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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한 가족이 지난 8월 1일 이스라엘의 포격을 피해 남부 레바논의 아이타론 마을에서 벤트 즈바일로 피난하고 있다.
피난 한 가족이 지난 8월 1일 이스라엘의 포격을 피해 남부 레바논의 아이타론 마을에서 벤트 즈바일로 피난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분쟁의 씨앗, 종파별로 배분된 권력

지난 여름 34일 동안 레바논 전역이 이스라엘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수도 베이루트의 공항과 도심의 주거지가 밤낮으로 폭격을 당한 가운데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그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밝혀졌다.

@BRI@마침내 유엔이 개입했고 미국의 입김이 반영된 결의안으로 어정쩡한 또 한번의 휴전이 이루어졌다. 휴전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한 유엔군의 투입으로 현재 레바논 남부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고 우리 정부에서도 레바논 파병을 위한 구체적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러나 휴전이 발효되고 나니 이번엔 내전의 전운이 레바논을 감싼다.

레바논을 이해하려면 우선 지난 1943년의 '국민 협약'과 1989년 사우디 타이프에서 체결한 '타이프 조약'을 빼놓을 수 없다.

'국민 협약'은 대통령은 기독교에서 배출하고 총리는 수니 무슬림이 가져가되 국회의장은 시아 무슬림에서 나오도록 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으로 프랑스로부터 독립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권력을 종파별로 분점시킨 것이다.

반면 '타이프 조약'은 26년간 가다서다를 반복하던 레바논 내전을 종식시키고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내전 발발의 한 원인을 제공한 종파별 인구 비율에 따른 국회 의석 배분을 보다 현실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총의석수를 기존의 99석에서 29석이 늘어난 128석으로 확대하고 외견상 기독교와 이슬람이 64대 64의 동석으로 조정되었으나 1932년 실시된 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하였으니 전체 인구의 40%에 불과한 기독교가 전체의 절반이나 되는 의석을 갖는 근본적 모순은 그대로다. 인구의 40%가 의석의 50%를 가져갔으니 이슬람의 상대적 박탈감은 20%나 된다.

당초 이런 구조적 모순은 사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이 한 목소리를 내는 한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닌 듯 했다. 인구 증가율은 무슬림이 단연 기독교를 앞지르니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다.

레바논 종파별 의석수 현황

종파

타이프조약 이전(1943-89)

타이프조약 이후(1989-현재)

 마로나이트
 그리스 정교
 그리스 가톨릭
 아르메니아 정교
 프로테스탄트
 기타 기독교

30
11
6
4
1
2

34
14
8
5
1
2

 기독교 소계

54

64

 수니 무슬림
 시아 무슬림
 드루즈 무슬림
 알라위트

20
19
6
0

27
27
8
2

 이슬람 소계

45

64

 합계

99

128

ⓒ 이상직
그런데 실제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수니 무슬림은 기독교와 연합했고 드루즈 이슬람도 기독교의 손을 들었다.

이렇게 각각의 종파가 다시 이합집산 한 결과 2005년 총선에서 수니 무슬림과 마로나이트 기독교의 현 정부가 72석, 시아 무슬림 헤즈볼라와 약간의 기독교 종파가 연합한 반대세력이 56석이 되었다. 시아 무슬림이 느끼는 심리적 불균형이 클 수밖에 없다.

외세, 동네 축구에 몰려든 훈수꾼들

종교적 파벌에 기초한 세력들이 다시 연합을 하여 만들어진 레바논내 두 양대 산맥의 충돌이 좀처럼 그 간극을 줄이지 못하는 바닥에는 위에서 예시한 종교적 이질성 외에 레바논을 둘러싼 이웃 국가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도 그 일단을 찾을 수가 있다.

마로나이트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프랑스가 우방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을 그 지지자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을 위시한 서방 세력은 기독교를 지원하는게 일견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슬람은 어떤가. 대부분의 아랍 왕정은 수니 무슬림인 반면 혁명을 통해 왕정이 타도된 이라크, 이란 등은 시아 무슬림이 다수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간극 만큼이나 수니와 시아의 간극이 이슬람 내에서 상존한다.

아랍내 절대다수 수니 왕정 국가들, 영원한 우방 미국과 이스라엘, 레바논의 근본까지 소유코자 하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맹방, 이란-시리아의 연합이 레바논에서 다시 한번 시니오라 총리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무대위로 올렸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일어났던 지난 75년의 암울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암살과 보복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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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자국 지난달 21일 암살당한 피에르 제마엘 레바논 산업부장관이 탔던 차. ⓒ EPA=연합뉴스
레바논은 75년 이후 암살과 보복, 또 다른 보복이 잇따랐다. 그 보복은 학살로 발전되었고 집단 대결은 외세라는 군화발로 레바논의 구석 구석을 무차별 유린했다. 지나가던 시내 버스에 타고 있던 수십명의 민간인들이 그 자리에서 검문을 당하고 전원 총에 맞고 즉석에서 쓰러졌다.

그때와 비교해 외견상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구도가 '친 시리아'와 '반 시리아'로 헤쳐모여를 했다는 것 정도이다.

이 와중에 지난달 21일 피에르 제마엘이 암살당했고 최근엔 한 시아 젊은이가 수니 젊은이들로부터 총을 맞고 숨졌다. 헤즈볼라가 무기한 반정부시위를 선언했고 시니오라 총리는 힘의 논리로 절대 얻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침략시 부역했다며 비난하자 현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헤즈볼라가 쿠데타를 기도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스라엘에 부역한 세력과 쿠데타를 기도하는 세력과의 대립으로 비화된 것이다.

이렇게 내전은 다시 한 번 터지고 레바논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폐허의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아름다운 나라 레바논에 평화는 언제 오나

레바논의 정서는 "절대 안된다"이다. 그 어느 종파도 그 어느 개인도 지난 내전으로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게 레바논의 현실이다.

피에르 제마엘의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잃은 상실의 마음을 누구보다 진실되게 다독거렸던 장본인이 다름 아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였다. 나스랄라 역시 두 아들을 이스라엘의 침략으로 잃었다.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종파와 종파간의 전쟁이 친시리아와 반시리아로 다시 재조정되고 있지만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보면 기존 정치에 대한 신물나는 혐오와 사랑하는 남편 아내 자녀 친구를 상실한 모두의 슬픔이 꼭 같은 공감으로 녹아있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 베이루트 한복판 수니 모스크에서 시아 무슬림과 합동 기도가 있었는가 하면 마로나이트 기독교 출신 미셀 아웅이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레바논 역사상 처음으로 수니 무슬림이 프랑스 미국과 더불어 긴밀한 유대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아랍연맹 사절단이 시리아로 급파되어 정치구조 개편에 대한 시리아의 눈도장을 급히 찍고 종종 걸음으로 시니오라 총리와 헤즈볼라를 만난 이래 엊그제 마로나이트 교회를 방문하여 환담하는 장면이 아랍 미디어를 사로 잡은 일도 있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수시로 드나들던 카지노 '드 레반', 중동의 스위스라 할 만큼 수많은 은행들, 온 세상의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노천 카페, 산 마루에서 스키를 즐기고 해변가에서 선탠을 하던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나라에 평화는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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