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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국보 제117호)의 지권인
전남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국보 제117호)의 지권인 ⓒ 김성후
지권인(智拳印)은 소리도 없고 형상도 없는 비로자나불을 믿으면서 그분의 특징을 형상화한 손모양으로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는 하나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집게손가락만 똑바로 세운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서 오른손 엄지가 왼손 집게손가락 끝에 서로 맞닿도록 한 모양입니다.

아미타불을 나타내는 손모양은 미타품인(彌陀品印)이라 합니다. 모든 중생은 9가지 성품 중의 하나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중생은 '상-중-하'의 3가지 생(生)이 있으며 각각의 생(生)마다 다시 '상-중-하'의 품성(品性)이 있어 모두 9가지 성품을 가지게 됩니다. 아미타불의 손모양은 이 9가지의 성품을 지닌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경북 경주 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의 미타품인
경북 경주 불국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의 미타품인 ⓒ 김성후
약사여래의 특징적인 모습은 대개 왼손에 약을 담은 병(藥甁)이나 약을 담은 단지(藥盒)를 들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중생의 병을 고치려면 병에 딱 맞는 약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손모양으로 선정인(禪定印)이 있습니다. 이 손모양은 손바닥을 편 채로 왼손은 배꼽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서 두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로 오른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 채로 손바닥을 밖으로 내밀고 있는 시무외인(施無畏印)과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손모양인 여원인(與願印)이 있는데, 이를 합쳐 통인(通印)이라고 합니다. 또 양손을 가슴 앞까지 올린 다음 왼쪽 손바닥은 안으로, 오른쪽 손바닥은 밖으로 향하게 하고 각각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붙인 전법륜인(轉法輪印)이라는 손모양도 있습니다.

요즘 사찰을 답사할 경우 수인과 건물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웅전이라 하면 석가모니 부처의 공간을 상징하는데 미타품인을 한 불상을 모시거나 지권인을 한 불상을 모신 경우가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광경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부처의 공간에 부처를 모신 신앙의 측면에선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의 장엄

부처를 신성한 존재로 표현하기 위해 꾸민 장엄(莊嚴)에 속하는 내용으로 광배(光背)와 대좌(臺座), 옷과 닫집 등이 있습니다.

먼저 광배라는 것은 초자연적인 믿음의 대상이 된 부처를 좀 더 거룩하게 표현하고자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랜 시간 수행을 쌓으면 보통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오로라 같은 빛이 실제 난다고 하는 주장에 따라 부처의 몸에서 나는 빛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부처의 온 몸에서 빛이 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을 전신광배(全身光背)라 하며, 머리에서 나는 빛을 표현한 광배를 두광(頭光)이라 하고, 몸에서 나는 빛을 표현한 것을 거신광배(擧身光背)라고 합니다.

대좌란 부처나 보살 또는 승려 등이 앉거나 서는 자리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불상을 대좌 위에 모시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32길상 80종호는 부처의 신체적 특징을 설명할 뿐 대좌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 기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석가모니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 앉았던 풀방석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이 자리를 금강좌(金剛座)라 불렀다고 합니다.

대좌의 형태는 불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연화좌, 사자좌, 상현좌, 암좌, 운좌, 조수좌, 생령좌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연꽃 모양의 연화좌와 사자좌가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연화좌(蓮華坐)에 새겨놓은 연꽃은 불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지만 더러운 것이 묻지 않고 항상 맑은 꽃을 피운다고 하여 고통과 탐욕이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태어나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교예술 전반에 걸쳐 연꽃을 조각하거나 그려놓는 일이 많은 것이며 부처가 앉는 자리 또한 연꽃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사자좌(獅子座)는 부처의 위엄과 위세를 백수의 왕인 사자에 비유하여, 사자를 대좌의 좌우에 새긴 것을 말합니다. 연화좌는 불상이나 보살상 등에 널리 사용되는데 반해 사자좌는 오직 불상에서만 나타나며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부처가 앉아 있는 곳을 수미단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세계의 중심에 자리잡은 수미산에 부처가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석가모니께서 살아계셨을 때 옷을 입었으므로 불상도 옷을 입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불상을 조성할 때는 가장 바깥에는 대의(大衣), 그 안에 승기지(僧祇支)와 치마인 군의(裙衣)를 입은 모양을 취했습니다.

대의는 가장 바깥에 입는 옷으로, 양쪽 어깨를 옷으로 모두 덮은 통견(通肩)과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옷을 왼쪽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걸치는 우견편단(右肩偏袒)의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승기지는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로 옷을 걸칠 때 드러난 가슴을 덮은 속옷을 말하며, 군의는 원래 고대 중국의 옷 모양이라고 하는데 보통 허리에서부터 아래를 덮은 긴치마 모양의 옷을 말합니다.

부처를 모셔놓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불상 위에 또다시 작은 집을 올려놓은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닫집이라 합니다. 닫집이란 집안에 '별도로 지어놓은 또 하나의 집'이란 뜻으로 닫집이 만들어진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닫집이란 보개(寶蓋)를 본떠 만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석가모니께서 야외에서 설법할 때 햇빛을 차단하는 양산의 일종인 일산(日傘)을 쓴 것에 연유하여 불상 위에 보개를 설치하여 장식하였다는 것입니다.

둘째, 닫집이란 전각 안에 설치한 부처의 궁전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부처가 계신 궁전을 설명한 많은 경전을 보면 일곱 겹의 기둥과 함께 방울과 금, 은, 유리, 수정 등의 화려한 보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권위가 있는 부처의 궁전임을 나타내기 위해 닫집을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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