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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재활학교 학부모들이 십보일배를 하며 '학칙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위드뉴스
“우리도 중학교를 가고 싶습니다. 6년을 다닌 연세 재단에서도 중학교를 만들어 줄 수가 없대요. 우리보고 다른 학교로 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갈 수 있는 학교는 연세재활학교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중학교에 가고 싶습니다.”

@BRI@체감온도 영하 14도를 웃도는 강추위가 찾아온 28일 오전. 연세재활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차민호 학생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세대학교 중앙 도서관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해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재활학교 학부모들이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간지 28일로 11일째를 넘기고 있다. 부모들의 계속되는 학칙 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연세재단은 ‘학칙 개정은 건물이 신축된 이후 개정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세재활학교는 지체부자유 특수학교로 유치부 과정과 초등부 과정을 포함해 총 63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에 있다. 이중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모두 9명으로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의무교육도 받을 수 없는 연세재활학교,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

우리나라 교육은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이다. 그러나 연세재활학교 학생들은 사실상 졸업 이후 진학할 학교가 없다. 졸업생들이 인접한 지역에 지체부자유 특수학교인 우진학교 한 곳이 있지만 이미 넘쳐나는 학생들로 인해 우진학교로의 진학도 여의치 않다.

▲ 연세재활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 위드뉴스
때문에 연세재활학교 학생들은 누구나 다 받는 의무교육마저 받지 못할 실정이다. 연세재활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장애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2005 교육부 특수교육실태조사서 내용을 재구성한 결과에 따르면 장애학생 4명 중 1명만 특수교육을 받고 있으며 근거리 지역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34개 기초자치단체 중 162개 지역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15개 지역에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고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재활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권정미씨는 “연세재활학교에 중·고등부 과정이 개설되지 않는다면 졸업 후 갈 곳이 없다”며 “어느 학교든 다닐수만 있다면 보내겠지만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교육청에서도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권씨는 “연세재단은 학교는 짓는다고 하면서 중고등부 개설을 위한 학칙은 개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이것은 6년간 데리고 있던 자식을 버리겠다는 처사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씨는 또 “연세재단은 신축건물이 완공된 뒤 학칙을 개정하겠다면서 ‘원칙’을 따지고 있다”며 “연세재활학교가 그동안 원칙대로 운영되어 왔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재단, “재활학교 문제 잘 모른다”

연세재활학교 교육권확보 공동대책위원회는 “연세재단이 10년 전부터 학교 신축을 약속했으나 해마다 번복한 사례로 볼 때 중고등부 학급 개설 학칙 개정 없이 독립건물을 신축한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십보일배 하는 저학년 학부모들
ⓒ 위드뉴스

이어 “연세재단은 43년 동안 재활학교를 운영하면서 각종 기부금을 걷어 놓고도 재활의학의 메카라고 선전하며 연세 대학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다”면서 “이제와서 연세재단은 특수학교에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재활학교 문제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연세대학교 법인 사무국 관계자는 “학칙 개정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법인 산하에 있는 재활학교 문제를 재단에서 모를수가 있냐고 하자 “자세히 모른다. 교장과 통화해라”고 답했다.

연세재활학교 박숙자 교장은 “부모님들의 애절한 마음은 알지만 학칙개정과 이사회 소집 문제는 교장으로서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재단측에서는 건물이 신축되고 난 뒤에 학칙이 개정돼야 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문제 파악 조차 하고 있지 않는 연세재단'

연세재활학교 교육권확보 공동 대책위원회 권정미 회장은 “농성이 시작된지 11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재단측과 공식적 대화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면담 공문 접수를 위해 재단에 전화를 걸어 팩스 번호를 물어봤지만 번호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 연세재활학교 본관 앞 천막농성장. 농성장 뒤로 본관 건물이 보이지만 재단 관계자들은 단 한번도 농성장을 찾지 않았다.
ⓒ 위드뉴스

이어 권 회장은 “연세대학교 본관 바로 앞에 농성장이 있지만 재단 관계자 그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재단은 문제 파악 실무 조사 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결의대회 중 연세재활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은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중앙도서관 앞까지 십보일배를 하며 ‘행정원칙만 운운할 것이 아니라 중고등부를 개설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세재활학교는 현재 신축 설계도면이 나온 상태로 내년 3월께 신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축 공사는 대략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세재활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신축에 앞서 학칙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연세대 본관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재단측에서는 신축이후 학칙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재단과 학부모들의 갈등은 지속될 조짐이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숙 기자는 장애인 인터넷신문 위드뉴스 기자로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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