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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모 전 <시민의 신문> 대표.
이형모 전 <시민의 신문>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회사 경영진이 수년간에 걸쳐 여성조합원들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을 인정하며 당사자와 노동조합에 대해 공식 사과를 드립니다." (2004년 11월 10일 <시민의신문> 대표이사 이형모)

지난 9월 한 시민단체 여성 간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표이사직을 자진 사퇴한 이형모 전 <시민의신문> 대표가 2004년에도 사내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의신문>은 19일 "이형모 전 대표의 성폭력 사건은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다, 2004년 사내에서 이미 신문사 여직원에 대한 대표이사의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다"면서 이 전 대표 명의의 공문을 공개했다.

이 전 대표는 노동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수년간에 걸쳐 여성조합원들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을 인정한다"며 공식사과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통보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사내에서 여성조합원들에게 성적 차별이나 성희롱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경영진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 ▲사장실, 광고국 등에 투명유리시설 설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성희롱 혐의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이 전 대표가 스스로 한 약속을 2년만에 깨뜨린 셈이다. 당시 노동조합이 2∼3차례 일정을 잡아 통보했음에도 이 전 대표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은 2004년 당시 이 전 대표의 성희롱 사실을 한 여성 조합원으로부터 접수받고, 산하에 '성폭력인권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이준희)를 설치해 진상 조사 활동을 펼쳤다. 대책위는 이 전 대표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냈고, 직원들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준희 당시 대책위원장은 "편집국 기자 세명과 업무국의 회계 담당 직원 한명 등 총 네명이 성추행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뒤에서 안는 등 당시 피해 사례가 이번 9월 성추행 사건의 내용과 유사했다"고 말했다.

이 대책위원장은 "밀폐형이던 화장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사무실 내 투명유리를 설치하는 등 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이 전 대표는 2006년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며 이 전 대표를 "상습적인 성추행범"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진정을 하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검찰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모 전 대표, 윤리와 도덕성 상실"

@BRI@한편 <시민의신문> 인터넷판(19일자)은 지난 9월 5일 성추행 피해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공개했다. 이 안에는 이 전 대표가 지난 2000년부터 시민단체 여성 간사에게 한 성추행 혐의가 포함됐다.

피해자 A씨는 내용증명에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11월 성희롱 사건이 있었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본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이라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시민운동가로서 필요한 덕목인 윤리와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시민운동가뿐만 아니라 어떤 대외적 직책을 맡아서는 안 될 인물"이라며 이 전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A씨는 '시민의신문 이형모 사장의 성추행 진술서'라는 제목의 첨부 문서를 통해 지난 7년여간 8차례에 걸친 성추행 사례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이중 4건은 이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까지 표기돼 있다.

이형모 전 대표는 지난 9월 14일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격려하면서 등을 두드려주고 어깨를 만진 것이 결과적으로 성희롱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씨가 내용증명에 적시한 사례는 '성희롱'의 정도가 사뭇 달랐다. A씨는 내용증명에서 성적 희롱 발언뿐만 아니라 자신을 껴안거나 그 이상의 행동을 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특히 "(성추행을 당할 당시) 너무 겁이 나서 난 얼어버렸다"면서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형모가 행한 행위보다 그 행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심한 자책으로 괴로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사건이 불거진 뒤 10월 하순께 일하던 시민단체를 그만 두고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이 전 사장 "나에 대한 보복이다"

A씨의 내용증명에 적시된 성추행 문제와 관련 이 전 대표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 당사자와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고 싶다"고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지난 9월 13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내 입장이 충분히 이야기됐다"며 당시 성추행에 대해 "성희롱을 할 의사가 없었지만, 그와 달리 상대방 여성이 수치심을 느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민의신문>이 내용증명을 공개한 것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남영진 사장 후보를 선임해주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며 "나와 여러 주주들의 의사 표명을 협박할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형모는 통렬히 반성하고 석고대죄하라"
언론노조 성명, 시민사회 진영의 적극적인 대처 촉구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시민의신문> 이형모 전 사장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시민의신문 정상화는 시민사회단체 몫이다-이형모 전 사장은 통절히 반성하고 석고대죄 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 전 사장을 격렬히 성토하고, 시민사회 진영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다음은 언론노조의 성명 전문이다.

시민사회단체 공동신문인 시민의신문이 난파의 위기에 놓였다.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이형모 전 사장이다. 헌신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에겐 미안한 표현이지만, 시민사회단체 명망가들 또한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조연으로 미필적 고의를 저질렀다. 그리고 언론개혁투쟁에 매진해왔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 또한 그 온전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노조는 그 책임을 시민의신문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서 지고자 한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명망가들과 활동가들 또한 시민의신문을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이형모 전 사장은 지난 9월 13일 공식 사과한대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했다. 통절히 반성하고 석고대죄 하는 것만이 피해 여성에 대해 최소한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며 시민사회진영에 끼친 해악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형모 전 사장은 지난 14일 시민의신문 임시 주총 장에서 시민의신문 직원들과 시민사회 진영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상식마저 깨버렸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아무 일 없었던 듯, 당당하게 말이다. 그 정도면 적반하장에 엽기적 수준이다.

그는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올라온 신임 남영진 사장 후보를 주식 지분 40%의 힘으로 반대했다. 그의 행동은 ‘시민단체 공동신문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공동신문이냐, 이건 나의 것이다’ 라고 밖에 읽히지 않는다. 우리가 그토록 투쟁해왔던 언론의 공공성이 시민사회진영의 공론지 역할을 해왔던 전 사장의 ‘사유화’ 주장으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시민단체 공동신문으로 양질의 콘덴츠를 생산해왔던 시민의신문은 이형모 전 사장에게 명예만 안긴 게 아니었다. 상당한 금전적 이득까지 안겨줬다. 이형모 전 사장은 현재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 (재)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장, SBS문화재단 이사, (재)포스코청암재단 감사 등을 포함해 무려 스무 곳 이상의 단체나 재단의 이사나 감사, 대표,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해 2억 1천여 만 원의 근로소득을 신고했다고 한다. 시민의신문으로부터 1억 1천 5백여 만 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 6천여 만 원, 녹색문화재단으로부터 3천 6백만 원을 받았다. 이 세 군데서만 받은 금액이 이 정도면 이형모 전 사장의 연봉은 도대체 얼마나 된다는 말인가. 시민운동가라고 해서 돈 벌지 말라는 법 없으나, 그건 시민의신문 사장에다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라는 타이틀로 비롯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민운동과 시민의신문은 이형모 전 사장의 명예와 금전적 이득에 막대한 기여를 한 셈이다. 개탄스럽고 또한 너무나 화가 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십 만 원의 활동비로 헌신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은 뭐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단체에 시민의신문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거듭 촉구한다. 그동안 조용한 해결을 바라며 지켜만 봐왔던 소극적 자세가 사태를 키웠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시민사회 진영이 한 목소리를 낸다면 사태 해결은 쉬울 수 있다. 언론이든 시민운동이든 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는 법이다. 내 안의 야만을 깨지 않고서 어떻게 진보와 운동을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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