.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놀랍다. 벌건 대낮에 술에 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 앞에서 그것도 당대표가 버젓이 조철봉 얘기를 스스럼 없이 꺼내다니. 여기자들도 동석한 자리에서 말이다.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아무리 변명을 해도 할 말이 있고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비유와 상징의 어법도 아니고 그냥 직설적으로 음담패설 배설하듯이 쏟아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나는 한나라당 강 대표가 한 발언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지는 않다. 입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일보>의 '강안남자'가 포르노 수준의 저질 소설이고 이것은 청소년들의 영혼을 갉아 먹는 파렴치한 상혼임을 1개월 내내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했었다. 그러면서도 '강안남자'에서 묘사하고 있는 혼음과 강간, 여성에 대한 성적비하 그릇된 성윤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치스런 표현에 대해 차마 한마디 인용도 할 수 없었다.

신문윤리위원회에서 '강안남자'에 내린 30차례 정도의 공개·비공개 경고의 근거가 되었던 객관적 팩트(성적묘사)를 두툼한 자료집으로 입수해 있었으면서도 차마 그것을 한 줄도 읽을 수 없었던 고약한 상황이 나는 참 답답했었다. 그냥 그 자료집을 당시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회람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때까지 '강안남자'의 위험한 수위에 몰랐던 국회의원들이 부르르 치를 떨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나의 지적에 어깨를 두들기며 공감을 표시했었다.

당 대표가 대낮에 버젓이 조철봉 얘기를 꺼내다니

결국 이 문제가 청와대의 <문화일보> 절독 사건으로 비본질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어 문제의 초점을 상실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강조되고 중·고등학생들에게 신문읽기가 권장되면서 청소년 단체, 학부모단체, 기독교 단체들이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 관계기관, 그리고 위 단체 관계자들과 토론회도 거치면서 이는 비단 <문화일보>만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했었다. 스포츠지의 선정성, 다른 일간신문의 '미인의 동굴', '풀밭 위의 식사' 등 제목만으로도 미루어 짐작이 되는 포르노성 소설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동의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분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의 마련이었다. 이런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해서라도 청소년들의 영혼을 보호해야 된다는 여론으로 나는 97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받아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간지라도 보도, 교양에 관계없는 연재소설, 연재만화 등은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받게 하고 이를 청소년들에게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나는 법으로 모든 문제가 정화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법 이외의 영역에서도 앞으로 적어도 언론이라는 이름의 권위를 이용한 포르노 장사는 계속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하겠다.

한나라당 강 대표는 오늘(4일) 인명진 윤리위원장을 일 잘한다고 한껏 치켜세웠다고 한다. 그런 훌륭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께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지금 강재섭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인권문제에 대한 징계는 당원과 당대표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듯이 한나라당도 만인이 인권존중에 대한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나 강재섭 대표의 부적절한 조철봉 발언이나 부적절한 것은 대동소이 한 것 아닌가?

남의 당일에 이렇게 징계하라 저렇게 징계하라고 내정간섭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의 오명에서 성추행당으로 전이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인명진 위원장이 성추행당 대표를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 국민과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윤리위원장으로서 흐물흐물하게 대처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것이 아니면 한나라당은 차라리 조철봉이 그렇게 좋으면 이참에 조철봉을 한나라당에 입당시키던지 가부간 똑 부러진 결정이 있기를 바란다.

2007년 1월 4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정청래 올림.

덧붙이는 글 | 적어도 언론에 의해 유포되는 청소년의 영혼에 해로운 선정적 유해물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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