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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창원지법에서 강연한 박재규 경남대 총장.
ⓒ 윤성효

국민의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지낸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법원 강단에 섰다. 박 총장은 창원지방법원아카데미운영위원회가 연 첫 강연자로, 11일 오후 200여명의 법원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통일관을 피력했다.

그는 몇 차례 북한 방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고위 당국자들을 만났던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북한의 식량 문제부터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지상낙원인데 먹는 거 하나 해결되지 않나'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북에서는 식량문제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만성적이라며 농사가 잘 돼도 연간 150만톤 정도가 부족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BRI@또 박 총장은 "지금 북에서는 빈터 찾기운동과 30~50도의 경사지에도 농지를 만들어 옥수수와 감자를 심고 있는데 물 부족 등으로 수확이 넉넉하지 않다"면서 "북에서는 앞으로 3~4년 사이 매년 쌀 50만톤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박 총장은 "표면적으로 보면 건강은 이상이 없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신장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할 때 보면 저 근육보다 더 튼튼하고 배가 나온 것은 더 불룩한 것 같은 정도다"면서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독한 술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포도주를 즐겨 마셔 당뇨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내 권력투쟁 내지 '반(反)김정일 세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그런 일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권력투쟁론은 특히 일본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전부 누군가 잘못 판단해서 나온 것이다. 하나의 3류 소설 감"이라며 "현재 북 사람들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조금이라고 묻는 것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은 체제나 정치, 후계자 문제 등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한다. 김 위원장을 대신해 고위 당국자를 만나면 '장군께서 보내서'라고 말하는데, 나중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정확히 옮기기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찬 때도 10분이고 20분씩 일어서서 연설하듯이 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볼 때 김 위원장에 대한 반대 분위기는 없는 것 같다. 북한에서 군부 쿠데타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다. 김 위원장 앞에서 별을 단 군인도 큰 사자 앞에 쥐새끼와 같다."

박 총장은 "군부에 의해 김 위원장의 자리가 이상하게 되는 일도 지금으로서는 없다"면서 "피신설이나 다른 이상설은 하나의 설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때 교통사고로 중상설이 나돌았던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에 대해, 박 총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황장엽씨가 마산에서 강연을 하면서 후계자를 거론하며 그를 지목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황장엽씨는 김 위원장의 아들 셋보다는 장성택씨가 더 똑똑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황장엽씨한테 전화를 해서 '장성택한테 원수진 일이 있느냐'고 한 적이 있다. '당신이 말한 것 때문에 생사람 하나 잡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뒤 2주일 뒤에 장성택씨가 당에서 제거되었다. 작년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장 부장의 안부를 물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열심히 하고 좋았는데 남쪽에 갔다 와서 폭탄주 마시고 해서 아파서 귀향 보내 놓았다'고 하더라."

ⓒ 윤성효

박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세 아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첫 부인한테서 난 큰 아들은 34살인데,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고, 대남정보수집 총책임자로 있다. 얼마전 일본에 가면서 수염을 기르자 일부에서는 '논평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위장술이다. 그리고 25살과 23살의 아들이 있는데 지금 탈냉전시대에 그들이 후계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 지금은 어느 누구든 후계자를 논의하면 아오지 탄광에 보낸다는 명령이 있었다. 지금은 금지령이 내려져 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

그러면 준비라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답할 수 없다고 하더라. 금지령 속에서 큰아들과 둘째 아들을 두고 조용한 수업을 시키는 것 같다. 현재 김 위원장한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아들한테 바통이 전달되기는 어렵다. 과거 혈맹관계에 있던 나라들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일이 생긴다면 중국처럼 집단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아들은 힘없는 왕처럼 올려놓고 집단지도체제로 될 수도 있다."

박 총장은 "지금은 경제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데, 그것도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들한테 간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 "제네바 합의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갈 것 같은데, 1~2년 정도 걸릴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이 1년반 사이에 끝내자고 했다. 그것은 부시의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90년대 초 경수로를 지어준다고 했는데, 왜 어겼냐고 북에 물었던 적이 있다. 자기들이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미국이 어겼다는 대답이었다. 미국이 100만 키로와트 2개를 지어주겠다고 해놓고는 실제는 지어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봤던 것이다. 미국이 시간만 끌고 가면서 동유럽처럼 붕괴되기를 기다렸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숨어서 개발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을 버시바우 미대사한테도 북한이 불신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알렸다."

박 총장은 "북한을 자꾸만 흔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워싱턴에 알렸고, 빈말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핵실험을 했다고 한다"면서 "앞으로 2탄 3탄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을 안하고, 지금 핵실험보다 더 강한 게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가면 그쪽 사람들도 통일은 빨리 돼야죠라고 말하고, 통일이 되면 시집장가 갈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어떤 통일이냐고 물으면 그것은 모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재규 총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3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남한과 북한의 국민소득 격차가 적어도 5 대 1 정도가 되어야 하고 ▲남북경제협력기금을 많이 확보해야 하며 ▲갈등 해소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서독과 동독이 통일 시점에 국민 격차가 3대1 정도였다. 지금은 우리는 국민소득이 1만6000~7000불인데 북한은 300불이다. 앞으로 남북의 국민소득 격차가 5대1 정도는 돼야 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기금이다. 이전에는 남북협력기금이 1000억 정도 있었는데 그 정도면 비료나 조금 지원해 주고 나면 바닥났다. 정동영 전 장관 때 1조원이 됐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도 턱도 안 된다. 쌀과 비료 사서 보내주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적어도 그 기금은 지금 중앙정부의 1년 예산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경제가 더 좋아져야 한다.”

갈등 해소가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동서독 통일 이후의 갈등보다 몇 배나 더 골이 깊어질 것이다. 사상적으로도 그렇고, 보수진보 갈등 말이다. 이것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정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 동독과 서독 사람들은 서로 욕한다. 동서독이 갈라지기 전 서독 사람들은 동독에 두고 온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통일이 된 것이다. 소유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16년간 연간 서독은 동독에 매년 200조원을 퍼주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이산가족이 천만이니 500만이니 하지 않느냐. 북한 땅에 대해 소송을 걸었을 때 재판 하느라 정신 없을 것이다."


박재규 총장은 "이런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고 통일이 되면 통일된 한국은 파산으로 간다"며 "서두르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김정일 위원장이 콘트롤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면서 "통일은 되어야겠지만 3가지 조건이 해결되었을 때 해야 하고, 그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참는 게 평화통일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진갑 창원지방법원장을 비롯해 판사와 법원 직원들도 강연을 들었으며, 창원지역 변호사와 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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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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