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엄창현의 <뜻밖의 세계사>.
엄창현의 <뜻밖의 세계사>. ⓒ 페이퍼로드
엄창현의 <뜻밖의 세계사>는 그리 무겁지 않은 톤으로 세계사 속의 몇몇 인물들을 그려낸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인물로부터 조금은 생소한 인물까지 저자의 포커스 안에 들어온 각각의 인물의 주요 면면을 속속 담아내고 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인물에 대해서, 비록 그가 영웅적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은 그리 풍부하다거나 정확하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다. 대개는 그 인물의 이미지나 특징적인 몇몇 가지만 기억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된 정보나 왜곡된 지식을 갖게 될 여지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를테면 '카사노바'에게서 '희대의 바람둥이'였다는 것 외의 다른 어떤 측면을 떠올려보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어떤 인물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지나치게 부각되다 보면 그 이미지는 고착화되어서 그 인물의 다른 측면은 쉬이 묻혀버리게 마련이다.

'카사노바'가 '희대의 바람둥이'였다는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또 다른 삶의 측면들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탈옥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삶이 카사노바에게 있었다는 점이다. 말년에는 발트슈타인 백작의 후원을 입어 자서전은 물론 다방면에 걸친 집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생애의 마지막 무렵에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글을 썼다고도 한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탈옥'의 원조가 카사노바인 모양이다. 어쨌거나, 지붕으로 탈옥하던 카사노바는 떨어져서 기절한 채로 세 시간 반을 의식불명인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러나 같이 탈출하던 수도승이 그를 버려두고 혼자 가지는 않았다. 그들은 탈출에 성공한다. (167쪽)

저자는 '카사노바'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분명한 것은 '희대의 바람둥이'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역사의 변방에 살았던 사람이다. 세계사가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는 전환기의 한가운데서 살았지만 정치적 격변과도 무관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훌륭한 관찰자였고,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탁월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동시대 문화사의 등신대 거울이며, 그 자신의 기록은 소중한 역사서일 수 있다. (176쪽)

@BRI@'체 게바라'는 '대중적 스타가 된 유일한 좌파'로 소개하고 있다. 우선 '체'라는 애칭의 뜻을 알려준다. '체'라는 말은 그곳 토속어로서 '나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체 게바라'는 '나의 게바라'란 뜻이 되는 셈이다. 그곳 사람들의 '체 게바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나의'는 우리가 통상 칭하는 '우리의 누구'와 유사한 의미망을 지니는 듯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체 게바라'가 1965년 5월 장관자리를 내던지고 콩고로 가기 전에 실권자 카스트로에게 남긴 작별 편지의 내용이 절절하다.

언젠가 누군가가 우리에게 물었었지. 우리가 죽는 경우, 누구에게 그 소식을 전해야 할지를.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정말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숙연해졌었지, 그리고 훗날 깨달았지. 혁명가는 승리하거나 아니면 죽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것이 진정한 혁명이라면. (47쪽)

대개 혁명에 성공하고 난 후에는 안락함에 빠지거나 자기 보존에 연연하는 것이 보통의 모습인데 반하여 '체 게바라'의 경우는 예외성을 보인다는 면에서 그가 진정한 혁명가의 면모를 지녔고 그래서 그가 우리들에게 특별하게 수용되는 것인지 모른다.

마르크스가 가장 존경했던 인물 '반란노예 스파르타쿠스'에도 관심이 간다. 우리의 '만적'을 잠시 떠올리게도 하지만 만적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그 슬로건이 무색하리만치 허무하게 끝나고 만 것에 비하면 스파르타쿠스는 꽤나 치밀하고 전략적이었던 모양이다. 플루타크가 스파르타쿠스에 대해 평한 내용을 읽어봄직하다.

"그리고 그들은 세 명의 지도자를 선출했다. 그 중 스파르타쿠스가 그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 트라키아인이 반란노예들의 지휘자가 된 것은 대담성이나 근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출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치밀한 사고력과 온후함이 그를 그 자리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에게는 그리스인 특유의 교양이 천부적인 자질로서 배어나고 있었다." (59쪽)

이외에도 엄창현의 <뜻밖의 세계사>는 세기의 여간첩 '마타 하리', 예상치 못한 그러나 행복한(?) 죽음을 맞았던 '시이저', 마르틴 루터에게 맞선 소심했던 혁명가 '토마스 뮌처' 등 모두 15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엄창현 / 펴낸날: 2006년 12월 11일 / 펴낸곳: 페이퍼로드 / 책값: 1만 3000원


뜻밖의 세계사 - 신화적 인물은 없다

엄창현 지음, 페이퍼로드(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