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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파로 붐비는 가락시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파로 붐비는 가락시장 ⓒ 김혜원
"크리스마스인데 칠면조는 못 먹어도 닭이라도 몇 마리 튀겨 올까?"
"칠면조는 뭐고 닭은 무신 닭? 요즘 대구랑 꼬막이 한창 이라는데 그거나 사다 해먹지"”
"크리스마스에 웬 대구탕? 웬 꼬막?"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제철 해산물 사다가 푸짐하게 만들어 먹으면 됐지. 서양 사람들 흉내나 내면서 트렌스 지방에 튀겨낸 닭이나 먹으면 좋겠나? 텔레비전을 보니 대구가 제철이라 값도 싸다더라."


트렌스 지방까지 운운해가며 말이 길어지는 걸 보면 남편은 분명 대구탕이 먹고 싶은 것입니다. 눈치를 보니 아버지도 엄마도 튀긴 닭보다는 시원한 대구탕 쪽이 더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이십니다.

가족들 모두가 원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가락시장은 연휴와 크리스마스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러 나온 사람들로 씨끌벅적 붐볐습니다.

“대구가 싸요. 1kg에 5천 원!”

여덟 식구가 푸짐하게 먹을 만한 크기의 대구의 중량은 약 5kg. 아줌마랑 잘 흥정을 해서 2만원에 구입을 합니다. 대구탕의 향기를 더해 줄 미더덕은 킬로에 9천 원. 너무 비싸니 500g만 사서 시원한 향만 나도록 준비합니다.

손질된 대구를 소금과 마늘만 넣고 한소큼 끓여 둡니다
손질된 대구를 소금과 마늘만 넣고 한소큼 끓여 둡니다 ⓒ 김혜원
콩나물과 무우를 냄비 밑에 깔고 대구와 육수 그리고 야채를 담습니다.
콩나물과 무우를 냄비 밑에 깔고 대구와 육수 그리고 야채를 담습니다. ⓒ 김혜원
손질한 대구는 먼저 소금물에 살짝 삶아 놓고 함께 넣어 끓일 야채를 준비합니다. 매운탕이든 찜이든 주재료인 생선을 소금과 마늘만 넣은 물에 살짝 삶아 두면 요리할 때 부서지거나 간이 덜 베어 맛이 겉도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답니다.

거품을 걷어 내며 충분히 끓이면 시원하고 얼큰한 대구매운탕 완성
거품을 걷어 내며 충분히 끓이면 시원하고 얼큰한 대구매운탕 완성 ⓒ 김혜원
한번 삶은 대구와 대구 삶은 물을 적당한 냄비에 덜어 빛깔 좋은 고춧가루에 국 간장, 약간의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충분한 마늘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풀어 끓이면 됩니다. 그러면 시원하고 구수하며 매콤한 맛이 일품인 대구탕이 완성되지요.

요즘 한창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는 벌교 꼬막은 1kg당 6천원. 1만 원어치만 사면 식구가 조금 많아도 충분한 양이 됩니다. 벌교 꼬막은 뻘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것이 싱싱하며 값도 비쌉니다.

뻘이 잔뜩 묻어있는 오른쪽 꼬막이 더 싱싱한 것이라네요.
뻘이 잔뜩 묻어있는 오른쪽 꼬막이 더 싱싱한 것이라네요. ⓒ 김혜원
뻘을 씯고 해감을 해 둡니다.
뻘을 씯고 해감을 해 둡니다. ⓒ 김혜원
집에 가져와서 소금물에 해감을 시킨 후 뻘을 깨끗이 씻어 내고 물 없이 삶아 냅니다. 너무 오래 삶으면 꼬막살에서 물이 너무 빠져 나와 작고 질겨지니 한소끔 끓으면 불을 끄고 소쿠리에 건져 물을 빼 놓아야 합니다.

꼬막위에 얹은 갖은 양념 양념장
꼬막위에 얹은 갖은 양념 양념장 ⓒ 김혜원
꼬막은 양념 없이 삶자마자 그대로 먹어도 맛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 식어 버리면 그대로 먹기에는 조금 부담이 된답니다. 파·마늘·고춧가루·깨소금·참기름 등 갖은 양념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삶아 둔 꼬막 위에 얹어 내면 통통하고 탄력 있는 속살 맛이 일품인 꼬막무침이 완성되지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쫄깃 통통 꼬막무침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쫄깃 통통 꼬막무침 ⓒ 김혜원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 손님 치를 일을 걱정하고 계시나요? 몸에 좋지 않다는 트렌스 지방에 튀겨 내거나 지져낸 서양음식보다 한참 제철을 맞아 값싸고 싱싱한 대구와 꼬막요리를 준비해 보세요. 값싸고 손쉽게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는 훌륭한 상차림을 자랑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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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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