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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진
필자들은 93명의 시민들에게 '기아바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외대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직접 설문과 '디시인사이드'의 한 게시판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을 병행했다.

조사 결과, 약 71%가 지하철 내 상행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시끄럽다'(36.4%)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통행방해'(27.3%), '저급한 상품'(21.2%)이라는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의견으로 시민들의 무릎에 물건을 놓고 돈을 낼 것을 요구하는 사실상 '강매'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와 달리, '좋다'고 답한 사람의 절반 이상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김민정(21)씨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는데 칫솔회사 직원이라 했던 분이 다른 때에는 면도기회사 직원이 되기도 하고 혹은 계산기 회사 직원이 되는 걸 보면 재미있다"고 말하고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보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들은 이들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63.4%가 지하철 내 상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 중 89.8%는 상인들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들을 무조건 지하철에서 몰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하철에서 하모니카를 팔고 있는 김정석(가명)씨
지하철에서 하모니카를 팔고 있는 김정석(가명)씨 ⓒ 윤형훈
또한 필자들은 실제로 지하철에서 상행위를 하는 이들을 만나 현황을 듣고 의견을 물었다.

장갑을 파는 박성수(가명, 45)씨는 "처음에 물건을 팔 때에는 범칙금 때문에 조마조마했지만 활동하다보니 어지간하면 잘 걸리지 않더라"고 말하고 "지하철역 내에서 물건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단속할 수 없기 때문에 개찰구를 통과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하모니카를 파는 김정석(가명, 53)씨는 "짜증내는 승객이 많아 가끔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면서도 "그래도 좋은 상품을 파는 것인데 구걸하는 사람이나 전도하는 사람 취급을 할 때에는 씁쓸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명확한 단속 법령 없어... 해결책은 허가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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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하철 내 상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명시적인 법령은 없는 상태. 옛 철도법 89조(무허가기부요청과 물품매매 등에 대한 벌칙)에는 "철도직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차내, 역 기타 철도지역 내에서 기부를 청하거나 물품을 판매 또는 배부하거나 연설, 권유 등 행위를 한 자는 3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2005년 1월 1일자로 철도법이 폐기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철도안전법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지하철 내 상행위를 단속할 법령이 없어, 이른바 '기아바이'들에 대해 '인근 소란'이란 명목으로 경범죄 수준의 처벌(3만원의 범칙금 부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지하철 운영 주체가 이런 상행위를 적정 수준까지 허용하고 나머지는 단속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김순복(49)씨는 "상인들 때문에 지하철이 혼잡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단속을 강화하면 그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느냐"면서 "그 사람들 중 적정 인원의 상행위를 허가하고 그 외에는 단속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홍보실의 강선희(52) 보도차장은 "지하철 내 상행위를 금지하는 명확한 단속 법령이 없는 탓에 상인은 늘어나고 있다"면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경찰에 단속을 부탁해도 처벌 '법령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 차장은 "물품매매 등 내용이 빠진 철도안전법을 대체할 법령이 시급한 상황이라 서울시의회에 이 내용을 조례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있다"면서 "국회나 서울시의회에서 이 법안을 조속히 상정해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한편, 또다른 보호법을 제정해 상인들의 생계도 보장할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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