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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전화 벨소리에 잠을 깼다.
어젯밤 늦게까지 동생 내외와 모처럼 놀다가 새벽녁에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전화벨 소리가 잠을 깨운 것. 받고 보니 장흥신문 김 사장이 일출을 취재하러 가지 않느냐고 묻는 전화였다.
언젠가부터 이곳 장흥에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아침이면 일출을 보며 자신의 소원을 빌고 마을에서 새벽 일찍 끓어주는 떡국을 먹는 풍습이 크게 번지고 있다.
1월 1일 오늘 아침 우리가 다녀온 장흥군 안양면 여다지 해변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유명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수많은 인파가 해변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소설가 한승원님의 시비가 여다지 해변가에 세워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온 것 같다.
장흥군 일대에서 새해 일출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여러 곳이다. 정남진 장흥을 전국에 맨 처음 알렸던 용산면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를 촬영한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새해 아침이면 남포마을 사람들은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에게 떡국을 끓어 대접하는 새로운 풍습을 만들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직선으로 최남단인 관산읍 신동마을에는 장흥군과 관산읍 사회단체 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정남진(正南津)' 표지석이 있다. 관산읍 신동마을은 장흥군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정남진이기에 장흥군 여러 곳의 일출 장소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또 안양면 수문리 도치기마을도 옥섬워터파크의 찜질방과 주변에 위치한 민박집 때문인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또 장흥읍 우목리 천문대가 자리한 억불산 정상과 매년 5월이면 철쭉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제암산 정상, 장흥읍 기양리 장흥의 중심인 남산과 영화 <천년학>을 촬영하고 있는 회진면 회진포구와 대덕읍 옹암리 등에도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하지만 새해 첫날 태양은 구름 속에 숨어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주민들이 끓여주는 떡국을 먹으면서 태양이 뜨기를 기다렸다. 순간 누군가가 태양이 뜬다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태양은 단 몇 초간 얼굴을 내밀고 수줍은 듯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겨우 체면 유지를 하고 사라지는 태양을 향해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 아쉽다고 외쳐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