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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 문학동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문학적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나라에서 온 작품이다. 속속들이 북유럽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유독 노르웨이만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노르웨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라는 '브라게 문학상'(청소년도서 부문) 수상작이라는 소개가 기대치를 높여준다.

그런데 저자의 이력을 보면 눈은 더 휘둥그레진다. 작가의 이름은 쉰네 순 뢰에스(31), 한국 이름으로는 지선(池善)이다. 한국 이름이 있는 건 왜인가? 저자는 1975년에 서울에서 출생했고, 생후 7개월이 됐을 때 쌍둥이인 오빠와 함께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아프디 아픈 과거를 지닌 셈이다.

뢰에스는 이 소설의 한국어 번역 출간에 맞춰 부모의 나라를 찾았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남편 할보르 브레이빅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소녀의 아픈 성장기 다룬 소설... 간호사로 일한 저자 경험 살려 써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17살 소녀의 아픈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소녀는 감수성이 예민하다. 남들과 다르게 자연을 보고, 사람을 대한다. 소녀는 자신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천재라고 생각한다. 잘난 척은 아니다. 자부심이 가득한 것이다. 하지만 적당하게 다른 이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소녀는 배척 당하고 외면 당한다.

@BRI@의사는 소녀에게 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 말에 따라, 아버지와 계모의 동의하에 소녀는 정신병원에 '감금' 당한다.

그곳에서 언제일지 모르는, 의사의 입에서 '퇴원하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소녀는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받는다. 자연을 찬양하는 것, 예술을 사랑하는 것, 자신에 대해 자부심 갖는 것 대신에 남들처럼 살아가야만 정상인이 되는 얄궂은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과연 소녀는 그렇게 적응할 수 있을까? 적당한 타협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소녀는 견디지 못하고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기도 하고, 정신병원에서 신경질적으로 변해 친구를 잃어버리고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소녀는 더 지쳐가고, 사랑을 노래하던 마음은, 마를린 먼로를 자처하던 감수성은 황폐화된다. 정신적인 죽음, 그것이 소녀를 덮쳐온 것이다.

뢰에스는 4년 동안 정신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고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의 입양을 알았기 때문일까? 작품의 주인공을 저자와 동일시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라 할지라도 관련짓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다름을 견디지 못하는 소녀의 뒤안길에서 백인들의 사회에서 커가는 어린 한국 소녀의 슬픔과 눈물을 발견하게 된다.

아픔 딛고 웃는 얼굴로 건네는 마지막 인사

그래서일까?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단순한 소설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동생의 이야기처럼 다가오고 있다. 그렇기에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논픽션보다 생생하게 와 닿으며 그 아픔 또한 절실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아픔의 끝에서, 기쁨으로 또한 즐거움으로 불려 지는 노래 또한 넓고 깊게 들려온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의 소녀는, 사지에 몰려 궁여지책으로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 배워야 할 것들을 알아차린다.

그렇게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을 통해 소녀는 성장하게 되고 종래에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울음을 그치고 웃는 얼굴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덕분에 기나긴 아픔의 통로 끝에서 반갑고도 기쁘게 악수할 수 있는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제목은 무슨 뜻일까? 일본 소설의 쿨한 제목을 연상케하지만, 이것에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숨겨있다. 노르웨이에서 다들 아침 식사하는 식탁에 꽃을 놓아두기만 한다. 하지만 소녀는 남들과 다르게 꽃 또한 먹을 수 있다고 여긴다. 소녀의 창조적인, 그리고 감수성 어린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인 셈이다.

노르웨이에서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보다 작가가 생후 7개월에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작품의 면모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강렬한 인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쉰네 순 뢰에스 지음, 손화수 옮김, 문학동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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