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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는 개집이라도 함부로 지어선 안 된다. 왜 그럴까.
ⓒ 장승현
엊그제는 친하게 지내는 선배님 집에 연탄 쌓아놓는 창고를 작게 지어주었다. 그 작은 창고를 짓는데도 트럭에다 자재를 사서 나르고, 연장을 한 차 싣고 가서 일을 해줘야 했다. 주변에서 이렇게 일을 해주는 건 돈도 안 받고 그냥 무료로 해주는 것이다. 옛날에도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목수 일을 무료로 해주던 일이 참 많았다.

"형, 이거 우리나라 최고의 목수를 데려다가 이렇게 개집을 짓는 개목수를 만들면 어떻게 해…. 내가 개집 짓는다고 소문나면 절대 안 돼. 사람들이 집을 맡기겠어? 이렇게 창고나 짓는 개목순 줄 알면…."

요즘은 겨울이라 일이 없으니까 돈 안 받고 해주는 일들이 늘어난다. 어제는 또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집에 이것저것 손보려고 하는데 답이 없다고 했다. 책꽂이를 짜고 진열장을 만드는데 친한 친구끼리 돈을 받기도 뭐하고 그것도 그냥 해주기로 했다.

오늘은 또 대전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역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하려고 하는데 보일러를 깔아달란다. 이것도 돈이 안 되는 일이다. 겨울에 한가롭게 일이 없으려니까 이런 일들만 잔뜩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한테 목수 일을 해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이 있으면 연장을 챙겨서 일을 해주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이렇게 일 해주는 걸 그만두었다.

한 번은 어느 후배 목사가 개척교회를 할 때였다. 그 후배가 어렵게 시작한 때라 내가 있는 것 없는 것 다 해서 집수리를 해주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난 후 그 후배가 교회가 커지고 어느 정도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하는 다른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 후배는 인테리어를 하면서 직접 일을 하지 못하는 친구라 나한테 시공을 의뢰하게 된 것이었다. 알고 봤더니 그 후배 목사 교회 일이었다.

@BRI@내가 주변에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고 그 후배는 나보다 기술은 없어도 돈을 들여 사무실도 내고 그럴 듯하게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아주 상했다. 도저히 내 맘으로 그 일을 하러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있던 목수만 보내주고 내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그 후배 목사와 무슨 일을 도모하지를 않았다.

또 다른 선배가 목사가 되어 연락이 왔다. 그 선배도 개척 교회 때 여러 번 일을 해주었는데 교회를 이사한다면서 인테리어를 의뢰하러 왔다. 내가 견적을 넣자 그 목사는 견적만 받고 그 공사를 다른 사람한테 주었다. 도저히 그 전의 일을 보면 나한테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견적도 의뢰하지 말든지, 아니면 적당한 단가로 조절을 해 이야기하든지, 그때도 나는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사실 그때도 그냥 와서 일 해달라고 해도 해줄 생각이었다.

또 한 번은 당구장을 하는 선배가 그때 돈으로 2만원을 던져주고 TV 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돈은 인건비는커녕, 자재 값도 안 되는 돈이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선배가 해달라는데 그 돈으로 건성건성 장을 짜주는 수밖에…. 좋은 자재를 써야 좋은 장이 되고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가야 세련된 가구가 되는데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준 장은 좋은 TV 장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하다 보면 괜히 이미지만 나빠지고 일거리가 들어올 것도 안 들어오는 일이 허다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해주면 주변에서는 정말 돈이 되고 큰 공사들은 나한테 돌아오지 않는다. 보통 인식하기를 돈 안주고 일 시키는 사람으로 인식되지 큰 공사를 맡기고 그걸 만들어낼 목수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주변에서는 일거리가 있어도 돈 되는 일은 돌아오지 않고 어렵고 돈이 안 되는 일거리만 계속 들어왔던 것이다….

나는 보통 마음이 약해서 이처럼 주변에서 뭘 해달라고 하면 돈이 안 들어도 해주곤 했다. 보통 돈이 안 드는 일들은 모양도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돈도 들고 인건비도 들고 해야지 제대로 된 일이 되지 사람들은 공짜로 해주는 걸 좋아하면서도 아주 세련되고 깔끔한 공사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도 서비스로 개집을 지어달라고 하면 절대 안 지어준다. 왜냐하면 개목수가 되기 때문이다. 개집을 짓더라도 제대로 지으려면 좋은 재료를 써야 하고 신경을 써서 아주 깔끔하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괜히 개집이라고, 서비스라고 대충 지어주면 나중에 분명 물을 것이다. 이거 누가 지은 거요? 그러고는 그 개집의 조건이나 상황은 무시한 채 집을 이 따위로 짓느냐? 이런 실력 가지고 있는 목수한테 일을 맡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목수들은 개집을 지으면 안 된다. 개목수가 되기 때문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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