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성탄트리 위에 딸아이가 카드를 올려놓았습니다.
성탄트리 위에 딸아이가 카드를 올려놓았습니다. ⓒ 김현
"아빠 우리 크리스마스트리 만들자."
"다른 집은 벌써 만들었대."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니. 트리도 너무 오래 됐잖아."

아이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자는 말에 아내가 좀 귀찮은 듯 제동을 건다.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핑계로.

사실 우리 집의 트리는 올해로 여덟 살이 되었다. 작은 녀석을 낳고 기념으로 당시 2만원 정도 주고 샀으니 우려먹어도 한참은 우려먹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선 종종 장식을 하기 위해 가지를 늘리다 보면 툭툭 부러지고 빠진다. 그러나 그게 무에 대수인가.

아이들은 그저 꾸미고 너덜너덜 붙이고 거기에 알록달록 반짝이는 불 밝히고 하면 된다. 만드는 재미에 보는 재미로 아이들은 해마다 창고 한쪽에 박아놓은 트리를 꺼내 장식을 한다.

아이들과 대충 꾸미고 트리 불을 밝히자 아들 녀석이 불을 꺼야 한다며 거실 스위치를 내린다.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는 트리의 불을 보니 제법 그럴싸하다. 그런데 딸아이가 갑자기 아빠를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아빠, 잠깐만 방에 들어가 있어봐."
"왜?"
"그냥 잠깐이면 돼.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절대 나오면 안 돼. 알았지?"

딸아이의 강요에 아이들 방에 들어 잠시 있으니 눈감고 나오라고 한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내 손을 잡아준다. 거실까지 안내한 딸아이가 이번엔 엄마를 데리고 나온다. 그리곤 소파에 앉아 자기 누나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살피고 있던 아들 녀석까지 트리 앞에 모이게 하더니 눈을 떠보라 한다.

"아빠, 엄마. 이제 눈 떠도 돼. 그리고 앞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봐."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있어?"
"에이 나무 위를 바라보란 말야."

아빠 엄마 동생에게 쓴 딸아이의 사랑의 카드
아빠 엄마 동생에게 쓴 딸아이의 사랑의 카드 ⓒ 김현
딸아이의 말을 듣고 불이 반짝거리는 트리를 바라보니 한복 모양의 카드가 놓여 있다.

"이거 뭐야. 카드잖아. 우리 딸이 우리에게 쓴 거야?"
"응. 오늘 학교에서 만들었는데 가장 고맙고 생각이 많이 나는 사람한테 선생님이 쓰라고 했어. 그래서 아빠 엄마 한울이한테 쓴 거야."
"아이고 이뻐라. 뭐라고 썼는지 어디 읽어 볼까."

@BRI@딸아이가 빼준 카드를 각자 방에 들어가 읽으니 많이 컸다 싶다. 정성껏 만든 카드에 또박또박 쓴 글씨까지 이런 맛에 딸을 키우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내도 고마웠든지 방에 들어온 딸아이를 안고 고맙다며 뽀뽀를 하고 안아주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 녀석도 고맙다며 누나 등을 톡톡 건드리며 장난을 친다.

"딸아 이리 와 봐."

딸아이를 불러 무릎 위에 앉힌 다음 볼에 뽀뽀를 하며 "우리 딸 이제 다 컸는데"했더니 방글방글 웃는다. 그런 모습을 봄 샘쟁이 아들 녀석이 "피∼ 누나만 뽀뽀해주고…"라며 톡 토라진 모습을 보이자 아들 녀석까지 무릎 위에 앉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더니 얼굴이 환해진다.

딸아이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받고 아이들을 무릎 위에 앉혀 껴안고 있으려니 가족이 이런 건가 보구나 싶다. 속 깊은 강물처럼 말이 없어도 서로 마음 깊이 생각해주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이것이 가족인가 싶어 아내와 어린 두 녀석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얘들아. 고맙구나. 그리고 엄마 아빠는 너희들을 무척 사랑한단다. 지금처럼 항상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아들딸이 되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 나! 따로 가지 말고 함께 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